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글로벌 기술 대기업들을 겨냥하는 규제법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규제법인 인공지능법(AIA)을 비롯해 디지털서비스법(DSA)과 디지털시장법(DMA)이 유럽연합(EU)에서 2년이 넘는 논의와 절차를 거쳐 만들어졌다. EU의 ‘규제 3법’의 실제 집행 시기는 DSA, DMA, AIA의 순이다.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
우선 DSA는 페이스북과 틱톡,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들을 규제하기 위한 법으로 지난해 11월 16일 발효됐고 다음달 25일부터 집행된다. 이 법은 가짜 뉴스와 같은 유해 콘텐츠를 플랫폼이 걸러내지 못하면 제재할 수 있다. 전 세계 매출의 6%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고 서비스를 중지시킬 수도 있다.
이 법은 벌금을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한다. ‘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로 분류되는 기업은 법정 최고 벌금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 기업은 벌금 상한을 낮춰서 적용한다. 이와 관련해 아마존은 이 법상 VLOP로 지정되자 부당하다면서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유럽 일반 법원에 최근 제기했다.
DSA에는 이와 함께 지난해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생성 AI를 반영하는 조항이 들어갔다.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은 AI로 생성된 콘텐츠는 ‘표시(라벨)’를 붙이고 서비스가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 장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 법 적용 대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키피디아와 유튜브도 대상이고 빙 등 검색엔진 17개도 포함된다. EU측은 이 법의 시행을 앞둔 공백 기간에 적용 대상 기업들이 자율 규제 형식인 ‘‘허위정보 방지 규준(anti-disinformation code)’에 가입하도록 종용해 44개 기업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당초 이 규준에 동의하고 서명까지 했다가 AI 콘텐츠 표시나 안전 장치 마련이 기술적올 힘들다며 탈퇴했다. EU 측은 이에 “실수한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데 이어 실무팀을 트위터의 미국 본사에 보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했다.
이 시험 결과 실제 법이 시행되면 트위터의 유럽 지역 서비스는 DSA 위반에 따른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자 트위터는 모범규준을 다시 받아들였다.
EU 측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EU 측은 러시아의 가짜 뉴스 캠페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데 따라 이 법 집행에 무게를 싣고 있다.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 Act, DMA)
다음으로 이른바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DMA는 기술 대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는내용의 법으로 지난해 11월 1일 발효됐고 올해 5월 2일부터 시행중이다. 이 법은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있는 대기업을 ‘게이트키퍼’로 분류해 의무와 금지 사항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게이트 키퍼’ 선정작업이 9월 6일을 시한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최종 지목된 기술 대기업은 이로부터 6개월이 지나는 내년 3월 6일까지 DMA가 요구하는 의무 사항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의무사항은 공정하고 개방된 디지털 시장 형성과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구현에 초점을 맞춘다. 이 가운데는 “최종 사용자가 게이트키퍼의 운영 체제에 타사 앱 또는 앱 스토어를 설치하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에 따라 애플의 경우 기기에 앱스토어 외에 안드로이드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는 구글 플레이를 설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내년 3월 6일 이후 DMA가 의무화 하거나 금지하는 내용을 따르지 않으면 전 세계 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반복해서 어길 경우는 20%까지 벌금을 물릴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DMA는 시장 경쟁에 따라 더 저렴한 가격으로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게 되고 개인 데이터의 보호도 강화되는 장점이 기대된다.
인공지능법(Artificial Intelligence Act, AIA)
AIA는 지난달 14일 유럽의회를 통과해 현재 EU의 집행위원회와 의회, 각료이사회의 3 기관간 협상 절차에 들어가 있다. 올해안에 최종안을 만들어 낸다는 목표다. 이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이 대부분 속해 있는 미국과 EU간의 협상 결과에 따라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쟁점은 안면 인식 기술을 위험기술로 분류해 금지하는 조항과 생성 AI 규제와 관련된 조항이다.
안면인식 기술은 얼굴 사진을 분석해 신원을 확인하는 기술이다. AIA는 일반인의 얼굴을 동의 없이 찍고 분석하는 것을 인권을 침해하는 ‘매우 위험한 AI’로 구분해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EU 회원국 각료들로 구성된 EU 각료이사회도 향후 3자 협상 과정에서 법 집행기관이나 국경 수비대 등에서는 금지 조항의 예외가 인정돼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 지도자들이 향후 최종안 협상에서 안면인식 기술 전면 금지 방침은 철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생성 AI와 관련해서는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훈련데이터에 대해 저작권을 일일이 밝혀서 문서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이 뜨거운 감자다. 기술 기업들은 방대한 데이터의 저작권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호소하고 있어서 최종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AIA는 최종안이 마련된 뒤에도 시행은 2025년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예 기간을 둘 수도 있고 각국의 개별 법과 통합하는 과정이나 규제 실무 역량 마련 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EU측은 이 공백기간에도 AI 규제를 행정지침이나 모범규준 형태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어서 내년부터는 실질적인 AI 규제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AI 규제
한편 중국은 지난 14일 생성 AI에 대한 규제 지침 24개 조항을 발표하고 다음달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AI에 대한 규제는 중국이 가장 먼저 실행하게 된다.
중국의 규제안은 콘텐츠 관리가 중점이다. ‘사회주의적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는 중심 원칙을 세우고 생성 AI 서비스는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제공할 수 있는 ‘라이선스 제도’를 도입했다.
중국 당국은 하지만 미국과의 AI 개발 경쟁을 의식해 지난 4월 발표했던 초안보다 상당히 완화된 규제틀을 마련했다. 기업의 AI 경쟁력 확보를 의해 규제 위반에 대한 처벌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등 친 기업적 방향으로 돌아섰다.
정병일 AI타임스 전문위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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