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빅테크들과 달리 애플은 AI 도입에 대해 줄곧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내부적으로 매일 수백만달러를 투입하며 생성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에도 제품 전면에 AI 기술을 내세우지는 않았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애플이 아이폰15 시리즈와 신형 애플워치를 공개하며 AI 기술로 인한 제품 기능 강화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이를 'AI가 조용히 아이폰과 워치를 재구성한다'고 표현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신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AI라는 단어는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또 AI가 전화를 받거나 더 사진을 찍는 것 등 제품에서 기본적인 기능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기술 대신 '칩'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시리즈 9 애플워치에 데이터 처리를 향상하는 ‘뉴럴 엔진(Neural Engine)’ 칩을 도입한 것이다. 뉴럴 엔진은 머신러닝(ML) 작업을 두배 빠르게 처리할 수 있으며, AI 음성 비서인 시리를 25%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뉴럴 엔진 칩을 통해 애플은 기기와 상호 작용하는 새로운 방식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시리즈 9 애플 워치에 새로운 동작조작 기능인 '더블 탭'은 두 손가락을 두 번 터치하는 방식으로 시계 속의 전화받기나 끄기, 알람정지 등 주요 기능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더블 탭은 애플 워치에 포함한 새로운 머신러닝 기능을 통해 유저의 심박수 변동과 사용자 고유의 제스처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학습한다. 사용자마다 동작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애플 워치 속에서 구동되는 반도체 동작센서가 사용자의 것으로 정확하게 파악해 낸다는 것이다.
아이폰 15에서도 칩을 강조했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 기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었던 것은 ML과 순간 이미지 캡처 기능을 행상한 A16코어 바이오닉 프로세서 덕분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셀피 촬영 시에는 자신의 얼굴에 초점을 자동으로 맞추고 주변 색감이 부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HDR로 불리는 프로세스로 얼굴 촬영 시에는 전문작가와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애플은 지난 6월 WWDC 2023에서 선보인 AI 기술을 활용해 수개월간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재구축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번 신제품 발표에 대해서는 주목할 만한 혁신 사항은 없었다는 평이다. 애플 전용 충전기를 버리고 USB-C 범용 충전 방식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뉴스로 꼽힐 정도였다.
이 외에도 아이폰 15에는 48메가픽셀 카메라를 장착, 사진촬영 기능을 대폭 향상했고 4K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또 중국이 아이폰 사용을 금지한 충격 때문인지 신제품 가격을 인상하지는 않았다.
이번 발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사전 녹화된 영상을 유튜브와 애플 웹사이트를 통해 방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한편 애플은 연중 매출액이 가장 높은 10~12월 분기를 겨냥, 9월에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신제품 가격 동결과 기대 이하의 기능 혁신 때문에 1.5% 하락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