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목적을 위해 설계한 대형 건물 건설현장. 워낙 다양한 용도에 복잡하게 얽힌 설계 때문에 위험요소도 많다. 특히나 건설 작업 도중에 사소한 문제라도 하나 발생하면 그만큼 골치아픈 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위험하고 복잡한 건설현장에 직접 모이지 않고도 원격지에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모든 요소를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건설 현장에 가서 직접 둘러보지 않고 가상공간에서 진척사항을 체크하고 변경 내용을 확인하거나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상황에 따른 최적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이같은 환경을 현실화 하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바로 개방형확장현실(OXR) 융합연구단(단장 조금원)이 진행하고 있는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협업 플랫폼 연구다.

OXR융합연구단은 지난 2021년 말 출범한 연구조직이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한국한의학연구원 등 4개 정부출연연구소가 뭉쳤다. 

목표는 100명 정도의 연구원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실증하는 것.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API도 공개할 방침이다. 현재 4개 연구원에서 약 70명의 연구원이 참여해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융합연구과제는 총 5개를 진행한다. KISTI에서 맡은 '개방형 고품질 XR 협업 플랫폼 개발'과 'XR 플랫폼 기반 콘텐츠 저작도구 개발' 과제 및 KAIST가 주관하는 '고품질 몰입형 협업 요소 기술 개발' 과제가 있다. 또 건기연은 '개방형 XR 기반 건설 협업 서비스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 한의학연은 '개방형 XR 기반 실버 헬스케어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를 맡았다.

실감형 오픈XR 융합연구 사업 개요(자료=KISTI)

이번 연구의 핵심 가치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고품질 협업을 이끌어 내는 데 있다. 이질적인 비대칭 환경에서도 다기종ㆍ다자간ㆍ다분야 고품질이 가능한 XR 협업 플랫폼을 개발하고, 디지털 트윈을 기반으로 최적의 공존 공간을 제공해 고몰입 이기종ㆍ다자간 상호 협업 관계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멀티모달 협업을 위한 인터랙션 기술 및 공존감 향상 요소를 개발해 교육ㆍ협업ㆍ의료분야 서비스로 실증할 계획이다. 

목표 수준은 15종 이상의 기기와 6종 이상의 운영체계(OS)에서 100명 이상이 동시에 상호작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스케일의 XR 공간을 제공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XR 콘텐츠 저작도구 및 고품질의 디지털 트윈 기술도 개발할 계획이다.

실감형 오픈 XR 융합 연구 후 예상되는 건설협업 서비스 구현 모습(자료=KISTI)
실감형 오픈 XR 융합 연구 후 예상되는 건설협업 서비스 구현 모습(자료=KISTI)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몰입형 기기 간 고품질 시각ㆍ청각ㆍ촉각 상호작용 기술을 개발하고, 다기종간 상호작용도 실시간 동기화할 계획이다. 몰입감 향상을 위한 객체 인식 및 손 동작 인식 오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한다.

이같은 작업을 위한 인프라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터 '누리온'을 활용한다. 누리온은 KISTI 국가슈퍼컴퓨터센터에 구축한 25.7페타플롭스(PF) 규모의 슈퍼컴 5호기다.

전체 사업은 2단계로 나눠 진행한다. 우선 오는 2024년 말까지는 1단계로 기초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2025년부터 3년간은 2단계로 실증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아직은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개발자들이 메타버스 공간에 모여 회의를 하는 것이야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메타버스 공간에 현실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을 만족시켜주는 연구 환경을 조성하고, 그 곳에서 실시간으로 협업을 한다는 것은 아직 꿈에서나 가능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감형 오픈 XR 융합 연구 후 예상되는 협업 체험 교육 서비스 구현 모습(자료=KISTI)
실감형 오픈 XR 융합 연구 후 예상되는 협업 체험 교육 서비스 구현 모습(자료=KISTI)

조금원 단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사실이 걸림돌이기는 하지만 핵심기술을 권리화 할 수 있도록 우수 특허를 확보하고, 표준화 가능한 최고 수준의 연구실적을 도출해 내면 문제될 것이 없다"면서 "2단계 실증 사업까지 마치면 경쟁력을 충분히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연구의 목적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XR 선도기술을 확보해 국내 중소기업들도 공공목적의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방형 협업 XR 플랫폼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라며 "교육, 건설, 헬스케어 등 3개 핵심분야에서 협의체를 구성해 수요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구현, 보급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juyoung0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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