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클라우드 컴퓨팅과 인공지능(AI)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인해 동남아시아에서 데이터센터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CNBC는 1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가 지난 몇년 동안 구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싱가포르 국경 인근의 조호 바루 지역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며, 이 지역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떠올랐다.
데이터센터 인텔리전스 전문 DC바이트의 제임스 머피 아시아태평양(APAC) 지역 상무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거의 아무것도 없던 조호 바루는 2년 안에 싱가포르를 제치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DC바이트의 '2024년 글로벌 데이터센터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되면 조호 바루의 데이터센터 용량은 1.6기가와트(GW)에 달할 예정이다. 계획된 데이터센터가 모두 가동되면 말레이시아는 일본과 인도에 이어 아시아 3위 규모가 될 전망이다.
말레이시아 시장은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인터넷 사용자가 급증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AI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AI 모델 학습 및 배포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성능을 처리할 수 있는 전문 데이터센터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에 지리적으로도 유리하다.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냉각시설을 위한 물을 필요로 한다. 자원과 개발 가능한 토지가 풍부한 말레이시아는 홍콩,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이점이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데이터센터 건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력 공급을 지원하는 등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2023년에는 '그린 레인 패스웨이(Green Lane Pathway)' 이니셔티브를 도입해 데이터센터 건설 리드 타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등 투자 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2019년부터 에너지 및 물 소비 문제를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면서, 말레이시아로의 투자 유입이 더욱 가속화됐다. 싱가포르는 최근 데이터센터 용량 확대 계획을 발표했지만, 엄격한 친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등 여전히 제약이 많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대신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은 말레이시아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에너지 및 물 부족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케낭가 인베스트먼트 뱅크 리서치는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최대 5GW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말레이시아 전체 전력 용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조호 바루 시의회는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역 자원 수요를 악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조호 바주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녹색 에너지 사용에 대한 추가 지침을 시행할 예정이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