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시절부터 디지털 인재 양성을 위해 강조한 AI교육이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될지 주목된다. 초중고의 교육 시수가 제한돼 있는 만큼 교육 시간 확보가 쉽지 않은데다 대입 과목으로 추가되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어서 간단치 않은 과제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뒤인 지난 1월 10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열린 ’새얼아침대화‘ 강연에서 디지털 인재 양성을 강조하면서 코딩교육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윤 후보는 ”학생들이 요즘 코딩이라고 하는 컴퓨터 알고리즘 등을 많이 공부하고 있다“면서 ”입시와 연계해서는 안 되겠지만, 학생들의 코딩 교육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딩 과목으로) 입시를 본다면 ’국영수‘ 이상의 배점을 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래야 디지털 인재를 기업과 시장에 많이 공급할 수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 당은 대선전에 내놓은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중앙 정책공약집’에서 ‘교육단계별 AI교육 기반 조성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을 약속하면서 '초등학교 코딩교육, 초중등 교육과정의 AI교육 필수화'를 공약했다.
특히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Ai교육을 확대하고 대학 입학시험에도 반영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교육 내용으로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데이터 수집과 정보의 분석, AI소프트웨어 활용 등을 예시했다.(공약집 225쪽)
그러나 지난 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 국정과제에서 이 내용은 달라졌다. 81번 국정과제인 ‘100만 디지털인재 양성’을 보면 ”(초·중등 SW·AI 교육 필수화) 정보교육 시수 확대 등 체계적 디지털 기반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전면 개정, 에듀테크 활용 활성화 및 신기술 적용 교육콘텐츠 개발“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공약에서 명시됐던 ‘AI교육의 대학 입시 반영’이라는 표현이 국정 과제에선 빠진 것이다.
하지만 82번 국정과제인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에서는 주요 내용으로 ”(대입제도 개편) 입시비리조사를 전담하는 부서 설치 등으로 신속한 입시비리 대응체계를 마련하고, 균형적인 전형 운영 및 단순화 추진 - 미래 교육 수요와 사회 변화를 반영하여 대입제도 개편(~’24.2)“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2024년 2월까지 대입제도를 개편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한 것이어서 앞으로 윤 당선인이나 국민의힘당이 공약한 ‘AI교육의 대입반영’ 가능성은 남아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코딩이나 AI 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해 윤 정부가 강조하듯 디지털 인재 양성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그동안 각급학교에서 실시돼온 코딩 교육이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을 들어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당 대선공약집에서 예시된 ‘프로그래밍을 비롯해 데이터 수집과 정보의 분석, AI 소프트웨어 활용’ 교육이 대학입시 과목으로 포함된다면 사교육 확대가 불가피해 학부모들이 반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딩 뿐만 아니라 AI와 관련된 교육을 공교육 과정에서 소화하려면 이들 분야의 교육 전문가가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교육시수도 다른 과목의 교육시수를 줄여서 늘려야 한다. 이 때문에 공교육 과정은 AI 등 소프트웨어 교육이 대입 과목으로 포함될 경우 이를 제대로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사교육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한 교육전문가는 "AI 교육이라면 학생들에게 AI 자체가 아닌, 밑바탕에 깔리는 수학적 사고를 현재의 제도교육과는 다르게 가르쳐야 한다"면서 "문제를 수학적으로 푸는 방법을 사고하고 이를 '컴퓨테이셔널 씽킹( computational thinking)'으로 연결하면서 프로그램밍을 직접 해보는 방식이 돼야 할 것"이라고 Ai타임스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또 "현재로선 이런 교육을 해낼 수 있는 교사도 부족하고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없다"면서 ”코딩이나 AI에 대한 교육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이를 대학입시와 섯불리 연결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교육 확대나 입시과목 포함은 중장기적으로 기반 구축과 사회적 합의 등을 이끌어 내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I타임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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