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박선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를 선정했다. 박 교수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 사회 노력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 공로를 높게 평가해서다. 그는 제주도 고산과 일본 하테루마 섬 관측소에서 실시간으로 관측한 고정밀·고밀도 프레온가스 농도 자료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해 프레온가스 배출 경로와 배출량을 알아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광복, 연구재단)이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6월 수상자로 박선영 교수를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해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시상이다.
기후변화 부추기는 프레온가스, 경로·배출량 어떻게 밝혔나
박선영 교수는 기후변화와 지구환경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온실기체와 오존층 파괴물질의 관측·생성·소멸을 연구하는 국제 전문가다.
박 교수 연구팀은 제주도 고산 관측소를 운영하며 지난 2008년부터 프레온가스 대기 중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다. 프레온가스는 몬트리얼 의정서에 따라 10년 전 국제적으로 전면 규제가 단행됐다.
그러나 동북아시아에서는 꾸준히 프레온가스가 높은 농도로 관측됐다. 박 교수는 “처음에는 2010년 이전에 프레온가스가 포함된 단열재를 사용한 건물이나 냉장시설에서 유출된 줄 알았다”고 언급했다.
박 교수팀은 고농도 프레온가스를 포함하는 공기들이 생긴 지역을 역으로 시뮬레이션했다. 이를 통해 실제 프레온가스가 배출된 지역과 배출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2013년 이후 중국 동부 지역에서 연 7천 톤 이상 프레온가스 배출량이 증가했으며 이는 전세 계 프레온가스 증가량의 40%~60%에 달하는 수치임을 밝혀냈다.
해당 연구는 2019년 5월 국제 과학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Increase in CFC-11 emissions from eastern China based on atmospheric observations' 다.
후속 연구도 진행했다. 이를 통해 2019년 중국 동부 지역 프레온가스 배출량이 2013년 이전 수준으로 줄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결과는 작년 2월 같은 학술지에 발표됐다. 해당 논문명은 'A decline in emissions of CFC-11 and related chemicals from eastern China' 다.
박선영 교수는 “연구 성과는 국제사회가 우려했던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답을 국내 관측 연구를 통해 제공해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사용이 금지된 프레온가스가 다시 배출되고 있는 원인과 결과를 처음으로 규명한 셈이다.
다음은 박선영 교수의 일문일답.
Q. 수상 진심으로 축하한다. 수상 소감은.
대기와 해양 변화가 전 세계적 문제다. 그만큼 연구에 더 매진하라는 격려 의미에서 상을 받았다 생각한다. 지금껏 그래왔듯 항상 변화하는 지구 환경을 관측하면서 그 속에 담긴 진실을 찾겠다.
Q. 기후변화 주범인 온실기체 생성, 소멸, 순환을 연구한 걸로 알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이산화탄소, 메탄, 산화이질소의 생지화학적 순환 연구의 경우 동위원소 같은 관련 기체를 추적자로 사용해 화힉 기작, 생성원 소멸원 분포를 규명하고 있다.
레이저 분광기를 활용해 대기나 해양 용존 온실기체 농도와 동위원소 함량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간 활동에 의해 대기 중에 나타나는 극미량의 인위적 온실기체 측정도 한다. 이들의 발생 산업, 발생지역, 배출량을 추적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Q. 온실기체인 합성 할로겐 화학물 관측 연구를 10년간 진행한 걸로 알고 있다. 이는 국가 온실기체 정보 개선과 정책 연구에 기여했다. 이들 물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국내는 지리적으로 아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이어주는 중요한 길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시아 대륙에서 생성돼 태평양으로 이동하는 수많은 물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최적의 위치여서다.
따라서 자연적인 온실기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합성해 사용하는 수많은 인위적 온실기체와 오존 파괴물질 관측에 관심 갖게 됐다.
Q. 제주도 고산에 있는 경북대 온실기체 관측소는 동아시아 지역을 대표하는 배경대기 관측소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대기관측 연구가 진행되나.
초극미량 50여 종의 할로겐 화합물을 실시간, 초정밀 연속 관측할 수 있는 관측소다. 국내에 유일하다. 세계적으로도 중국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감시할 수 있는 최적지로 인정받았다.
일단 해발 89미터 높이에 달하는 청정한 공기 시료를 연속적으로 포집하고 극저온 상태로 냉각해 많은 공기 분자를 작은 결정 덩어리로 농축한다. 각 성분마다 고체에서 기체가 되는 온도는 다르다. 서서히 온도를 높이면 공기 중 성분들이 차례로 분리돼 나온다.
이들을 '기체크로마토그래피'라는 장치를 사용해 더 세밀히 분리한다. 그 후 질량분석기로 양을 각각 측정한다. 전체 공기를 냉각·농축하는 기술로 50여 종 화합물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Q, 연구 수행에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2016년 슈퍼 태풍 '차바'가 제주 상공을 지나면서, 관측소가 무너졌었다. 천재지변으로 무너진 관측소를 복구하고 파손된 관측기기를 고쳐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6개월이 걸렸다.
복구하는 어려움도 컸지만, 그보다 정상 관측을 할 수 없던 상황이 많이 힘들었다. 이 와중에 많은 도움 준 우리 팀 덕분에 다행히 잘 극복할 수 있었다.
Q. 반대로 가장 즐겁고 보람찼던 순간은.
사실 즐거운 경우는 많지 않다 (웃음). 공부하고 연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정이다. 연구 자체 즐거움은 아니지만 지구과학 분야에서 현장 관측 연구를 하는 과학자가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바로 자연이다.
해양 관측 중 선상에서 밤을 새워 분석하다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태양을 바라보는 순간이나 항공기로 관측하면서 비행 중 보이는 태평양 바다 등 잊을 수 없는 즐거운 기억이 많다.
Q.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나 이루고 싶은 성과가 있다면.
고산 관측소에서 확보한 자료가 시간적 연속성을 가지면 인공위성으로 얻은 온실기체 관측 자료들은 공간적 확장성을 갖는다. 따라서 해당 자료를 과학적으로 연계해 3D 입체 관측에 의한 동북아시아 온실기체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제주도 고산 관측소가 국제적으로 중요성이 크다. 관측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 성공적인 지구과학 연구는 양질의 장기 관측 자료를 성공적으로 축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특히 오존층이나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 변화 연구는 실험실에서 진행이 어렵다. 실시간 관측 지속이 중요하다.
박선영 경북대 지구시스템과학부 교수는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화학해양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지구과학 박사 학위를 땄다.
전문 분야는 자연적·인위적 온실기체의 대기 중 농도 모니터링 연구, 해당 기체 배출 기원과 배출량 추적 연구다.
탄소동위원소 화학추적라를 활용한 이산화탄소와 메테인 생지화학 순환 연구, 해양-대기 기체교환 관측을 통한 해양 탄소펌프 연구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AI타임스 김미정 기자 kimj75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