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수술 중 하나인 백내장 수술에 인공지능(AI)을 도입, 성공률을 높였다는 설명이 나왔다.
미국의 컴퓨팅 전문 기업인 매스웍스(MathWorks)는 의과 전문의인 워런 힐 박사와 협업, 자동차 엔진 보정 최적화를 위한 AI 모델링 기술을 적용해 백내장 수술의 성공룰을 개선했다고 13일 밝혔다.
매스웍스는 AI가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진단 보조뿐 아니라 직접적인 안과 수술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백내장 수술 시 뿌옇게 흐려진 안구의 자연 수정체를 제거하고 ‘안내렌즈(IOL)’라는 인공 수정체를 삽입하게 되는데, 이때 AI가 안내렌즈의 선택을 돕는다는 것.
백내장 수술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안내렌즈 굴절력은 일반적으로 ±0.50D(디옵터, 굴절력 측정 단위)면 합격점으로 간주한다. 안과의들은 가우스 광학에 기초한 공식에 의존해 안내렌즈 굴절력을 추정해왔지만, 사람마다 안구 측정값 편차 때문에 인공 수정체의 굴절력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힐 박사는 “기존 수학 공식만으로는 정확한 답을 얻기 힘들었다”며 “의학 지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동차 산업에서 힌트를 얻은 AI모델링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힐 박사는 자동차 엔진 보정 최적화를 위한 복잡한 엔진 동작의 모델링에 쓰이는 방사형 기저 함수(RBF)를 적용해 광학 굴절력을 최적화할 수 있다고 보고, 이 분야의 전문가인 매스웍스의 엔지니어들과 협력했다고 밝혔다.
우선 방사형 기저 함수 모델 세팅과 데이터 훈련을 위해 베일러의과대학 안과 교수진과 협력했으며, 미국과 전 세계 동료 안과의를 통해 하그-스트레이트(Haag-Streit)의 장비인 렌스타(Lenstar)로 수술 전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렇게 모인 802개의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첫 테스트에 성공, 이후 3400여건의 큰 데이터셋을 활용해 AI 굴절력 계산기(힐-RBF 계산기)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배포했다. 기존 가우스 공식의 성공률이 78%인 것과 비해 AI를 도입한 계산기는 결과의 90%가 ±0.50D에 이르는 정확도에 달했다고 매스웍스는 설명했다.
매스웍스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2800만건의 백내장 수술이 실시된다"며 "결과가 12% 개선되면 수술 성공 사례가 약 340만건 더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후 데이터셋을 1만2000개로 확대하고 AI 모델을 개선한 두 번째 버전은 전 세계 200만건의 수술에 활용됐다고 전했다. 최근에 출시한 세 번째 버전에 이어 북미뿐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국가의 데이터를 포함한 새로운 버전의 AI 계산기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눈은 모집단에 따라 해부학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안과는 의료 분야 중 AI 도입 비중이 큰 분야로 알려져 있다. 이리트 바하 베일리슨 병원 안과 교수는 지난해말 열린 '베일리슨 혁신 & AI 컨퍼런스'에서 "백내장 수술에 AI는 매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이처럼 AI는 안과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용되며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안과 수술을 위한 눈 스캔 기술은 '알티스 AI'라는 휴대폰 앱으로도 출시될 정도로 보편화됐다. 옵티모 메디컬 AG라는 업체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해 환자의 각막과 동일한 가상 환경을 만들고 수술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내놓기도 했다.
매스웍스는 "지난 40년간 힐 박사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백내장 수술의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며 “수술 전에 정확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능성을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은 안과 수술 사상 최초”라고 말했다.
한편 매스웍스는 1984년 설립된 테크니컬 컴퓨팅 소프트웨어 분야의 리더로 미국과 유럽 등 16개국에서 5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통신과 반도체, 자동차, 국방, 항공, 금융 등 분야에 175여개국 400만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