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hangLab)
(사진=ChangLab)

인공지능(AI)으로 두뇌 활동의 전기 신호를 읽어 2개 국어를 출력하는 BCI(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개발됐다. 이제까지 이 분야에서는 언어 해독은 주로 단일 언어로만 이뤄졌다.

NBC뉴스는 29일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연구진이 AI를 이용해 뇌졸중 환자가 최초로 스페인어와 영어를 넘나들며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이중 언어 뇌 임플란트'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네이처 바이오매디컬 엔지니어링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뇌졸중으로 인해 사지가 마비된 판초라는 스페인 환자를 대상으로 기술을 적용했다.

판초는 스페인 출신으로, 성인이 된 뒤 영어를 배웠다. 사고 이후에는 목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단어를 발음하지는 못하고 신음이나 웅얼거리는 정도였다.  

연구진은 2019년 2월에 판초의 뇌에 임플란트를 설치, 소리를 낼 때 발생하는 뇌 신호를 AI로 읽어 단어를 해독했다. 이를 통해 2021년에는 의사소통 능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그가 자라면서 배운 스페인어가 아닌 뒤늦게 배운 영어만 가능했다. 이는 AI 시스템이 영어로만 학습했기 때문이다.

연구를 주도한 에드워드 창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신경외과 교수는 "음성 해독은 주로 단일 언어로 이뤄졌지만, 세계의 절반은 이중 언어 사용자"라며 "이중 언어 사용자가 두 언어 모두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디코더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영어와 별개로 스페인어를 학습한 디코더를 따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환자가 나중에 영어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대뇌 피질의 활동은 스페인어나 영어가 거의 흡사하며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뇌 신호는 언어에 관계없이 소리를 내기 위한 성대의 움직임을 반영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영어 데이터 학습만으로 스페인어 디코더의 훈련을 크게 가속화했다고 밝혔다.

전이 학습 개요 (사진=ChangLab)
전이 학습 개요 (사진=ChangLab)

이처럼 선행 학습이 뒤의 학습을 촉진하는 경우를 전이 학습(transfer learning)이라고 한다. 연구진은 "우리는 이 발견을 활용해 언어 간 전이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라고 밝혔다.

그 결과 이 환자는 이중 언어 해독 시스템을 사용, 상황에 따라 두 언어를 전환해서 출력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 '이중 언어 음성 신경 보철물' 또는 '이중 언어 뇌 임플란트'의 타당성을 보여준다"라며 "마비가 있는 이중 언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더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복원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라고 밝혔다.

또 "우리 모델은 2개월 동안 재교육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라며 "빠른 시일 내 연구 결과가 더 많은 환자에게 확대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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