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프로 착용 모습
비전 프로 착용 모습

이번 체험은 지난 2월에 보도된 기사가 시작이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많은 사람이 비전 프로가 3000달러(약 400만원) 더 비싸기 때문에 품질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솔직히 대부분 용도에서 퀘스트 3가 훨씬 더 낫다는 사실에 놀랐다”라는 내용이다.

'저커버그의 말이 사실일까.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실제 체험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국내에서는 비전 프로를 구하기 어려웠으며, 퀘스트 3와 비교하고 비교 화면까지 캡처하려면 전문 업체와의 연결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 비전 프로 출시 당시 미국에서 날아온 체험기는 꽤 있었지만, 둘을 비교하는 내용은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다.

수소문 끝에 확장현실(XR) 전문 올림플래닛(대표 권재현)과 연결이 됐다. 퀘스트 3는 이미 보유하고 있던 터, 얼마 전 현지에서 공수한 '따끈따끈한' 비전 프로를 갖추고 있었다.

인상은 애플이 압도적이었다. 퀘스트 3가 비교적 사용감이 있는 탓도 있지만, 비전 프로는 비싼 고글을 보는 듯했다. 눈앞이 가려진 퀘스트 3와 달리, 투명 스크린을 갖춘 게 끌렸다. 

"저는 비전 프로부터 착용해 보겠습니다." 떨리는 손길로 덮개를 벗기다가 손을 헛디뎌 큰일 낼 뻔했다. 

비전 프로 작동 모습
비전 프로 작동 모습

오른쪽 옆부분에 달린 조절 레버를 돌려 머리 크기에 밴드를 맞췄다. 이제까지 가상현실(VR) 체험 시에는 대부분 다른 사람이 사이즈를 맞춰 줬는데, 비전 프로는 혼자서도 거뜬했다. 레버를 몇번 돌리기만 하면 끝, 착용법은 일단 합격이다. '비싼 이유가 있군'이라는 생각이 벌써 두번이나 들었다.

착용하는 순간, 잊고 있었던 목적이 떠올랐다. 두 HMD의 성능을 비교하려면 동일한 조건의 콘텐츠 시청, 화면 녹화 등 몇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구체적으로 ▲올림플래닛의 XR 플랫폼 '엘리펙스' 콘텐츠 접속 ▲고화질의 영상 시청 ▲버추얼 키보드와 핸드 컨트롤러 간 사용자경험(UX) 및 편의성 비교 등이다.

치명적인 문제가 떠올랐다. '그래서 녹화는 어떻게 하는 건데.'

노트북 등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방법을 우선 시도했다. 그런데 비전 프로는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 발열이 심해져 녹화 자체가 안 됐다.

기계 내의 녹화 버튼을 탐색했다. UI는 iOS와 다를 바 없었다. 상태 바를 내리고 녹화 버튼을 누르면 된다. 도중에 한번씩 끊겨서, 다시 눌러야 하는 단점도 발견했다.

비전 프로와 배터리
비전 프로와 배터리
비전 프로 착용부
비전 프로 착용부

겨우 녹화를 시작하려니 무언가 거슬리는 게 있었다. 달랑달랑 따라다니는 묵직한 보조배터리 같은 것.

"이건 계속 연결해야 하나요."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역시나였다. HMD 내장형 배터리가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는 사이즈라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치명적인 단점까지는 아니었다. 

이제 겨우 콘텐츠 탐색을 시작하려는데 또 다른 장벽을 마주했다. '버추얼 키보드'였다.

버추얼 키보드 작동 장면
버추얼 키보드 작동 장면

검지를 사용해 스크롤, 이동, 선택이 가능한 방식이다. 여기에 엄지를 더해 집게처럼 모션을 취하면 클릭이 가능하다. 물론 손이 자유로워서 정말 편하긴 했다. 허공에 손을 휘적거리자 톰 크루즈나 토니 스타크가 된 기분도 들었다.

처음에는 막연했다. 마우스 커서와 같은 포인터가 없으니 '손을 얼마나 움직여야 내가 저 버튼을 클릭할 수 있는가'라는 게 고민이었다.

한번에 여러 창을 띄울 수 있는 비전 프로
한번에 여러 창을 띄울 수 있는 비전 프로
엘리펙스 공간

하지만 몇분 지나니 익숙해질 정도였다. "오, 저희보다 적응이 빠르시네요." 올림플래닛 관계자들의 칭찬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도 컨트롤이 완벽하진 않았다. 몇번이나 클릭을 잘못하니 절로 혈압이 상승했다. 여러번 시도 끝에 겨우 올림플래닛 엘리펙스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다.

유튜브 화면 확대 조작
유튜브 화면 확대 조작

시야에 딱 맞춰 '전체 화면'으로 볼 수는 없었다. 너무 신상품이라, 아직 기술 지원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대신 확대와 축소는 가능했다. 웹페이지 창을 확대하면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한 것처럼 가상 공간을 즐길 수 있었다. 창을 여러 개 띄워두고 골라 볼 수도 있어, 기존의 PC를 떠올렸다.

비전 프로의 시스루 조절
비전 프로의 시스루 조절

비전 프로의 하이라이트는 '시스루' 기능이었다. 역시 왼쪽 옆부분에 달린 레버를 돌리는 방식이다. 온오프 방식이 아닌 '점진적 시스루' 방식이라, 레버를 돌리는 정도에 따라 투명도가 달라졌다.

특히 시스루 기능을 해제할 때 나타나는 배경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초고화질이었다. 저커버그 CEO가 "화질 하나는 끝내준다"라고 창찬한 것이나, 삼성이나 LG의 관심이 몰렸다는 이유가 납득됐다. TV를 HMD에 축소해 집어넣은 느낌이었다.

비주얼 하나가 조작이나 착용감 등을 커버하고도 남았다.

이쯤 되니 앞머리가 잔뜩 눌리고 목이 살짝 당겼다. 1시간 이상 비전 프로를 착용했다면 여파가 다음날까지 갔을지도 모르겠다. 

"이어 퀘스트 3를 착용해 보겠습니다."

퀘스트 3는 사이즈 조절이 다소 번거로웠다. 물론 더 가벼웠다. 또 착용을 완료하면 그다음엔 핸드 컨트롤러를 따로 들어야 한다. 비전 프로와 가장 다른 점이다.

핸드 컨트롤러 작동 모습
핸드 컨트롤러 작동 모습

물론 핸드 컨트롤러도 적응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버튼이 워낙 많아 헷갈리기도 했다. 

하지만 1분 정도 지나자, 노트북 마우스를 조작하는 것처럼 편해졌다. 무엇보다 녹화 버튼 찾기가 쉬웠다. 도중에 끊기지 않아서 화면 녹화 과정도 편했다. 

키보드를 치기도 쉽다. AI타임스를 검색한 뒤 직접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매일 보던 사이트를 VR로 마주하니 신기했다.

고개를 돌려 360도 공간 탐색도 가능하다. 
고개를 돌려 360도 공간 탐색도 가능하다. 

퀘스트 3로는 올림플래닛 엘리펙스 콘텐츠를 맞춤 화면으로 즐길 수 있었다. 

360도 고개를 돌리며 코카콜라 가상 팝업스토어 공간을 둘러봤다. 웹 기반임에도 불구, VR 헤드셋에 최적화된 공간이었다. 

올림플래닛 관계자는 "기업 수요에 따라 자유자재로 공간 설정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입점한 애플리케이션이나 호환 가능한 소프트웨어가 다양해서 볼꺼리가 많았다.

360도로 둘러 볼 수 있는 엘리펙스 공간
360도로 둘러 볼 수 있는 엘리펙스 공간
엘리펙스 공간
엘리펙스 공간

하지만 한번에 여러 창을 띄울 수 없다는 점, 유튜브 전체화면 설정 뒤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 시스루 설정이 다소 불편한 것 등 비전 프로에 비해 아쉬운 점이 많았다. 

물론 비전 프로는 물론 퀘스트 3에서만 가능한 기능이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힘들었다.

메타 퀘스트 3의 시스루 조절
메타 퀘스트 3의 시스루 조절

테스트 소감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남다른 비주얼은 애플, 편리함은 메타'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비전 프로를 구입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확답은 못 할 것 같았다. '메타에 비해 400만원이나 비싼 데, 그 정도면 대형 TV를 구입하고도 남을 정도인데.' '가성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저커버그의 평에 공감했다. 

하지만 이제 막 등장한 제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히 인상적이다. 내년에 가격이 확 떨어진 보급형이 출시되고, 콘텐츠가 다양해진다면 충분히 고려할 만한 아이템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 많은 사용자가 호소하는 목 통증은 없었다. 체험해 볼 기회가 생긴다면 1시간 이하로 하길 권장한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저작권자 © AI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