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4억원. 지난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 금액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공개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보이스피싱 범죄 발생 건수만 3만1000여건이다. 여기서 발생한 피해액은 7744억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의 상당수는 40~50대 서민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범죄 발생 후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그 후유증이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이스피싱 범죄에 따른 피해가 계속되자 국회와 금융사, 통신사는 범죄 예방에 나섰다. 국회서는 보이스피싱 예방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다. SK텔레콤, KT 등의 통신사와 KB국민은행, 신한금융그룹 등의 금융회사도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보이스피싱 범죄 방지에 나서고 있다.
양정숙 의원, 보이스피싱 예방 위한 법률 개정안 발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양정숙 의원(무소속)은 일반 국민이 수신된 전화번호가 국외에서 발생한 것인지, 발신된 국가는 어디인지 알 수 있게 하는 법률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2일 밝혔다. 국민이 국제전화를 통해 발신번호 변작 방법으로 보이스피싱을 시도하는 낌새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개선하는 법률 개정안이다.
최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 많이 사용되는 유형은 '전화번호 변작'이다. 범인이 스마트폰 단말기에 가족이나 친지, 가까운 이름이 뜨도록 전화번호를 변작하는 범죄 유형이다. 피해자는 잘 아는 사람과 통화나 메신저를 하는 것처럼 착각해 쉽게 범죄에 노출된다.
이를테면 A국가로부터 걸려오는 발신자 번호는 '국제식별번호+A국가코드+발신자번호'로 10자리가 훨씬 넘지만 스마트폰에 표시될 때에는 저장된 주소록 번호와 발신된 번호 뒷자리 9~10개만 비교하기 때문에 주소록에 등록된 이름이 그대로 단말기에 표시되는 것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4조의2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안내하게 돼 있다. 하지만 통신사 안내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제조사에서 발신번호 뒷자리 9~10개만 비교해 단말기에 저장된 이름을 띄우게 되면서 허점이 발생했다.
양정숙 의원이 마련한 개정안은 이동통신단말장치를 제조 수입 판매하는 자는 수신인이 전화 및 문자메시지가 국외에서 발신될 것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 화면상에 표시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아울러 전기통신사업자가 수신자에게 국외에서 발신된 것이라는 사실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 발신된 것인지까지 안내하도록 규정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모든 스마트폰에서는 '국제전화'라는 안내와 함께 전화를 걸어온 번호도 모두 표시된다. 해당 정보를 통해 수신자는 발신된 국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에 가족이나 지인으로 저장된 이름의 전화가 오더라도 수신자는 이 전화가 해외 어느 국가에서 전화가 왔는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보이스피싱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양 의원은 "보이스피싱에 악용된 무선전화번호가 2017년 240건에서 2021년 7658건으로 32배 가까이 급증했다"며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어 새롭게 나타나는 사기 유형을 주기적으로 수집, 분석해 국민들에게 먼저 알려주는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들은 이용자들에게 충분한 안내와 정보를 제공하고, 경찰 등 행정기관의 요구에 바로 응대하는 한편,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번호를 즉시 이용 정지하는 등 예방 활동 강화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통신사, AI 활용 보이스피싱 예방 나서
금융사와 통신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월 'AI 기반 보이스피싱 차세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시행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사례와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의심패턴을 파악해 실시간으로 보이스피싱을 탐지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이다. AI가 사용자의 행동과 거래 패턴을 분석해 보이스피싱 피해 의심 고객으로 판단될 경우, 이 고객이 창구에서 500만원 이상 현금 출구 거래 시 출금 계좌 자동 지급 정지를 통해 피해를 예방한다.
KB국민은행은 해당 시스템에 대해 더욱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했다고 밝혔다. 은행 측은 "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의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기존 시스템으로 운영한 기간 대비 약 42% 감소했다"며 "이를 통해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시범운영 기간 포함 총 1450여건과 150여억원의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그룹은 KT와 함께 AI 기술을 통한 금융사기범죄 예방 협력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양사는 '불법 사금융 및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범죄 탐지 및 예방 기술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신한금융그룹과 KT는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AI, 빅데이터 기반 금융범죄 대응방안 연구 ▲금융사기 조기탐지 및 실시간 차단기술 개발 ▲신한금융의 금융사기 대응 시스템 고도화 ▲App 보안 강화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기 대응을 위한 전략을 함께 수립하고 양사의 플랫폼을 활용해 금융사기범죄 예방을 위한 홍보 및 교육 활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SKT는 서울경찰청과 함께 선보인 '보이스피싱 번호차단 서비스'를 통해 보이스피싱 단절에 기여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를 통해 지난 1년간 1만5737개의 보이스피싱 전화 연결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번호차단 서비스는 경찰에 피해신고 접수된 보이스피싱 번호를 SKT가 공유받아 SKT 고객에게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없도록 차단하는 서비스다. SKT와 서울경찰청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보이스피싱으로부터 고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3월 해당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SKT는 지난 1년간 1만여개의 보이스피싱 신고번호에 대한 차단 조치를 통해 고객 9144명에게 갈 통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해 약 2285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다고 밝혔다. 차단되는 보이스피싱 번호는 지역 단위가 아닌 전국 경찰청에 신고된 모든 번호를 대상으로 한다. 신고는 금전적 피해가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경우에도 112를 통해 할 수 있다.
또한 SKT는 스팸 및 스미싱 문자에 대응하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지능형 차단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고위험 번호로 오는 통화에 대해 자동으로 통화를 녹음해 주는 안심녹음 기능도 제공 중이다.
손영규 SKT 정보보호 담당은 "서울경찰청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고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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