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이 인공지능(AI)의 위험을 다루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명탐정 코난 흑철의 어영'은 지난달 14일 개봉한 이후 2주차까지 일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다 현재는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AI 기술이 수사 및 범죄 기법으로 등장한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지능화 범죄를 바라보는 메시지도 담겨있어 관심을 모았다. 실제 영화에서는 초거대 AI부터 딥페이크까지 최근 주목받는 AI 기술이 다수 등장했다.
◆ 바다 위에 지은 초거대 AI 시설
영화 중 인터폴은 일본 도쿄 하치조지마 인근 해상에 '퍼시픽 부표'라는 시설을 건설한다. 이는 전 세계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방범 카메라와 그에 관한 데이터 등을 연결하기 위한 시설이다.
여기에서 해상에 시설을 지은 이유도 '전문적'으로 풀어냈다. 민간인 접근 방지 등의 보안상의 문제도 감안한 것이지만, 초거대 AI의 운영에서 발생한 열을 해수를 통해 식히기 위함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의 쿨링에는 담수를 사용하지만,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시스템 표면을 코팅해 바닷물로 식히고 있다.
◆ AI 활용 안면인식 기술 '노소 인증 시스템'
퍼시픽 부표의 본격 가동을 위해 인터폴에 가입한 세계 각국의 엔지니어들이 모인다. 이곳에서는 엔지니어 중 한명인 나오미가 개발한 '노소 인증 시스템'이 비밀리에 테스트 중이었다.
이 시스템은 방범 카메라 영상을 토대로 AI가 특정 대상을 인식, 어릴적 모습부터 노화한 모습까지를 추정·대조해 특정 인물이 언제 어느 위치에서 활동을 했는지 쉽게 파악이 가능한 기술이다.
그동안 범죄와 관련한 요주 인물들을 찾을 수 있는 핵심 키가 바로 이런 AI 기술이었다. 그러나 검은조직이 이 시스템을 가로채면서 코난 일행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 코난마저 헷갈리게 한 '딥페이크'
명탐정 코난을 대표하는 살인 사건이 이번에도 일어난다. 하지만 이번 범인은 과거와는 달리 하이테크를 이용해 교묘하게 수사망을 피해간다. 바로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영상을 만들고 알리바이를 조작해 혼란을 준 것이다.
이는 실제로도 일어난 사건이다. '책임 있는 AI 협업체'가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 'AIID'에 따르면, 올해 2월 미국 뉴욕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AI 딥페이크 관련 영상을 제작해 인근 중학교 교장의 명예를 훼손시킨 사건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이런 디지털 범죄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선한 소재로 현지 관람객들 분위기↑
지난 6일은 일본의 '골든위크' 시즌이었다. 개봉 4주차라 예매까지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몰려드는 관객으로 인해 극장 도착 2시간을 넘긴 뒤에서야 가까스로 입장할 수 있었다.
영화를 관람한 야마우치씨는 "우리 사회가 AI 기술의 긍정적인 면만 봐왔던 것 같다. 흥미진진했던 영화의 전개도 좋았지만, 다시 한 번 AI에 대한 어두운 면을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 이마무라라는 관객은 "어릴적에 봤던 것과는 다르게 심오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라며 "세계 각국이 AI 윤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명탐정 코난도 이처럼 시대에 맞춰 소재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18년 개봉한 '제로의 집행인'에서는 사물인터넷(IoT) 해킹을 통해 자동차 사고 테러를 일으키는 장면이 등장했다.
나호정 기자 hojeong9983@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