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애플, MS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가상현실(VR) 헤드셋 부문에서 주춤하는 사이 중국 기업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2일(현지시간) 중국 스타트업 피코가 지난해 3분기에 세계 VR 헤드셋 시장의 15%를 점유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메타에 이어 세계 시장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피코는 중국 바이트댄스가 2년 전에 인수해 육성하고 있는 VR용 헤드셋 분야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시장 점유율이 전년동기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세계 시장을 장악해 온 메타의 시장 점유율은 90%에서 75%로 낮아졌다. IDC 집계 결과다. 다른 VR헤드셋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3%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 기업의 강세는 대당 450달러(약 57만원)라는 가격경쟁력 덕분이다. 메타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퀘스트2'는 가격이 1500달러(약 191만원)와 비교하면 3분의 1도 안되는 수준이다.
VR 헤드셋 시장에서도 중국산 저가 공세가 먹혀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피코는 미국에서는 소비자용 헤드셋을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메타의 헤드셋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다. 반면 피코는 유일하게 출하량을 늘렸다. 지테시 우브라니 IDC 조사팀장은 "지난해 메타가 '퀘스트' 가격을 100달러 올리면서 소비자들이 피코 제품으로 이동했다"면서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더 좋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세계 헤드셋 시장 경쟁은 점점 뜨거워질 전망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가 올해 말 강력한 기능을 갖춘 신제품을 출시한다. 다만 애플 신제품은 가격이 3000달러(약 382만원)에 달해 가격경쟁력에서는 중국산과 경쟁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MS도 하반기에 기업용 혼합현실 헤드셋 '홀로렌즈'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최근 메타버스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감원까지 실시해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든 상황이다.
정병일 위원 jbi@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