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막을 내린 'CES 2024'는 인공지능(AI) 풍년을 이뤘으나,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할 제품은 적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비자는 '챗GPT'와 같은 생성 AI 도입으로 성능을 높인 제품을 원했지만, 이 기술을 도입할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생성 AI 제품이 CES의 중심이 되는 것은 내년부터라는 전망이다.
■ AI가 너무 많아
더 버지는 13일(현지시간) "이번 CES에서는 AI가 아니더라도 모든 것이 AI였다"라며 과장광고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특히 CES에서 선보인 AI 중 상당수는 생성 AI 등장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단지 기업들이 이제서야 'AI 브랜드'를 채택한 결과라고 전했다. AI가 대중의 의식을 파고들며, 기업이 제품의 전면에 이를 내세우는 데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생성 AI가 아니더라도, 가급적 이 용어를 채택했다고 소개했다.
아룬 챈드라세카란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생성 AI와 다른 AI가 뒤섞여 현장을 약간 혼란스럽게 했다"라며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낳는 마케팅은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소개해 화제를 모은 AI 로봇도 비슷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선보인 로봇은 공학적으로는 대단한 발전일 수 있으나,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제품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AI보다는 머신러닝(ML)이 더 정확한 표현이지만, 이 용어는 벌써 '올드'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챈드라세카란 애널리스트는 “사람들이 AI가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문제를 AI가 해결하는 것을 보지 못한 뒤 환멸을 느낄 수 있다"라며 "하지만 그런 경험을 한 뒤에야 제대로 된 혁신과 적합한 사용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더 버지는 이런 제품을 보려면 몇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이번 CES에서는 없다"라는 결론이다.
■ AI가 너무 없어
이번 CES에서 가장 뜨거웠던 분야 중 하나는 일제히 'AI PC'를 들고 나온 컴퓨터와 칩 업체들이었다. 인텔과 AMD, 삼성전자, LG전자, 델, 레노버 등이 모두 '온비다이스 AI'를 내세웠다.
팬데믹 시대에 구입한 노트북과 PC를 교체할 주기와 맞물리며, AI PC는 부진에 빠진 업계의 구세주처럼 떠받들어지는 분위기다. 모든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인터넷 연결 없이 장치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컬 AI를 강조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작 새로운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파일럿'과 어도비의 일부 애플리케이션이 CES 전시장에서 시연된 거의 전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맥아피 AMD 기업 부사장 겸 클라이언트 채널 비즈니스 총괄 관리자는 "현재 새 기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거의 없지만, 앞으로 더 많이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프리미엄 PC에 더 집중할 것”이라며 고급 AI 칩이 탑재된 PC의 가격은 800~1200달러(약 105만~158만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도입, 시간이 모자라
로이터는 12일 'CES 2024는 아직 AI 기기의 해가 아니었다'라고 단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통해 “1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는 AI로 고기를 굽는 그릴부터 래빗의 소형 장치와 같은 AI 하드웨어, 증강현실 안경과 같은 웨어러블까지 많은 장치가 등장했지만, 생성 AI의 핵심을 제대로 포착한 제품은 드물었다고 전했다.
챗GPT가 출시된 지 불과 1년 만으로, 기업에서는 LLM의 장점을 제품 형태로 변환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충실하게 AI 비서 기능을 도입한 곳은 벤츠나 BMW 등 대형 자동차 업체 일부에 그쳤다.
제이 골드버그 D2D 어드바이저리 CEO는 "챗GPT가 나온 지 불과 1년이지만, 우리는 AI를 모든 기능에 포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여기에는 칩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시드 앨럼 액센추어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적절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난 뒤인 내년 CES에는 제대로 된 생성 AI 장치들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