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호모사피엔스라고 부르는데는 이유가 있다.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간은 우수한 판단력과 이성, 그리고 풍부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다른 종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특성이다.
그러나 호모사피엔스는 한계점도 명확하게 지니고 있다. 계산속도가 느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력이 희미해 진다. 노화와 죽음도 피할수 없다. 자동차보다 달리는 속도가 느리고, 피부가 약해 총이나 칼을 막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 됐다. 1.4㎏ 밖에 안되는 뇌 덕분이다. 인간의 뇌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물건을 만들어 냈을 뿐만아니라 언어와 문자를 통해 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일도 해냈다. 인간이 발명해 낸 도구는 점점 고도화돼 지구상의 어떠한 생물도 재현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인간이 최근 들어 뇌까지 만들기 시작했다. 초기 인공지능은 개와 머핀을 구분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간의 예상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 생각만으로 컴퓨팅을 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뇌가 만들어 낸 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작업이다. 일런 머스크가 창업한 뉴럴링크에서 하고 있는 연구다.
인간은 말초신경에서 느낀 감각을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를 통해 뇌로 전달한다. 또 뇌의 연합뉴런을 통해 다시 말초신경과 소통한다. 정보를 전류 형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세포다. 인간의 뇌에는 약 1000억개의 뉴런이 있다.
뉴런은 나트륨(Na)과 칼륨(K) 이온이 이동하면서 생기는 농도차에 의해 만들어지는 전압으로부터 전류를 만들어 낸다. 뉴런을 연결하는 시냅스(synapse)는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신호를 화학물질로 변환해 건네주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이 때 의미있는 활동전위를 만들어 내는데, 활동전위는 전기장을 발생시킨다. 이 전기장의 신호를 다른 장치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인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뉴럴링크의 연구 이론이다.
일종의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개념이다. BCI는 1960년대 등장해 1990년대 말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생체신호를 인식하는 장치를 개발해 뇌의 신호를 정확히 얻어내는 연구와 패턴을 분석하는 연구였다.
뇌 연구는 신호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다 보니 헬멧을 쓰는 비침습 연구에서 두개골을 뚫어 연결하는 침습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
유타 어레이를 뇌에 직접 연결, 뇌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컴퓨터로 보내는 연구를 진행한 기업이 있다. 브레인게이트다. 지난 2004년에 동물 실험으로 성과를 입증했고, 지금까지 4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한명이 하반신 마비 풋볼 선수인 매튜 네이글이다. 2004년에 브레인게이트 이식을 받았다. 생각만으로 전등을 끄고 켤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이고 오작동을 종종 일으킨다고 한다.
아직은 실용화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칩을 이식할 때 뇌조직 손상이 일어날 수 있고, 100개 전극으로는 뇌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받는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가운데 뉴럴링크는 실용화에 중점을 둔 연구로 세계인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뉴럴링크는 특히 3000개 이상의 전극을 심어 뇌 신호를 정확하고 빠르게 받는데 성공했다. 또 뇌에 문제를 일으킬 확률을 줄이기 위해 이식 로봇을 개발해 동물에게 19번 수술, 87%의 성공률을 보였다.
뉴럴링크 특수한 주문형 반도체(ASIC)를 이용해 뇌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도 개발했다. 이 특수칩을 쥐에게 이식해 데이터를 전송받는데 성공했다. 이는 뉴런이 내는 신호의 85.5%를 수신할 수 있게 된 쾌거였다.
뉴럴링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0년 8월 1024개 채널을 갖춘 칩 크기를 직경 2.3㎝ 동전 크기로 줄이고 무선충전까지 가능하게 업데이트했다. 두개골에 구멍을 내 1024개의 얇은 전극을 심는 수술 방법도 개발했다.
쥐와 돼지 및 원숭이 임상실험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을 하기까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또 현재 BCI 연구는 뇌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보다는 읽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BCI 기술은 몸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임에 분명하다.
시장 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BCI 시장 규모는 연평균 14.3%씩 성장해 오는 2027년에는 35억85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BCI 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약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21년 9월 발족한 ISO/IEC JTC 1/SC 43 BCI 국제표준 위원회에 우리나라도 참여하고 있지만 R&D 투자는 미국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못내 아쉬운 점이다.
조영임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yicho@gachon.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