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애플이 그동안 '자체 금지어'였던 인공지능(AI)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게 됐다. 바로 전날 발표한 'M3'라는 최신 칩을 통해서다.

기술전문 매체인 인크는 31일(현지시간) 애플이 전날 열린 '스캐어리 패스트(Scary Fast)' 행사를 통해 신형 'M3' 칩을 공개하며 드디어 AI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M3 칩의 뉴럴 엔진은 M1 칩 제품군보다 최대 60% 더 빠르며,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데이터를 장치에 유지하면서 AI 및 ML 워크플로를 더욱 빠르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수십억개의 매개변수가 있는 큰 트랜스포머 모델을 사용하는 AI 개발자 등이 이전에는 노트북에서 불가능했던 워크플로우를 M3 맥스(M3 Max)는 늘어난 메모리 용량으로 지원한다”라며 다시 AI를 강조했다. 

이는 애플은 AI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거나, 최소한 언급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의 기술 회사인 애플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중요한 기술인 생성 인공지능(AI)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침묵했다. 다른 기업들은 유행어처럼 AI라는 단어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끼워 넣으려고 애썼지만, 애플은 아예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따라서 애플의 공식적인 발언에는 늘 AI를 언급했는지가 관심이었다.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모든 제품 발표와 공개 기조연설에서 애플이 ‘AI’ 또는 ‘생성 AI’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찾을 수 없다. 

개발자 컨퍼런스인 'WWD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적으로는 많이 설명했지만, AI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대신 ‘머신러닝’이나 ‘뉴럴 엔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온디바이스 AI도 ‘온디바이스 학습(learning)’이라는 말로 대체했다.

심지어 이미지 생성 AI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을 위한 코어 머신러닝(Core ML) 최적화 방법을 설명하는 연구 논문에서도 AI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가장 근접한 것은 WWDC에서 새로운 iOS 키보드에 문장 생성 기능이 포함됐다는 부분을 설명하며 "트랜스포머(Transformer) 모델이 포함됐다"라고 표현한 정도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직접 AI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아예 '대명사'를 동원했다. 즉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 신중하고 사려 깊게 생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거나 "그리고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잠재력은 확실히 매우 흥미롭다"라는 식이었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애플의 변화에 대한 원인 분석도 등장했다. 

무엇보다 애플이 AI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는 내용이다. 애플은 최신 기술 트렌드 때문에 기존 계획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그 분야에서 자신있게 내놓을 것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실제로 이번에는 AI 기능을 강조할만한 칩을 선보였다. 애플은 기존의 인텔 CPU와 엔비디아 GPU를 합친 제품보다 AI에 적합한 칩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을 보였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애플GPT를 기반으로 한 챗봇 '시리' 등 AI 제품 다수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제까지는 제품 판매가 최우선이라 기술 설명을 피했지만, 이제는 AI가 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시점이라는 해석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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