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엔진에 인공지능(AI) 챗봇을 결합하는 것이 이제는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고에 크게 의존해 온 비즈니스 모델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고가의 인공지능 챗봇을 사용하는 만큼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야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한 상황입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일각에서는 검색 방식이 변하면 광고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검색광고 시장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AI 챗봇을 도입하면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 분명하고, 이는 광고 효과 상승으로 이어져 매출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색엔진을 사용하는 방법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기 위해 키워드를 입력하는 것이었습니다. 검색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확인하면 됐습니다.
검색엔진은 입력된 키워드를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추정, 관련 웹사이트나 웹문서를 제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에 익숙합니다.
챗봇을 활용한 검색 방식은 조금 다른데요. 이 방식은 키워드 검색보다는 자연어 처리를 통해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답변하는 데 주력합니다.
검색 결과도 여러 웹사이트나 웹문서를 제공하는 대신 필요한 정보를 요약해 제시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챗봇이 질문자와 상호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이전 질문을 기억하고 연관성을 고려해 답변을 제공하는데, 기존의 독립적인 정보 제공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런 차이 때문에 AI 챗봇을 도입할 경우 검색광고와 같은 영역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검색 사용자를 웹사이트로 유입시키는 데에 검색광고가 사용되는데, 챗봇이 요약해서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검색엔진은 광고를 표시할 공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구글과 같은 기업은 광고 수익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반대로 광고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AI 챗봇이 검색 기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건데요. 사용자가 챗봇을 통해 얻은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하려고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또 챗봇의 검색 기능 자체를 기존 검색 결과에 포함된 광고와 함께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사용자가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지 않고 검색엔진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트래픽이 증가할 것이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도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MS)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검색엔진 ‘빙(Bing)’의 챗봇 검색에 광고를 결합하는 형식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는데요. AI 챗봇이 생성한 응답에 전통적인 검색광고나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결합하는 형태입니다.
MS는 챗봇 검색에서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응답에 유료 링크를 포함시키는 광고 형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존 검색광고를 챗봇의 응답에 삽입하는 것입니다. 이미 일부 사용자를 대상으로 광고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주요 광고대행사와 함께 수익 창출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MS는 다른 광고 형태도 준비중입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서울에서 가장 좋은 호텔은?"이라고 검색하면 해당 관련 호텔의 광고가 표시되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챗봇 응답에 노출되는 광고는 기존 검색광고보다 더 높은 주목도를 얻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MS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MS는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원)를 투자하면서 AI 챗봇을 통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을 높이려 하고 있습니다. 구글이 위기를 느끼는 이유입니다.
MS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아직 3%에 불과하지만, 그만큼 광고 비중이 낮아서 구글이나 다른 광고 중심 기업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MS가 치고 나서자 다른 검색 기업들도 바빠졌는데요. 구글은 곧 AI 챗봇 '바드(Bad)'를 검색에 적용할 예정이고,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상반기에 '서치GPT'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챗봇 검색에 광고를 즉시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요. 광고성 정보를 제공하면 검색 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주인 기업 입장에서도 검색 오류나 윤리 문제 등 한계를 드러내는 현 챗봇 검색에 광고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제프 딘 구글 AI 책임자는 최근에 "구글은 더 우수한 챗봇 엔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검색에 활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광고 모델에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라며 아직 수익화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MS는 광고 비중이 작아 큰 손실을 입지 않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클라우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한편으로는 광고를 대체할 수 있는 수익 모델로 구독형 서비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와 같은 유료 버전의 챗봇 검색을 월정액으로 구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월정액 20달러인 챗GPT 유료 버전은 정식 출시 사흘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는데요. 챗GPT 이용자의 유료 전환율이 5%라고 보면 월 (약 1270억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지난 1월 니바도 독자적인 AI 챗봇 ‘니바 AI(Neeva AI)’를 기반으로하는 구독 전용 검색엔진을 출시했는데요. 니바 AI는 검색 결과의 출처와 함께 검색어와 관련성이 높은 사이트를 요약한 답변을 보여줍니다.
또 멀티사이트 검색이라는 기능을 통해 이용자가 각 웹사이트 주소를 클릭해 들어가지 않고도 웹사이트 정보를 간략하게 제공해줍니다.
광고 없이 유료 구독을 수익모델로 삼고 있는데요. 일부 제한된 기능을 갖춘 무료 기본 버전과 월 4.95달러로 무제한 액세스가 가능한 프리미엄 버전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기존의 광고 수익 모델이 굳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이는 챗봇 검색이 기존 검색엔진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는 챗GPT에 질문을 하고 그 결과를 구글에서 재확인하거나, 필요에 따라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식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MS가 기존 검색창 옆에 빙 챗을 배치한 것은 수익 모델을 유지하면서 추가적인 효과를 얻기 위한 의도로 해석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검색 광고가 주로 키워드 매칭에 의존하는 반면, 챗봇 형태의 검색은 의미 기반 매칭으로 전환되었지만, 큰 틀에서는 여전히 기존 광고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들 전문가들은 해당 산업이 완전히 재편되는 것보다는 구글, 네이버 등 기존에 이미 강력한 입지를 가지고 있던 기업들이 더욱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챗봇 AI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여 광고 수익을 증대시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데요. 자연어 인터페이스가 기존 서비스에 통합되면서 이용자들의 시간을 더 많이 차지하고 검색을 더 자주 이용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또 사람들이 20년간 익숙하게 사용해온 구글 검색엔진에서 새로운 검색엔진으로 쉽게 옮겨가지는 않을 것이랴는 전망도 나옵니다. 오히려 챗GPT를 통해 구글이 AI 기반 검색을 광고 플랫폼에 빠르게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구글과 MS 중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검색 시장의 재편은 이미 진행중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유튜브, 틱톡 등 새로운 플랫폼을 검색 엔진으로 활용하는 추세입니다.
검색 시장 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에 따라 광고 가격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입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