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AI업계에서 주목받은 사건은 메타의 인공지능 연구소인 메타AI가 개발한 '갤럭티카'라는 대형언어모델이 공개된 지 3일 만에 폐쇄된 일이었습니다.
갤럭티카는 과학 논문을 쓰는 데 도움이 되도록 훈련된 언어모델입니다. 간단한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학술 문헌 요약과 수학 문제 해결, 위키용 기사 생성 등을 해줍니다. 인용할 만한 글을 제안하고 관련 논문의 검색도 제공했습니다.
과학 논문을 쓰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연구자를 돕는데 주안점이 있지만, 이 도구로 아이디어를 계속 확장하면 참고 문헌이나 공식 등이 포함된 전체 연구 논문을 생성할 수도 있습니다.
이 도구는 최근 나온 여러 텍스트나 이미지 생성 AI 도구와 본질적으로 같은 기능을 하지만, 과학 논문에 특화된 것이었고요. 메타AI 측은 갤럭티카 홈페이지에서 "정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구자들이 논문에 파묻혀 의미있는 글을 찾아내지 못하게 됐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도구를 개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4800만개 이상의 논문과 교과서, 참고자료, 화합물이나 단백질 등에 관한 과학 지식 소스들로 훈련된 강력한 대형언어모델"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메타의 AI 연구를 이끌고 있는 이는 이 분야 선구자 중 한 사람인 얀 르쿤 메타 최고과학자입니다. 제프리 힌튼, 요슈아 벤지오, 앤드류 응과 함께 AI계의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학자죠.
그는 트위터를 통해 메타AI의 연구성과를 활발하게 홍보하고 있기도 한데요, 갤럭티카가 공개된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메타AI의 ‘놀라운 성과’라고 썼습니다.
그러나 갤럭티카는 공개된 직후 큰 비판에 휩싸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실제 써보니 갤럭티카는 인종차별적이고 부정확한 결과를 내놓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지 못해 과학 논문 생성기로선 치명적 결함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 잇달았습니다.
칼 버그스트롬 워싱턴대 생물학과 교수는 갤럭티카에 대해 “환상적이고, 마술적이고 지적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무작위 헛소리 생성기”라고 독한 논평을 날렸습니다.
마이클 블랙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 책임자는 “과학적인 방법에 근거하지 않으면서 권위 있는 것처럼 들리는 과학을 제공한다”면서 “사이비 과학을 생산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전문가들의 비판이 쇄도하자 결국 갤럭티카 홈페이지는 사흘 만에 폐쇄됐는데요, 얀 르쿤은 지난 18일 트위터에 이 사실을 알리면서 “행복하냐“고 다소 비아냥거리는 투의 글을 올렸습니다.
또 며칠 뒤인 23일에는 ”비판은 건설적이다. 네거티비즘(무엇이든 부정하려는 경향)은 파괴적이다. 생각 없는 네거티비즘은 역병이다“라는 글을 올렸어요. 속이 많이 상했던 듯하지요.
갤럭티카는 소스 코드도 공개한 언어모델이었는데요, 메타AI가 이 도구를 오픈소스로 배포한 것은 과학 연구자들에게 도움이 되자는 선의를 가졌던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사태를 맞아서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에서 개발한 기술은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부작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도 더욱 날카로운 것이 당연하겠죠.
따라서 메타AI의 연구자들이 너무 실망하지 말고 계속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술의 실험과 개발을 해나가기 바랍니다.
이어서 지난주 기술 동향 전해드립니다.
기술 동향
◼ 엔비디아가 텍스트 설명에서 3D 모델을 생성할 수 있는 AI 도구인 '매직3D’를 공개했습니다. 매직3D는 텍스트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약 40분 안에 컬러 텍스처로 완성된 3D 메시 모델을 생성합니다.
생성된 결과 모델은 비디오 게임 및 VR 응용 프로그램의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으며 영화 및 TV용 특수 효과 제작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 도구는 지난 9월 구글이 발표한 텍스트-3D 모델인 드림퓨전보다 2배 빠르게 3D 개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드림퓨전이 텍스트-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사용해 2D 이미지를 생성한 다음 NeRF(Neural radiance field) 모델을 사용해 2D 이미지를 3D로 변환하는데요,
이와 유사하게 매직3D는 텍스트에서 저해상도 3D 모델을 생성한 다음 고해상도로 최적화하는 2단계 프로세스를 사용합니다. 그 결과 매직3D는 텍스트 프롬프트에서 고품질의 3D 출력을 빠르게 제공할 수 있습니다.
◼ 중국 기업과 대학이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뇌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컴퓨터에 연결해주는 헤드셋 형태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용 오픈 소스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중국 텐진 대학이 CEC 클라우드 브레인 및 BCI 스타트업 스우위쉬 인텔리전스 테크놀로지와 공동으로 개발했는데요, 뇌-기계 인터페이스라고도 하는 BCI는 사용자의 뇌 활동을 메시지나 명령으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뇌의 전기 활동과 컴퓨터 또는 로봇 팔다리와 같은 외부 장치를 연결해주는 통신 경로 역할을 합니다. BCI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뉴럴링크를 설립해 개발에 나서면서 관심의 대상이 된 기술이죠. 지난해 뉴럴링크는 뇌에 칩을 심은 원숭이가 머릿속 생각만으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비디오를 공개해 눈길을 모았습니다.
◼ 대규모 데이터 분석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 집약적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할 수 있는 혁신적이면서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컴퓨터 아키텍처 연구가 시작됐습니다.
컴퓨팅 설계를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함에 따라 인텔, 퀄컴, AMD 등 칩 제조업체들이 대체 아키텍처 개발에 머리를 맞댄 건데요, 미국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이 미 육군 연구소와 함께 인텔리전스 커뮤니티가 데이터 분석 임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파스 컴퓨팅' 기반의 새로운 컴퓨터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애자일(AGILE) 프로그램을 공개했습니다.
새로운 아키텍처는 데이터 이동 거리를 단축하고 정보를 보다 효율적이고 지능적으로 처리하며 결과를 더 빠르게 생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합니다.
◼ 음악을 듣고 이에 어울리는 춤을 만들어 내는 AI 안무가가 등장했습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원들이 음악을 입력하면 이에 맞춰 사실적이고 물리적으로 그럴듯한 춤을 만들어 주는 AI 도구 '엣지'를 공개했습니다.
엣지는 고품질 댄스를 생성하기 위해 음악 특징 추출기인 '주크박스' 모델과 이미지 생성 AI에 활용된 '확산 모델'을 사용합니다. 또 관절 컨디셔닝 및 인비트윈을 포함해 댄스에 적합한 편집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어서 지난주 주요 기업들 동향 전해드립니다.
업계 주요 동향
◼ SK텔레콤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글로벌화를 위해 파트너 확대 및 기능 업데이트, 신규 K팝 콘텐츠 추가에 나섰습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를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49개국에 동시에 출시하는 한편 K팝 콘텐츠를 활용해 해외 파트너들과 공동 콘텐츠를 개발하고 소통 기능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최고의 소셜 메타버스로 성장시키겠다 발표했습니다.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지원하며 안드로이드와 iOS 버전을 같이 출시합니다. 기존 앱에서 국내외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나 기존에 설치한 이프랜드 앱은 해외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
◼ 국내 중소기업이 만든 도심항공교통(UAM) 기체가 첫 시험비행을 마쳤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김포 아라마리나에서 관계자와 시민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브이스페이스와 볼트라인이 제작한 UAM 기체 비행 시연 행사를 개최해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국토부가 개최한 UAM 비행 시연 행사에서 국산 기체로 시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기체는 최대이륙 중량 250㎏, 최고시속 95㎞, 비행시간 15분입니다.
◼ 의료 AI 기업 뷰노가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 학습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능동적 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대회인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eurIPS)에서 발표합니다.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는 1986년부터 개최된 국제학술대회로, 이 분야에서 가장 권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뷰노의 이번 연구는 능동적 학습 알고리즘을 개발 및 제안하는 것으로, AI 모델을 개발할 때 데이터를 학습 가능한 형태로 가공하고 일종의 정답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레이블링' 방법에 대한 연구입니다.
능동적 학습 알고리즘은 AI가 아직 가공하지 않은 이미지 데이터 중 어떤 이미지에 먼저 레이블링할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 휴렛패커드(HP)가 PC 수요 급감에 따라 오는 2025년 말까지 인력의 약 10%를 감축할 계획입니다. 최대 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감원 계획입니다.
HP는 현재 약 6만1000명에 이르는 직원 가운데 4000~6000명을 해고해 연간 14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합니다. 구조조정 비용이 약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HP는 3분기 매출이 11.2% 감소한 148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정리 해고를 발표했습니다. PC와 노트북 판매를 담당하는 HP의 개인용 시스템 사업은 전년 대비 13% 감소한 10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프린터 사업은 7% 감소한 45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