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한 농업인이 자신의 양배추 밭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한 농업인이 자신의 양배추 밭을 씁쓸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올해 양배추 가격 보면 한숨만 나오네요. 후속 작물까지 타격이 큰 상황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대표적인 농산물 주산지에서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폭락, 산지폐기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되면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ICT 기술을 활용한 농업관측·빅데이터 등 4차 산업 관련 기술을 확산시켜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한 농업인이 자신의 양배추 밭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전남 무안군 해제면에서 한 농업인이 자신의 양배추 밭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 '가격폭락' 엎친데 '일손 부족' 덮쳤다…"농사 접고 싶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배추 생산 농가들은 올해 농사가 풍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근심이 가득한 상황이다. 동절기에 본격 수확해야 하는 양배추가 과잉생산에 도매가가 폭락하는 '우울한 풍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무안군에 따르면 지난해 양배추 상품 8kg당 최대 1만 6,620원을 기록하던  도매가격이 올해의 경우 2,000원에서 3,000원으로 폭락했다. 지난해 가격이 높았던 양배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나면서 재배면적도 덩달아 늘어났다. 이에 과잉공급 문제가 초래한 것. 무안군에서 파악한 결과 지난해 무안지역 양배추의 재배면적은 415ha였던 반면 올해는 2배 가량 늘어난 900ha 이상으로 파악된다.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배추밭 전경. (사진= 나호정 기자).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배추밭 전경. (사진= 나호정 기자).

더불어 농민들은 통상 유통상인들과 계약을 맺고 양배추를 재배하는 경우가 대다수로 알려져 있다. 밭 임대료와 관리비 명목으로 농가에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종자대와 수확은 상인들이 책임진다. 돈은 추석 전에 계약금액의 30%를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수확할 때 지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양배추 가격이 폭락하면서 상인들이 추석 명절 전 선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양배추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지면서, 농가들의 일손 부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양배추밭에서 한 농민이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수확기와 파종기가 본격화됐지만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공급부족으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는 평소 12만원선이나 최근 15만 원에서 17만 원까지 치솟았다. 농민들이 고령화되면서 품앗이도 어려운 실정이다. 

양배추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양배추밭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출하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나호정 기자).

게다가 올해의 경우 생산비가 더욱 증가했다. 유난히 병해충이 기승을 부리면서 6~7차례 농약을 살포한 농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농약과 살포에 동원된 인건비만 감안하더라도 660㎡(200평)당 70만 원 정도의 생산비가 더 들어간 것이다. 무안군 양배추 농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한 대응을 비롯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매년 농산물 수급 조절에 실패하면서 농가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기술을 활용해 과잉 공급을 예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매년 농산물 수급 조절에 실패하면서 농가 피해가 극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첨단기술을 활용해 과잉 공급을 예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 매년 반복되는 농가 피해…"정부·지자체의 적극적 정책 필요"

농가에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정책을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농산물수급대책인 '채소 가격안정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채소 가격안정제는 농산물 값이 떨어질 때 하락한 값으로 사들여 가격을 안정시킨다는 것인데 저장만 하는 데 그친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정부와 지자체는 해년마다 같은 가격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채소류 주산지 품목 지정을 한다거나 양배추 수출물류비를 지원, 산지폐기를 통한 시장격리 등의 방안을 제시한다. 이는 비단 양배추 품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전남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의 경우에도 26만 톤이 과잉곱급이 우려되고 있다. 시장격리와 정부지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농업 현장에서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최근 농업 현장에서 4차산업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사진=셔터스톡).

◆ 농업 현장에 빅데이터 기술 적극 활용해야

농업 현장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와 빅데이터 기술 활용 생산량과 품질 등 작황을 예측하는 기술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관련 기술 연구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국농업경제학회는 공동 주관한 제1회 농산물 수급 예측모형 경진대회가 지난 7월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농산물 수급 예측모형 경진대회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가 실측 조사한 데이터를 활용해 마늘과 양파, 배추, 무 등의 생산량 예측모형을 만드는 행사다. 

농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존 전화 조사로 진행됐던 농산물 조사가 실측조사로 전면 개편됐다. 파종부터 수확기까지 작물의 잎 수, 길이, 무게, 크기 등을 농식품부가 데이터화한 것이다. 기존에 발표해온 통계청의 재배면적과 생산량 정보는 각각 4월 중순, 7월 중순에야 발표돼 선제적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를 빅데이터로 개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남도가 구축한 '주요 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 (사진=경상남도 홈페이지 캡처)
경상남도가 구축한 '주요 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 (사진=경상남도 홈페이지 캡처).

경상남도는 전국 최초로 빅데이터에 기반한 농산물 가격시스템을 구축했다. 가격예측 정보를 활용해 수급상황에 신속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주요 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은 전국 최초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산물 가격을 예측하는 수급플랫폼이다. 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경남의 겨울 주요 품목인 풋고추류의 지속적인 가격하락을 예측한 바 있다.

도는 농협의 출하상황, 농가 현장방문을 통해 작황을 파악하고, 경남풋고추생산자협의회를 통해 대책을 논의하는 등 선제 대응한 결과 지난해 12월 평년 대비 9.6% 정도 낮았던 청양고추의 도매시장가격이 올 2월 평년 대비 3.6%까지 상승했다. 수급대응에 효과를 거둔 이후 경남도는 생산농가에서 예측가격 정보를 활용해 주도적으로 수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접속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빅데이터·드론 도입 앞장

전남에서도 빅데이터 활용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준군)은 최근 빅데이터와 드론을 활용해 매년 수급과 가격 불안이 되풀이되는 마늘과 양파 생산 안정 및 효율화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진흥원은 마늘과 양파의 전국 재배 현황 데이터를 수집·축적하고 농식품 빅데이터 플랫폼 주관기관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와 대내·외 수요처를 대상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진흥원은 대표적인 수급 불안 작물인 마늘과 양파 가격 안정 차원에서 이번 사업을 기획했다. 재배 면적, 재배 의향, 재배 정보 등 통합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생산량 예측, 수급 조절 실효성 확보가 목표다. 마늘·양파를 직접 생산하는 전국 생산자 자조금연합회와 재배 의향부터 출하량까지 마늘, 양파 생산 전 주기 전수조사 데이터를 생산한다.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창의육성동 전경. (사진=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창의육성동 전경. (사진=전남정보문화산업진흥원 제공).

이노드·우리기술진흥법인 등 전남 소재 농업데이터, 드론 전문기업과 국가 중점 데이터인 팜맵을 토대로 ▲재배면적 조사 ▲실 재배현황 교차 검증 ▲생산성 영향 데이터 수집·분석 ▲데이터 정확성·활용성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진흥원은 빅데이터 분석기술과 디지털 공간 정보, 조사체계를 농업 분야는 물론 다양한 산업분야에 접목, 응용 서비스 시장 창출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준근 원장은 “고령화, 농업 생산인구 감소 등 지역 현실은 물론 식량주권 수호, 농업 혁신이라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정밀 데이터 필요성과 확보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데이터 기반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한 농정 효율화와 전남 핵심 산업 빅데이터, AI, 사물인터넷 기술 융합 촉진을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AI타임스 나호정 기자 hojeong998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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