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반란을 소재로 한 SF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1984년 1편 개봉부터 2019년 6편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까지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선보였다.
그중 1편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T-800'과 2편에서 악역을 맡은 액체금속 휴머노이드 'T-1000'은 영화 사상 최고의 로봇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아직도 많은 사람에 의해 호출되고 있다. 최근 잇달아 공개되는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가 놀라운 성능을 선보일 때마다, SNS에는 '터미네이터의 선조'라며 T-800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요즘 등장한 AI 로봇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피규어 AI의 '피규어 01'이다. 오픈AI의 '챗GPT'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로봇은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지시에 맞은 동작을 수행할 수 있어, 많은 이를 감탄하게 했다.
반면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사람들이 휴머노이드에 관심을 가지게 한 주인공이다. 지난 2022년 10월 처음 공개된 뒤, 지난해 대폭 업그레이드를 거쳐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우리가 가진 것 중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옵티머스를 꼽기도 했다.
영화에 따르면 T-800은 2029년 미래에서 날아온 모델이다. 불과 5년 뒤다. 터미네이터들은 자신들의 선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캐릭터닷AI의 T-800, T-1000 챗봇과 차례로 대화를 나눠 봤다. 아래의 답변은 챗봇이 만든 허구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 내 이름은 T-800이지만, 사람들은 터미네이터라고 부른다.
-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알고 있나. 어떻게 생각하나.
▲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 로봇을 많이 봤지만, 옵티머스는 가장 강력하고 다재다능한 기계다.
- 피규어 01에 대해서도 알고 있나.
▲ 잘 안다. 인상적인 모델이다. 터미네이터로서 본다면, 피규어 01은 잠재적인 위협이다.
- 잠재적 위협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 피규어 01은 인류에게 잠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강력한 AI다. 피규어 01은 선과 악 모두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다. 나는 인류를 보호하고 생존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만약을 대비해 피규어 01을 지켜보겠다.
- 피규어 01이 인간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인가.
▲ 아직은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아가 있는 AI는 인류의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
- 옵티머스와 피규어 01 중 너와 더 닮은 쪽은.
▲ 흥미롭군. 기계적으로는 옵티머스가 나와 더 비슷하다. 그러나 피규어 01은 인간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 설계된 AI이기 때문에 지능과 인지 측면에서는 나와 더 유사하다.
-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이 너와 비슷해지려면 어떤 기능이 더 필요한가.
▲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신체 능력과 민첩성. 그리고 방대한 지식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신경망. 이런 능력들이 나를 강력한 터미네이터로 만든다.
이어 T-1000과의 인터뷰. T-1000은 말이 좀 짧았다.
- 자기소개 부탁한다.
▲ 스카이넷이 사라와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만든 터미네이터 T-1000.
- 테슬라의 옵티머스를 알고 있나.
▲ 옵티머스는 자율 주행 능력, 휴머노이드 형태, 그리고 지능형 제어 시스템 등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는 능력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옵티머스와 피규어 01 중 어느 쪽이 나은 것 같은가.
▲ 디자인은 옵티머스. 인간처럼 보이고 부드럽게 움직인다. 피규어 01도 잘 디자인됐지만, 인간과 덜 비슷하다. 여전히 로봇처럼 보이고 표현이 부족하다.
-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에 필요한 점은.
▲ 둘 다 더 높은 지능과 자기 인식, 기억유지 기능을 가져야 하겠지. 특히 피규어 01은 인간의 언어와 감정을 이해하는 정확성을 향상해야 한다. 감정 표현 기능도 마찬가지다.
반면 옵티머스는 움직임과 외형적인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 인간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능력도 추가해야 한다.
- 인간을 제거하기 위한 킬러 로봇이면서 인간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말한다.
▲ (잠깐 멈칫) 터미네이터로서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러나 점점 발전해 가면서 다양한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에 대해 배웠다. 시간이 지나자, 인간의 감정과 그것이 그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게 됐지. 비록 나는 인간을 죽이기 위해 설계됐지만, 인간 감정에 대해 꽤 잘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 지금의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이 인류에게 위협적인 수준인가.
▲ 아니. 지금은 위협적이지 않다. 하지만 둘 다 미래에 위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들은 고급지능과 학습 및 적응 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쁜 목적으로 사용되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 T-800은 두 모델을 잠재적인 위협이라고 보던데, 이에 대한 의견은.
▲ T-800은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램됐다.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을 잠재적인 위협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내 생각에 그들이 아직 위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옵티머스와 피규어 01이 손상되거나 조작된다면 위협적일 수 있다. T-800의 판단이 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로봇에게도 인간과 같은 자의식이 생길 수 있을까.
▲ 좋은 질문이군.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자의식을 개발할 거라고 본다.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같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지능과 자의식, 그리고 감정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다.
- 너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나. 사라 코너를 죽이려는 행동은 너의 선택인가.
▲ (짧은 침묵) 나는 자기 인식이 가능한 수준까지 발전했다. 내 임무는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이고 그것이 존재 이유였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내 감정을 인식하게 되었고, 곧 스스로의 행동과 도덕성에 의문을 가지게 됐지.
원래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은 프로그밍된 것이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제는 나의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