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상으로 복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사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일상으로 복귀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 사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코로나19 후폭풍이 거세다. 백신 접종자가 증가하고 바이러스 감염 속도는 줄어들면서 코로나19로 사라졌던 일상이 서서히 회복되는 가운데 일상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입장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재택근무다.

코로나19가 확산되자 빅테크 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시행했다.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직원들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업무를 볼 수 있게끔 회사 근무 방침을 바꿨다. 원격근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을 위한 시스템을 도입했고 메타버스 사무실을 마련한 곳도 등장했다.

코로나19, 원격근무 플랫폼 발전 이끌어

원격근무를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도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표 기업이다. 이 회사는 '팀즈', '서피스' 등 하이브리드 업무 혁신을 위한 플랫폼을 공급하고 있다. 

팀즈는 화상회의, 채팅, 전화, 문서 공동작업, 프로세스 자동화까지 업무에 필요한 전 영역을 지원하는 협업 플랫폼이다. 인공지능(AI) 기반 품질 오디오와 비디오를 탑재해 사용자가 실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과 유사한 업무 경험을 제공한다.

서피스는 업무 환경과 비슷한 공간을 제공하면서 실제와 같은 업무 환경을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공장에서 장비가 고장이 났을 경우 공장 관계자, 연구개발(R&D) 센터 관계자, 기술 공급자 관계자 등이 언제든 한 공간에 모여 소통을 하며 장비를 고칠 수 있다.

오성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팀장은 지난해 9월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일하는 공간이 원격공간으로 바뀌며 업무 방식도 바뀌었다"며 "MS는 장소와 방식에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장치들을 연구했고 실제로 팀즈의 경우 전 세계 2억 5000명이 사용할 정도로 실용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 못 박아

하지만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일부 기업에서는 더 이상 원격근무를 권장하지 않고 사무실 출근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원들에게 '원격근무는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일론 머스크 CEO는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 "일주일 동안 최소 40시간을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거나 이것이 싫으면 떠나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는 "(40시간 근무는) 우리가 공장 노동자들에게 요구하는 것보다 적은 시간"이라며 "만약 예외를 원한다면 (어떤 사유인지) 직접 검토한 후 승인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원들에게 '원격근무는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사진=셔터스톡)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원들에게 '원격근무는 더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사진=셔터스톡)

머스크는 "출근 장소는 반드시 테슬라 사무실이어야 하고 업무와 무관한 원거리 지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또 직원들에게 "연차가 높을수록 존재감이 드러나야 한다"면서 "내가 공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이유는 생산라인에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며 경력이 많은 직원부터 사무실 출근에 솔선수범하라는 의미의 메시지를 보냈다.

AI 개발자, 사무실 출근 지시하자 경쟁사로 이직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강조한 것은 테슬라만이 아니다. 애플은 지난 4월부터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지시했다. 4월부터 직원들에게 주 1회 사무실 출근을 지시한 데 이어 5월 2일부터는 주 2회 출근을 강요했다. 같은 달 23일부터는 주 3회 출근을 지시했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사무실 출근에 단호한 편이다. 그는 지난 3월 직원들에게 복귀를 준비하라는 메일을 보낸 바 있다. 그는 메일에서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얼굴을 맞대고 근무하는 협업의 긍정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애플이 직원들에게 사무실 출근을 지시하자 직원들은 반발했다. 사무실 출근 지시에 이직을 한 인물도 있다. 머신러닝(ML) 인재로 꼽히는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다.

영국 데일리안은 5월 17일(현지시간) 애플 ML 개발 디렉터로 근무하던 이안 굿펠로우(Ian Goodfellow)가 알파벳으로 이직했다고 밝혔다. 알파벳은 구글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회사다.그는 2014년 생산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GAN)을 처음 고안한 인물이다. GAN은 생성모델과 판별모델이 경쟁하면서 실제와 가까운 이미지와 동영상, 음성 등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의 ML이다. 이미지나 영상, 텍스트 생성에 사용된다.

이안 굿펠로우는 구글과 오픈AI를 거쳐 2019년부터 애플에서 근무해왔다. 데일리안 등의 주요 외신은 이안 굿펠로우가 알파벳으로 이직하면서 애플은 손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굿펠로우가 애플에서 ML 특수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엔지니어였고 그가 팀에서 이탈하면서 안 그래도 적은 AI 전문 개발자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출근과 원격근무 간 좁혀지지 않는 격차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바라는 기업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경험한 직원들은 회사 복귀에 반감을 표하는 분위기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AI 업계의 경우 이안 굿펠로우 사례처럼 회사에서 복귀를 지시하면 이직을 고려해 경영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AI 스타트업 대표는 "AI 개발 분야는 새로 취업하는 젊은 친구가 많아지면서 직원 간 교육이 중요하다"면서 "원격근무를 할 경우 직원 간 교육과 인수인계 등이 쉽지 않은데 섣불리 사무실 근무를 얘기했다가 직원들의 반감을 살 수 있어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게 주 1회 사무실 출근을 부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자 주장은 다르다.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한 AI 개발자는 "AI 작업은 모두 컴퓨터상에서 기록이 남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선 내가 일을 했는지, 안 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며 "집은 서울이고 회사는 판교라 출퇴근 시간이 있는데 이 시간을 아껴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수인계와 직원 교육에 대해선 "필요할 때 사무실에 가서 교육을 하면 된다"며 "사실 요즘 협업 플랫폼도 많이 나오고 메신저도 많이 발달했는데 원격으로도 업무 공유나 인수인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아직까지 직원들의 사무실 출근을 지시하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 대기업 경영실에 근무하는 관계자는 "현재 사무실에는 경영지원 등 출근이 필요한 인력만 출근하고 있고 AI 개발자처럼 원격으로도 업무가 가능한 인력은 자율 출근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당분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사무실 출근을 지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AI타임스 김동원 기자 goodtuna@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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