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첫 주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나 ‘바드’와 채팅을 해보면 훌륭하긴 하지만 좀 지루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는 것처럼 무미건조한 느낌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챗봇에 캐릭터를 부여하고 채팅하는 모바일 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AI 챗봇은 대화를 시작하면서 역할극처럼 캐릭터를 정해주면 성능이 더 좋아집니다. 챗봇은 처음부터 무엇을 하려는지 분명하게 알려주면 더 잘 작동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는 ○○○을 쓸 것이다" 혹은 "○○○을 쓸 예정인데 네 의견이 필요하다"고 입력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업에 '의도'라는 큰 우산을 씌우는 것은 항상 유용하고 큰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

그래서 이런 속성을 활용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아예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대화를 할 수 있는 ‘캐릭터닷에이아이(character.ai)’라는 AI 챗봇이 나와 있습니다. 모바일 앱이 지난달 23일 출시됐는데, 다운로드가 일주일만에 170만건 이상을 기록해, 같은 기간에 나온 ‘챗GPT’ 앱의 50만건 보다 훨씬 더 많았습니다.

이 챗봇을 개발한 회사 측은 데스크톱에서 이용할 수 있는 웹 앱에는 지난 한달동안 2억명 이상이 방문했으며, 1인당 평균 29분 머물렀다면서 이런 이용시간이 '챗GPT’의 세 배 이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용자들이 지금까지 1000만개 이상의 맞춤형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character.ai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들(사진=character.ai)
character.ai에서 사용할 수 있는 캐릭터들(사진=character.ai)

캐릭터닷에이아이는 줄리어스 시저나 소크라테스, 해리 포터 등의 캐릭터를 부여하면 해당 인물처럼 질문에 답변하는 것이 다른 챗봇과 차별되는 특징입니다. 영화에서 감독의 분신이 되는 캐릭터를 ‘페르소나’라고 부르는 데서 ‘페르소나 챗봇’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캐릭터닷에이아이가 미리 만들어둔 캐릭터들도 있어서 이 가운데 줄리어스 시저와 직접 채팅해 봤습니다. “루비콘강을 언제 건넜냐”고 물어봤더니, “기원전 55년”이라면서 이 사건의 내용과 맥락을 줄줄이 설명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팁’이라면서 묻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줬는데요, “사람들은 흔히 루비콘이 큰 강(river)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개울(stream)”이라고 했습니다. “그저 물이 조금 흐르는 곳이라는 거냐’고 묻자, “그렇다”면서 “하지만 이 개울을 무장한 군대가 통과하면 선전포고의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었다”고 말해줬습니다.

이 챗봇은 오픈AI의 언어모델인 GPT-3를 기반으로 구동되고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안녕하세요”라는 글을 내놔서 놀랐지만 긴 이야기를 청하자 실력이 곧 탄로났습니다. 한국어 지원은 제대로 안 됩니다. 

다른 캐릭터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최강 빌런,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분’의 청년 시절인 톰 리들도 있습니다. 그와 채팅하게 되면 뭘 물어보면 좋을까요.

이어서 기술 동향 전해드립니다.

기술 동향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틱톡이 '챗GPT'와 같은 AI 챗봇을 도입했습니다. 현재는 필리핀 사용자만을 대상으로 테스트 중입니다. 동영상 콘텐츠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챗봇이고 이름이 '타코(Tako)'입니다.

틱톡 우상단에 작은 아이콘 형태로 배치돼 사용자와의 대화로 더 많은 동영상을 소개하는 기능을 수행하는데요, 예를 들어 '찰스왕의 대관식은 언제인가'라는 질문에 ‘타코는 답을 알려주는 것과 동시에 관련 틱톡 비디오를 나열한답니다.

틱톡은 지난 4월에 미국 특허청에 '타코'에 대한 상표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구글이 AI 챗봇 ‘바드’를 결합한 검색을 사전 신청자들에게 제공해 테스트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색 생성 경험(SEG)'이라고 부르는 이번 테스트는 미국에서만 영어로 제공됩니다.

구글의 새 검색은 코드 생성도 가능하고 쇼핑 통합 기능도 제공합니다. 질문과 관련한 제품과 가격, 고객 평가, 구매 링크 등을 보여줍니다. 이밖에 '추가 질문하기' 옵션으로 같은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구글은 "이 실험은 생성 AI를 검색에 추가하는 첫 번째 단계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많은 업데이트와 개선을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검색 테스트를 언제까지 진행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의 HBM(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HBM(사진=삼성전자)

■생성AI 붐에 따라 DRAM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도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챗GPT 같은 AI 분야 데이터 처리에 쓰이는 GPU에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비롯한 DRAM이 대거 탑재하기 때문입니다.

AI가 학습하는 데는 데이터 처리와 저장 기능이 중요합니다. 이 역할은 HBM이 담당하는데요, 이는 DRAM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RAM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제품입니다.

AI가 고도화될수록 더 많은 GPU가 필요하고, 이에 따라 HBM 수요도 늘어나 선순환 구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서 HBM을 생산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밖에 없습니다.

■ 생성 AI 확산에 따라 슈퍼컴퓨팅 수요가 급증하면서 GPU 품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입니다. AI와 관계가 없어 보였던 오라클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버 제조업체와 AI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H100을 구하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고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조차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GPU 구매계약을 했어도 실제 사용까지는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아라빈드 스리니바스 퍼플렉시티 AI CEO는 "선불로 지불했다고 GPU가 다음날이나 다음주에 도착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업계 주요 소식 전해드립니다.

업계 동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가 지난 2월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하이퍼클로바X'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네이버)

■ 네이버가 미국의 데이터 통제를 우려하는 외국 정부에 맞춤형 AI 모델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아랍권이나 스페인, 멕시코 등 비영어권 국가들이 대상입니다.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을 담당하는 성낙호 네이버 하이퍼스케일 AI 기술 총괄 이사가 “데이터 보호를 위한 AI 기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대규모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습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와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면서 신냉전 같은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일부 국가들이 보안 문제로 미국의 클라우드나 AI 모델 채택을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오픈AI가 인간과 유사한 사고 접근 방식으로 '챗GPT'의 환각 문제를 개선하는 새로운 방법을 공개했습니다. 추론의 결과뿐만이 아니라 과정에 인간이 더 많이 개입해 보상하면서 챗봇을 훈련한다는 방안입니다.

오픈AI는 지난 31일 발표한 논문에서 주어진 쿼리에 대한 최종 답변에 보상하는 ‘결과 감독(outcome supervision)’ 대신 각각의 추론 단계별 답변에 보상하는 ‘과정 감독(process supervision)’ 방식으로 LLM을 훈련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각각의 과정에 챗봇의 답변을 사람이 평가해서 이를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인 ‘인간 피드백 기반 강화 학습(RLHF)’을 도입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 주식을 분석하고 골라주는 AI 서비스가 나옵니다. 미국 투자은행인 제이피모건이 언어모델인 GPT 기술을 기반으로 ‘인덱스GPT’라는 도구를 만들어 상용화하겠다면서 상표권 등록을 신청했습니다.

상표권 변호사인 조쉬 거번은 '인덱스GPT'를 '주식을 골라내는 AI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상표권을 확보하려면 승인후 3년 안에 출시해야하며 상표권 승인까지는 대개 1년 정도 걸린다"면서 "제이피모건이 언어모델에 기반한 금융자문 서비스를 내놓는 첫번째 금융회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한국과학기술원 정명수 교수 연구팀이 검색 엔진을 위한 AI 반도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메모리를 확장할 수 있도록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3.0 기술(CXL)’을 썼습니다.

CXL은 CPU-장치 간 연결을 위한 프로토콜로, 가속기 및 메모리 확장기의 고속 연결을 제공합니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이 개발한 AI 반도체(CXL-ANNS)는 CXL 스위치와 CXL 메모리 확장기를 사용해 근사 근접 이웃 탐색에서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메모리에 적재할 수 있어 정확도를 높이고 성능 하락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병일 기자 jbi@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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