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남 고흥군의 한 섬에 거주하고 있는 70대 남성 김 모씨,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하려면 육지로 나가야하지만 비용과 시간이 부담된다. 하나 뿐인 손자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졸라대니 나가지 않을 수도 없다. 그러던 중 김 씨는 최근 드론이 탕수육과 콜라를 싣고 고흥군 득량도를 횡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 씨는 "드론 배송이 대중화되면 육지로 나가는 일이 10 분의 1로 줄겠다"고 말했다.
전남 고흥군이 실시하는 드론 택배 실증사업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입과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드론 택배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상품 서비스가 부족하고, 법적 규제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위해 기술 고도화와 규제 완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전남 고흥군에 따르면 군은 드론 특별 자유화 구역 내 유인 섬 장거리 물자수송 실증을 전남테크노파크, 참여기업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인 섬 장거리 물자 수송은 다수의 유인 섬을 보유하고 있는 고흥의 지리적 여건을 활용한 중형급 드론 택배 실증사업으로, 교통 여건이 불편한 소규모 유인 섬에 대해 의약품, 택배 등 20㎏급 물자 장거리 수송을 목표로 한다.
최근 실증에 참여하는 ㈜에스엠소프트와 마린로보틱스㈜는 드론 기체의 점검을 마치고, 고흥군 도양읍 득량도에서 장계리 선착장까지 약 4㎞ 거리의 바다를 택배 드론으로 횡단하는 실제 실증에 착수했다. ㈜에스엠소프트에서는 4㎏ 무게의 물건을 싣고 드론으로 득량도 횡단과 실증구역 내 8㎞ 거리를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마린로보틱스㈜는 시범적으로 탕수육, 콜라 등 2㎏ 무게의 물건을 싣고 드론으로 득량도까지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 날고 싶은 '드론'…법적 규제로 기업들 한숨
이처럼 실증사업의 성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법규가 문제다. 이 때문에 드론 택배 상용화를 위해서는 국가차원에서 하늘길 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야간 비행이나 원거리(비가시권) 비행에 필요한 특별비행승인이 대표적이다.
야간·비가시권 비행에 대한 별도의 승인절차는 해외도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휴일제외 30일(6주)로 상대적으로 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검사기관·인력 부족 등이 대표적인 이유로 꼽힌다.
기업들인 특별 승인 허가를 받더라도 비행 자격이 몇 달 밖에 주어지지 않은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유연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경필 마린로보틱스 원장은 "짧게는 1개월이나 3개월 정도에 한번씩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사업 운영에 큰 애로사항이다"며 "1년에 한 번 정도 승인을 받는 것이 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주민 수요 분석·구체적 서비스 개발 등도 과제
규제가 완화되고 비행이 자유로워졌을 때 누구에게 어떤 물품을 드론으로 옮길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과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오재억 고흥군 미래산업과 팀장은 실증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전문업체들이 현 기술 수준과 맞는 용역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단순히 실증에만 그치지 않고 우체국이나 마트 등 드론 택배 기술이 필요한 수요처를 찾아 함께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고흥군에서 이번 실증사업에 활용된 드론의 경우는 초속 5m/s 이상의 바람이 불면 비행이 제한된다. 또한 배터리의 수명은 30분 정도 유지되고, 무게는 7kg까지 싣을 수 있다. 이러한 현 기술 수준에 맞는 서비스 개발을 염두하면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팀장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드론을 통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는 완구용·레저용·영상촬영 등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고흥군은 드론센터의 많은 기업들이 기술·서비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 타 지자체보다 풍부한 서비스와 더욱 고도화된 실증사업이 가능할 것이다"고 피력했다.
이에 서경필 마린로보틱스 원장은 "실증이 잘 마무리되면 우선 음식 배달 서비스부터 시행하고자 한다"며 "드론이 이·착륙하기 좋은 지역을 선정해 배달 드론 스테이션을 만들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어 서 원장 "무엇보다 섬주민들이 15분 안에 배송을 주문해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해겠다"며 "내년 3월까지 스마트폰용 배달 주문앱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흥군은 2022년도까지 드론 특별 자유화 구역 내에서 중대형급 무인기 비행 통합 실증과 초광역 방역 실증 분야를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나호정 기자 hojeong9983@daum.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