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시일 내 현실로 다가올 '미래'를 오감으로 체험해 봤다. 2일 '디지털미디어테크쇼, 디지털퓨처쇼'가 열리는 고양 킨텍스를 취재차 찾았다.

이 행사는 ▲UAM(도심항공교통), 드론, 자율주행기술 등 ‘미래 모빌리티’ ▲스마트로봇, 디지털 헬스케어, VR(가상현실) 디바이스 등 ‘미래도시 인프라’ ▲메타버스 플랫폼, 디지털트윈, XR(확장현실) 게임 ‘미래공간 재구성’ 등 미래 선도 기술을 만나볼 수 있는 장이다.

이미 각종 전시회를 통해 대부분 공개된 기술이지만, 이번 전시회는 조금 달랐다.  VR 체험과 로봇 등 볼거리에 초점을 맞춘 것은 물론 포토부스와 미술작품까지 설치하는 등 '체감형 어뮤즈먼트'에 가까운 형태였다.

입구부터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대형 LED 화면에 거대한 물고기가 둥둥 떠다녔다. 몰입감 꽤 있었다. 작품 이름은 '트와일라잇(TWILIGHT)'으로, 디자인컴퍼니 디스트릭트와 CJ CGV가 공동 제작한 미디어아트 라이선싱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항해를 끝마친 배가 바다로 돌아갈 날을 그리워하며 과거에 마주친 물고기를 회상하는 스토리도 가지고 있었다. 아련한 기분까지 들었다. 디스트릭트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디지털 폭포 '워터폴(Waterfall)'을 선보인 바 있는 업체다.

포토 부스는 요즘 세대에겐 필수다. 전국에 각양각색의 포토부스가 퍼져 있지만, 이곳에서 자리 잡은 '미라트 스튜디오'는 좀 더 특별했다.

미라트 스튜디오는 국내 뷰티테크 미러로이드가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인공지능(AI) 포토 부스'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모두 자체 개발, 지속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연 어디에 AI가 들어간 걸까.' 궁금해지면 직접 해 보는 게 방법이다. 부스 입장 전 거울로 점검은 필수, 개인적으로 머리띠 착용은 선호하지 않아 생략했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물론 스크린이 크고 선명했다. 진짜 포인트는 '편집 과정'이었다.

'AI로 배경을 바꾸고 헤어까지 염색할 수 있다니.'

이건 좀 신선했다. 특히 앞머리는 정교한 부분이라 영역 인식이 쉽지 않을 텐데. 네컷 중 첫번째 사진을 밝은 갈색으로 염색해 봤는데 정말 자연스러웠다. 디지털퓨처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시그니처 배경은 덤이다.

재방문 의사가 99%까지 치솟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드론 축구'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축구라기보다 드론이 날아다니며 치고 박는 미식축구에 가까웠다. 접은 장소에서도 경기장을 설치할 수 있어, 가까운 미래에는 레저 스포트로 자리 잡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래 체험에 VR(가상현실)이 빠질 수는 없었다. 그중 신선한 콘텐츠를 발견했다. 더슛미디어가 운영하는 '가상현실 동물원' 부스였다.

마팍(MAPAK)은 '마이크로360애니멀 파크'의 줄임말로, 가상공간에서 멸종위기인 희귀 양서파충류를 만나보는 체험이다. 큰 기대를 안하고 VR 헤드셋을 착용했다가 큰코다쳤다. 파충류의 피부까지 생생하게 느껴져 좀 징그러울 정도였다.

게다가 단순한 수동적 체험이 아니었다. 장면 전환에 따라 동물의 위치가 바뀌기 때문에 시선을 여기저기로 옮겨야 했다.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었다. 파충류가 "위를 쳐다보라"고 말하자 사람 손이 등장해 동물을 낚아채 갔다.

동물을 소중히 하자는 메시지도 남겼다. 기존 동물원은 '한정적인 공간'인 만큼 논란이 생기는 장소다. 가상현실로 동물과 만나면 그럴 염려도 없으니, 여러모로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 되니 눈이 피곤해질 정도가 됐다. 절묘하게도 AI 기반 시력 검사 부스가 눈에 띄었다.

픽셀로가 개발한 이 솔루션은 키오스크나 전자기기에서 이용할 수 있다. 안구 나이와 근거리 시력 측정, 황반 변성 유무까지 파악해준다고 한다.

3분 정도 걸리는 안구 나이 검사에 나섰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며 화면에 보이는 시표가 흐려지는 순간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이때 기록된 거리로 안구 나이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49~53세였다. 내 나이의 두배였다. 사실은 렌즈를 껴서 그런지 화면이 언제 흐려지는지 판단이 잘 안 됐다. 검사를 시작할 때 안경 착용 유무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 때 '무'를 선택했던 게 문제였다. 렌즈도 안경인데.

셀프 티셔츠 디자인도 가능했다. 에이아이바가 선보이는 'T4U'는 현재도 이용할 수 있는 '웹 기반 커스텀제품 제작 플랫폼'이다. 에이아이바는 패션업계 전문가와 개발 전문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업이다.

물론 생성 AI를 이용했다. 텍스트 입력으로 개체, 분위기, 배경 등 세부적인 요소를 생성할 수 있다. '햄버거집에서 주문을 하는 외계인'을 '따뜻한 분위기의 만화 그림체'로 생성했다.

시안 여섯 개가 모두 꽤 힙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걸 정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간단한 조작으로 디자인을 확정할 수 있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만, 여기가 기술 전시회가 맞나.

솜사탕 로봇을 보는 순간 취재를 왔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행사장 내부 만족도조사, 드론 럭키박스 뽑기 등으로 공짜로 교환권을 얻을 수 있다. 제이엠로보틱스가 선보이는 신개념 무인 F&B 서비스, '플라워 로보'로 맛있는 솜사탕을 만나볼 수 있다.

여기에도 AI가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막대를 돌리는 것만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기계 내부 습도 등을 조절해 최적의 상태를 갖춘 솜사탕을 제작한다. 특히 네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하면 AI를 기반으로 정교한 모양을 만들어 준다.

맛이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어느새 두어시간이 훌쩍 지났다. 취재차 방문했다는 사실도 잠시 잊고 있었다. 

원래는 기술 소개 기사를 쓰려고 했으나, 그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전시장에서 마주친 아이들도 모두 즐겁게 웃고 있었다. 결국 디지털 유원지를 방문한 듯한 느낌의 체험기를 작성하게 됐다.

행사는 4일까지다. AI니, 메타버스니 기술적인 면을 잊었던 기술 전시회는 거의 처음이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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