#1 올해 광주광역시청에 신규 임용된 A씨는 10대 때부터 스마트폰을 써 온 '90년대생'이다.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이다. A씨는 선배 공무원들과의 소통이 다소 두렵고, 업무의 난이도가 높아 휴직을 고려 중이다. A씨와 같은 사유로 휴직이나 이직을 고민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 광주광역시청 공무원 B씨는 최근 다른 부서로 전보됐다. 업무를 새로 다시 배워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최근 광주시청 내 공무원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감사 자료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접한 B씨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B씨는 "인사이동 때마다 고난도 업무에 야근이 불가피했다"면서 "이제 AI 기술 덕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 적응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규 임용 공무원·전입 공무원들의 업무 적응을 혁신적으로 돕는 AI 기술이 개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주광역시 공무원들이 자체 직무발명으로 개발한 AI 기반 ‘텍스트마이닝 기반의 감사자료 분석 시스템’이다. 이들은 평소 업무를 보면서 불편한 점을 개선해보겠다는 신념으로 2년간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고 한다. 끝내 특허 등록까지 마치게 됐다. 이들은 만나 AI 활용 업무분석 시스템의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 'AI 중심도시' 광주시 공무원, AI 접목한 新기술 내놓다
특허출원인은 광주시, 특허의 발명자는 나우철, 최해송, 박요한, 박혜진, 정훈, 강성용 주무관이다. 이들은 인사이동 시, 또는 업무를 하며 불편한 점이 있었다. 새로운 부서로 이동해 업무를 이어오면서 수행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시행착오들을 겪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전임자를 찾아 일일이 물어보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경험이 부족해 벌어지는 일들로 징계를 받은 일도 있었다고 한다.
나우철 주무관 등 공무원들은 이같은 불편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9년부터 시스템 개발을 추진했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기술을 구현하는 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관련 기술의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에 발로 뛸 수밖에 없었다. 나우철 주무관은 "전국을 다니면서 전문가들을 만났다. 국내 석학, 교수들부터 기업 관계자 등 많은 이들에게 배웠다"고 했다.
이들은 2년의 개발노력 결과 특허청 인공지능빅데이터심사과에서 최종 특허 결정됐다. 나우철 주무관 등 특허 발명자들이 개발한 ‘텍스트마이닝 기반의 감사자료 분석시스템’은 연도별, 부서 업무별로 발생하는 감사자료에 대해 인공지능 기반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주된 지적사항을 파악하며, 관련 법령, 대응 매뉴얼 등을 매칭해 사용자에게 이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쉽게 말해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받는 감사 관련 업무 매뉴얼이나 대응방안 등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다. 통상적으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은 공무원의 업무와 관련해 정기적 또는 부정기적으로 감사를 받는다. 이러한 감사가 수행될 때 문제점에 대한 지적사항, 개선사항, 재발방지의 대응책, 관계법령의 개정 등을 요구받게 된다. 이에 피감사기관은 감사기관의 요구사항에 대해 업무 매뉴얼이나 대응방안 등을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후속대책이 널리 확산되거나 공유되지 못하고, 담당공무원이나 부서 내 업무 노하우로만 남는 사례가 많다. 이번 분석시스템은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관별, 연도별, 업무별로 발생하는 다량의 감사자료를 ID화해 검색어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편리하게 연령, 경력, 업무 등에 맞춰 선제적으로 제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업무에 대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 공무원의 행정업무 수행경험과 개인의 업무지식 공유를 통해 조직의 문제해결 능력을 높여 자치단체는 물론 공사‧공단까지 시스템을 공유함으로써 시민들에게 더 편리한 행정서비스가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나우철 주무관 등 특허발명자들은 전국 행정서비스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나우철 주무관 등 특허 발명자들은 “앞으로는 시민불편개선시스템 등 폭넓은 연구 활동으로 아이디어에만 멈추지 않고 해당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여 최종 정착이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나우철 주무관과의 일문일답.
미니인터뷰 - 나우철 광주광역시 안전정책관실 주무관
Q. 텍스트마이닝 기반 감사자료 분석 시스템이 어떤 효과를 낼 지.
A. 신규 임용자들의 경우 업무를 누구에게 물어보기 어렵고, 기존 공무원들도 옆에 붙어서 알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로 바쁘고, 전출자와 전입사 사이에서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이 와중에 감사는 받아야 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말하지 못하는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 누구에게 물어보지 않더라도 기존 업무 자료를 효과적으로 찾을 수 있다. 개발한 기술이 키워드에 맞게 자료를 분배해줄 수 있다. 해당 과에서 어떤 사안을 놓고 감사를 받았는지, 문제가 없었는지, 등 매뉴얼을 바로 익힐 수 있다.
Q. 확산은 잘 될 것이라고 예상하나.
A. 산하기관, 각 사업소, 구청, 군 단위 등에 확산되면 행정이 한층 고도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무에 맞는 키워드를 주제별로 제공받을 수 있다. 어떤 기관에서도, 어떤 공직자라도 개인 비서를 두는 셈이다. 업무의 특성과 노하우를 떠날 때쯤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업무를 시작하면서 제대로 익힐 수 있다. 업무 두려움도 없어질 것이다. 예산, 행정 낭비도 예방할 수 있다. 확산도 문제 없을 것이다.
Q. 광주지역 내 정착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나.
A.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다. 광주시의 모든 산하기관에서 정착되면 좋겠다. 이 시스템만 있으면 부당한 지시 등을 막을 수 있다. 법조인들이 판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Q. 향후 계획은.
A. 공무원들은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서 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향후 특허발명자들과 모임을 지속할 것이다. 물론 개인 업무의 공백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고, 보다 간편하고 스마트한 행정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AI타임스 유형동 기자 yhd@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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