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P 갤러리문 차원여행 전시장 외관
DDP 갤러리문 차원여행 전시장 외관

전시는 '공간'과 맞닿는다. 공간의 구조, 특성, 분위기가 주제와 잘 어우러지는 순간 '정말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이런 특유의 공간성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6월11일까지 진행하는 한-스위스 협력 전시 '차원 여행: Travel Across Boundaries'은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을 결합한 혼합현실(Hybrid Reality)은 물론 인공지능(AI) 활용의 미래까지 엿볼 수 있는 메타버스 관련 기획이다. 

언뜻 뻔하게 들리는 단어 '메타버스', 무엇이 대단하길래 두 나라에 걸쳐 이런 전시가 이뤄지는 걸까. 그래서 25일 직접 현장으로 향했다. 

DDP 갤러리문 외관
DDP 갤러리문 외관

곡선을 강조한 거대한 DDP 외관을 따라가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독채' 하나가 관람객을 반겼다. 거울 같은 창 위로 '차원여행'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전시장 내부의 한-스위스 수교 60주년 로고
전시장 내부의 한-스위스 수교 60주년 로고

그리고 전시장 입구에는 한-스위스 수교 60주년 기념 로고가 네온 빛으로 빛났다. 국가 간 교류를 강조하는 로고가 핑크빛 네온의 만화 캐릭터라니, 이질적이지만 신선하다. 

전시장 내부의 체험 그네
전시장 내부의 체험 그네

입구를 지나면 첫 섹션 '메타 관광'을 만날 수 있다. 텅빈 공간에 덩그라니 걸린 그네가 먼저 관람객을 맞았다. 

용도조차 가늠 못 할 그네의 생뚱맞음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 사실, 그네는 이번 메타버스 차원여행의 '대표 장치'다.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그네에 앉아 앞뒤로 흔들자, 이내 눈 앞에 스위스의 산과 도시, 그리고 멋진 하늘과 전경이 펼쳐졌다. '스위스에서의 나'도 그네를 타고 있다. 그야말로 현실과 가상이 엇갈리는 메타버스의 단면이다.

시각과 촉각, 행동과 시선 등 여러 감각을 조합한 첨단 메타버스 기법이다. 실제 풍경을 스캐닝, 리얼리티를 더욱 높였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그네를 타고 바닥을 내려다보면 땅이 아닌 '하늘'이 보였다. 관계자는 "위아래를 모두 하늘로 설정해 정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의도했다"고 말했다. '그네'와 '공중', '하늘'.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네 VR 체험 모습
그네 VR 체험 모습

짧은 스위스 여행을 마친 뒤 바닥에 QR코드가 그려진 장소로 이동했다. AR로 아인슈타인 동상을 만나볼 수 있고, 공중에 떠 있는 '스위스의 일상적 상징물'도 있다. 휴대폰으로 캡처도 가능했다.

또 빈 곳이 등장했다. VR 헤드셋을 쓴 채 가상 공간을 탐험하는 코너다. 관계자는 가상현실 화면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벽'에 부딪히는 관람객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서 목격한 가상 공간은 '교수의 방'과 '학생의 방' 두 가지 버전이다. 교수 사무실은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이나 정갈한 가구가 돋보이지만, 학생의 방은 널브러진 운동화와 노트북, 각종 브랜드 상품 같은 현실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도대체 왜 이런 걸 보여주는 걸까. 그 답은 이번 메타버스 공간을 제작한 곳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라는 데 있다. 그들은 스위스의 풍경, 명소와 더불어 '그들의 공간'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움직임으로 촉발되다' 전시 공간
'움직임으로 촉발되다' 전시 공간

가상과 현실의 불분명한 경계를 넘어서면, 이제 '인공지능'의 미래를 목격할 차례다. 그런데 '움직임으로 촉발되다'라는 섹션에는 20여개 비디오 화면이 정체불명의 화면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이는 평소에 만나기 힘든 동물을 인공지능 탑재 카메라로 포착, 움직임을 감지할 때만 촬영을 시작해 결과물을 얻어낸 결과다. 인공지능은 촬영뿐 아니라 영상 분석에도 사용했다. 동물의 종이나 특징을 인지, 서식지 분석까지 가능하다.

'움직임으로 촉발되다' 영상 속 동물의 모습
'움직임으로 촉발되다' 영상 속 동물의 모습

이곳에 담긴 동물 영상은 전 세계 곳곳의 연구 기관 네트워크를 통해 촬영한 결과다. 게다가 각지 전문가나 일반인들의 협조까지 받아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특히 서울 주택가의 길고양이와 비무장지대(DMZ) 속 야생 두루미도 보였다. 이 영상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이 수년간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다. 결국 이 공간은 인공지능이라는 기술뿐만 아니라 공간과 시간, 사람까지 통합한 결과물이다.

전시장 내부
전시장 내부

관람을 마치고 나니 '공간'이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서울 도심 속에 위치한 갤러리문 건물의 위치도 색다르게 보였다. 결코 거대하지 않은 전시장에서 이토록 '여러 장소'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이번 전시회의 의도이기도 하다.

'차원 여행'이라는 다소 거창한 제목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서울과 스위스를 동시에 느꼈고, 전 세계 여러 장소와 시간을 동시에 체험했다. 

'차원 여행' 협력 기획자인 김정현 독립 큐레이터는 "단순히 이 전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관련 연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며 "각각 다른 연구 결과물의 공통 분모를 찾다 보니 '차원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원래 전시 장소로 다른 후보가 있었다"며 "무언가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DDP 갤러리문과 차원여행이라는 주제가 딱 맞아떨어진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차원 여행 전시 전광판
차원 여행 전시 전광판

더불어 "스위스에서도 '메타관광' 전시를 선보인 적은 있지만 '차원 여행' 전시는 한국 단독"이라며 이번 전시의 특별함을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DDP 갤러리문에서 6월11일까지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잔여석이 있으면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자세한 전시 정보는 DDP 홈페이지 또는 2023 한-스위스 혁신 주간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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