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장비회사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중국 수출 규제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16일(현지시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2021~2022년에 걸쳐 한국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에 수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장비를 수출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형사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매사추세츠주 글로스터 공장에서 생산된 반도체 장비는 여러 차례에 걸쳐 한국 자회사로 옮겨진 뒤 SMIC로 넘어갔다
이 소식에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주가가 7% 넘게 추락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2020년 12월 중국군과의 관련성을 이유로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이나 미국 기술을 쓰는 기업이 SMIC와 거래할 때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에 대해 SMIC는 “순수한 민간 및 상업적 최종 사용자와 최종 목적을 위해서만 칩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부인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와 조사 결과에 따라 제재가 이뤄질지는 분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0월 중국 수출과 관련해 메사추세츠주 검찰청으로부터 소환 통보를 받았다고 처음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정부와 협조하고 있으며 수출 규제와 무역 규칙 등 관련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출 통제를 감독하는 상무부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워싱턴에 있는 중국 대사관은 조사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수출 규제는 시장 경제 원칙과 공정 거래에 어긋난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그동안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는 중국이 규제망을 교묘하게 피해 감에 따라 실효성이 계속 지적돼왔다.
이달 14일 미 의회 보고서에는 미국의 수출 규제에도 중국이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반도체 장비를 대거 사들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등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수출을 금지했지만, 중국은 네덜란드와 일본이 각각 올해 7월과 9월에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기 전까지 '시차'를 이용해 반도체 제조 장비를 대거 수입했다.
또 올해 1~8월 중국은 네덜란드로부터 32억달러(약 4조원) 상당의 반도체 장비를 들여왔다. 이는 전년 대비 96.1% 증가한 수치다. 보고서는 이 같은 수출 규제의 허점이 결과적으로 SMIC가 중국 화웨이에 첨단 7나노 칩을 공급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고 비판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