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인공지능(AI) 규제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세부 사항은 각국에 맡김과 동시에 미국식의 기업 친화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 엄격한 프레임워크와 통일성을 강조하는 유럽연합(EU)과는 정반대 노선을 걷고 있다.
로이터는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AI 윤리 및 거버넌스 가이드'의 기밀 초안을 입수, 검토한 뒤 이같이 밝혔다. 초안은 피드백을 위해 메타, IBM, 구글 등에 전달됐으며, 내년 1월 ASEAN 디지털 장관 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르면 EU의 AI법과 달리 ASEAN 가이드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고 규정된 위험 범주를 피하는 것을 우선시하면서, 자발적이며 국내 규제를 안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검열, 잘못된 정보, 공개 콘텐츠 및 증오심 표현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규칙을 갖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AI 규제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태국에는 군주제를 비판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이 있다.
ASEAN은 상호 불간섭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이미 복잡한 현지 법률이 있는 지역에서 AI 혁신을 장려하고 규정 준수 부담을 줄이는 비즈니스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입장에 대해 스티븐 브레임 IBM 대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은 “ASEAN의 가이드는 미국의 NIST AI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 등 다른 주요 AI 프레임워크와 긴밀하게 일치한다”라고 지지했다. 메타와 구글은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EU가 AI 거버넌스에 대한 글로벌 표준을 추진하는 반면 ASEAN은 회원국이 자체 정책을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런 차이는 AI 기술의 잠재적인 이점과 해악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비롯된다. ASEAN 관리들은 EU가 기술의 영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성급하게 규제에 돌입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ASEAN 가이드는 기업에 AI 위험 평가 구조와 거버넌스 교육을 실시하도록 조언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 기업과 현지 규제 기관에 맡긴다.
AI가 가짜뉴스, 딥페이크, 명의도용에 사용될 위험에 대해 경고하지만, 최선의 대응 방법은 개별 국가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런 접근 방식을 통해 회원국은 고유한 요구 사항에 맞게 지침을 조정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는 전 세계적으로 엄격한 AI 규제를 옹호하는 반면,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문화적 차이를 우선시하는 보다 기업 친화적인 접근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
AI 윤리 및 거버넌스에 대한 ASEAN의 자발적인 가이드는 회원국이 특정 상황에 맞게 규정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보다 안전한 AI 채택을 위한 ‘가드레일’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 국내와 일본 등도 현재 기업 컨센서스를 기반으로 한 미국식 접근을 표명하는 등 27개 회원국에 적용될 규칙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 표준을 설정하려는 EU의 야심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원칙을 갖는 것"이라며 "우리는 문화적 차이를 염두에 두고 완전한 조화를 추구하지는 않지만, 기본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EU 관리들과 의원들은 원칙 조율을 위해 동남아 국가들과 계속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