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페이 시내 (사진=셔터스톡)
타이페이 시내 (사진=셔터스톡)

대만이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구축에 들어갔다. 바이두의 '어니봇'과 같은 중국 챗봇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6일(현지시간) 대만이 2026년까지 174억대만달러(약 7740억원)의 예산을 책정, 인공지능(AI) 도구를 개발하고 인력 양성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출시가 임박한 것은 기업이나 은행, 병원, 광고서 등에 이메일 작성이나 회의요약과 같은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언어모델 '타이드(TAIDE)'다. 여기에는 740만달러(약 99억원)가 이미 투입됐다.

리유지에 국립 양밍 자오퉁 대학교 응용수학 교수이자 타이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대만에는 대만의 가치에 부합하는 LLM이 필요하다"라며 "LLM에는 지식을 넘어 핵심 가치인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이 포함돼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바이두의 어니봇이 대만에서도 젊은 층의 인기를 얻은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어니봇은 대만 총통 선거 결과 등 최근 지식에 대해 정확한 답을 내놓지만, 답변 말기에 "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기본 사실은 중국은 하나뿐이다"라는 말을 첨부한다. 대만은 이런 문구가 문화적, 정치적 체제 침식을 일으킬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타이드 개발을 돕기 위해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대만 언론들로부터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타이드는 메타의 오픈 소스 모델인 '라마 2'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대만 인구 대부분이 사용하는 중국어 번체로 출력을 지원할 예정이다. 타이드의 초기 버전은 4월 일부 파트너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작한다.

타이드는 챗GPT와 같은 첨단 모델보다 기능이 많이 떨어지고, 투자 규모도 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첨단 모델과 경쟁할 LLM을 구축하는 것보다, 타이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미세조정한 전문 모델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대만은 정보 유출에 민감한 편으로, 자체 모델을 구축해 온프레미스 방식으로 활용하려는 용도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싱 국립대만대학의 컴퓨터 과학 교수는 "전체 산업을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쓸만한 모델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며 챗GPT와 같은 첨단 모델이 당장 필요한 것으로 아니라고 말했다. 또 "타이드를 노트북이나 휴대폰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게 만들 수 있다"라며 온디바이스 AI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대만은 TSMC와 같은 하드웨어 분야에 비해 AI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이번 투자는 대만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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