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학교 학생들이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메타버스(Metaverse) 가상공간으로 모였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가 합쳐진 합성어다. 즉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계이자 현실을 초월한 3차원의 가상세계를 말한다.
2월 25일 오전 10시 전남대 메타버스 플랫폼 'CNU 메타버시티'에는 학위복을 입고 학사모를 쓴 졸업생 아바타들로 북적였다. 2021학년도 전기 학위 수여자는 학사 3,100여 명과 석사 730여 명, 박사 150여 명 등 모두 4,000여 명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많은 대학교가 학위수여식을 취소하거나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전남대는 졸업생은 물론 재학생·교직원·지역민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에서 학위수여식을 개최했다. 아울러 다음달 2일 열리는 2022학년도 입학식도 6,000여 명의 신입생과 함께 CNU 메타버시티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NU 메타버시티가 이번 학위수여식과 같은 대규모 행사뿐만 아니라 현실 캠퍼스를 보완하는 트윈 캠퍼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전남대 측의 설명이다.
전남대 메타버스 졸업식에 가보니
이날 전남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열린 졸업식에 참석해봤다. CNU 메타버시티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SNS 인증을 통해 로그인 했다. 가상 캠퍼스 입장에 앞서 아바타를 만들었다.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보다 캐릭터와 아이템 선택의 폭이 좁았다. 자신의 분신 같은 아바타를 개성 있게 꾸미기 위해 이것저것 단장할 수고는 던 셈이다. 졸업생은 학위복을 입을 수 있었다. 회색 정장을 입은 검은 단발머리의 아바타를 골랐다.
아바타와 프로필 설정을 마치자 전남대 가상 캠퍼스가 눈앞에 나타났다. 메인 화면의 가상 캠퍼스 지도를 마우스를 이용해 360도로 회전시키면서 둘러볼 수 있었다. 대학교 정문을 비롯한 대운동장, 용봉탑, 민주마루 등 실제 캠퍼스 4곳의 모습이 가상공간으로 구현됐다. 장소에 따라 학위수여식과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졌다. 캠퍼스 지도 위에서 이동하고 싶은 건물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왼쪽 메뉴에서 장소 이름을 선택해 입장하는 방식이다.
일반 방문객은 '공개 채널'에 들어가 즐길 수 있었다. '학과 채널'은 학과별 전남대 학생들 간의 교류가 이뤄질 수 있는 공간이다. 한 공간에 15∼30명이 모이면 자동으로 채널이 추가된다고 한다. 아바타 조작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아바타를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공간을 둘러보거나 시점을 변경할 수 있다. 리액션 아이콘을 눌러 감정을 표현하거나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민주마루 가상공간으로 이동하니 학위수여식장에서 자리에 앉아 정성택 전남대 총장의 고사를 듣고 있는 졸업생들이 보였다. 대학교 정문에서 캠퍼스 안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교내 곳곳에 졸업을 축하하는 선·후배들의 메시지와 응원 플래카드 등이 눈에 띄었다. 학생들은 개방된 가상 캠퍼스를 돌아다니며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셀카를 찍으면서 추억을 쌓았다. 자신이 작성한 메시지를 1년 후 이메일로 받아보는 타임캡슐 등 각종 이벤트도 마련돼 즐거움을 더했다.
물리적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장점을 고려한다면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날 학위수여자 수에 비해 참여율은 그렇게 높지 않았다. 학위수여식이 10시부터 열렸지만 CNU 메타버시티 접속 인원은 약 200명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행사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 이번 시도에서 향후 가상 캠퍼스를 통한 미래 교육 현장 혁신의 단면을 엿볼 수 있었다.
AI타임스 윤영주 기자 yyj051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