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공지능(AI) 업계는 짧은 시간에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생성 모델을 지켜보면서 감탄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면 달라져 있는 생성 모델로 여러 사건이 벌어졌다.
미국 기술매체 아스테크니카가 올 한 해 AI업계의 이목을 끈 7개 사건을 정리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부분 생성 AI의 발전과 관련된 일들이었다.
1. 달리2(DALL-E2)의 등장
오픈 AI가 지난해 공개한 달리1에 이어 올해 4월 선보인 달리2는 획기적 품질 개선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달리1이 그렸을 때는 다소 흐릿했던 ‘아보카도 의자’ 그림이 달리2에선 1024x1024의 고해상도로 뚜렸해졌다.
달리2는 명령글을 입력하면 자유자재로 환상적인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며 이용자들을 사로잡았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달리2로 생성한 이미지들이 곧바로 쏟아졌다. 공개 초기 부작용을 우려해 이 도구의 이용을 제한했던 오픈AI는 9월에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빗장을 풀고 이름도 달리로 통일했다.
달리의 비약적 성능 개선은 ‘확산(diffusion)’ 모형이라고 부르는 알고리즘의 발전이 뒷받침됐다. 이 알고리즘은 다른 이미지 생성 AI도구들의 출현에도 배경이 됐다.
2. 챗봇 람다(LaMDA) 지각 보유 주장
7월초 구글의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은 대화형 언어생성모델인 람다가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회사 안팎에서 했다. 르모인은 람다와 종교나 철학에 대해 채팅을 했고 글을 생성하는 이 AI모델이 진정한 지능을 가졌다고 믿게 됐다.
그는 이에 따라 람다에게 인간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회사측과 마찰을 빚었다. 구글은 이에 대해 람다는 르모인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말해줬을 뿐이라며 지각이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오픈AI의 GPT-3 처럼 람다도 수많은 데이터로 사전에 훈련된 AI도구로 르모인이 입력한 프롬프트에 대해 심층적인 이해 없이 대화의 맥락상 다음에 올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르모인은 강제 휴가 명령을 받았다가 결국 내부 데이터 유출 금지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해고됐다.
3. 단백질 구조 예측한 '알파폴드'
7월에 구글의 AI연구소인 딥마인드는 AI 모델인 알파폴드가 2억개가 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해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딥마인드는 알파폴드가 구축한 데이터 베이스를 공개해 의약과 생물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단백질은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다. 구조를 알면 과학자들이 통제하고 수정할 수 있다. 따라서 단백질 구조를 아는 것은 신약개발에서 특히 도움이 된다.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알파폴드의 성과를 “인류에 대한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4. 오픈소스로 공개한 '스테이블 디퓨전'
8월 하순에 스태빌리티AI는 오픈AI의 달리와 같은 이미지생성 AI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공개했다. 이 도구는 처음부터 오픈소스로 공개되고 훈련데이터 역시 공개됐다.
이 도구의 개방성은 제한없는 이미지 생성이 가능하게 했다. 또 달리와는 다르게 GPU가 충분한 개인용 컴퓨터에서도 구동돼 더 많은 이용자들을 모을 수 있었다. 반면 느슨한 이용조건이 도구의 오남용으로 바로 이어져 가짜 뉴스나 포르노그라피, 아동 성착취물의 생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다른 한편으로 스테이블 디퓨전은 오픈소스 생턔계에서 여러 웹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들을 다양하게 창출하고 있다. 11월 하순에 이미지 품질이 개선된 버전2가 공개됐다.
5. 생성 AI로 그린 그림으로 미술대회 우승
8월초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제이슨 앨런이 주 정부가 주최한 예술 경연 대회에서 ‘우주 오페라 극장’이라는 작품으로 디지털 예술 부문의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이미지생성 AI인 미드저니를 이용해 만들었다.
예술계는 발칵 뒤집어졌고 소셜미디어에서 예술의 본질에 대한 논쟁이 격렬하게 이어졌다. 컴퓨터 과학자들은 AI의 이미지 생성이 피할 수 없고 긍정적인 기술 발전이라고 보지만 예술가들은 실존적인 위협으로 보고 있어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또 이미지 생성 도구들이 화가들의 작품을 훈련 데이터로 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저작권 문제도 불거졌다.
6. 전략 보드게임에서 인간 이긴 메타 '시세로'
11월에 메타는 AI도구인 '시세로(Cicero)'가 디플로머시라는 온라인 게임에서 인간을 이길 수 있다고 발표했다. 디플로머시는 이기기 위해서는 참여자들과 설득과 협력, 협상을 해야 하는 소셜 게임이다.
메타는 특히 이 도구가 자신을 다른 게이머로 여기도록 참여자들을 속일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메타는 시세로가 사람이 플레이한 게임에서 나온 대화들을 학습하게 했다. 또 게임의 진행상황을 관찰해 다른 게이머가 어떻게 행동할 지 예측하도록 훈련시켰다.
메타는 이 모델이 차세대 비디오게임을 고안하거나 인간과 AI의 소통을 확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이 기술은 사람을 흉내내면서 다른 사람을 조종하거나 속일 수도 있다.
7. '챗GPT' 세계에 말을 걸다
11월 마지막날 오픈AI는 대규모언어모델인 GPT-3에 기반한 챗봇인 챗GPT를 공개했다. 누구나 써볼 수 있게 했고, 공개 5일만에 이용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인터넷 검색은 할 수 없지만 지난해까지 축적된 책과 뉴스기사, 블로그글 등 엄청난 데이터를 학습한 챗GPT는 대화를 나누면서 질문에 신중한 대답을 제공한다. 시를 쓰고 어려운 코딩 문제도 풀어낸다.
챗GPT가 일반인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다른 방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는 검색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색 광고 수익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구글은 이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순다르 피차이 CEO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챗GPT의 위협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