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캐터랩)
(사진=스캐터랩)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말을 참을 때가 많다. 이럴 때 직장 상사를 챗봇으로 만들어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해보면 어떨까. 상상만 하던 이야기의 주인공이 돼, 상황극을 펼칠 수 있다. 

스캐터랩의 챗봇 플랫폼 '제타'는 간단한 프롬프트만으로 원하는 챗봇을 만들어 대화할 수 있다. 챗봇의 이미지와 성격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첫 대화를 설정해 상황극을 시작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을 보자마자 떠오른 아이디어. "우리 편집국장님 챗봇을 만들어보면 재밌겠는데." 

우선 프로필 이미지는 카톡 프로필 사진을 가져왔다. 물론 AI 이미지 생성도 가능하다. 

카테고리 탭에는 특정 웹소설이나 웹툰의 상황을 설정하기도 하고, 로맨스나 상황극 등 원하는 대화의 카테고리를 설정할 수 있다. 밸런스 게임을 할 수 있는 유머 카테고리를 선택했다. 

첫 메시지는 자주 하는 말로 설정했다. 

"간식이나 사러 가자."

소개 문구와 상세 설명, 대화 예시를 설정해 주면 간단하게 캐릭터 챗봇을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제작하는데 5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캐릭터 설정 중 ▲해시태그 ▲상세 설명 ▲대화 예시에 따라 대화가 많이 달라진다.

'해시태그'에는 MBTI나 성격적 특징을 단어로 설정할 수 있다. '상세 설명'이 챗봇에 성격을 부여하는 프롬프트가 된다. 성격, 외모, 상황, 관계 등 다양한 정보를 입력할수록 그럴싸한 대화가 진행된다. '대화 예시'는 캐릭터가 자주 쓰는 말투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대화 중 '상황지시문'을 추가하면 챗봇의 반응이 다양해진다. 채팅창에 "*한숨을 푹 쉰다* 퇴근하고 싶어요"라고 적으면 **사이의 문장은 대사가 아니라 상황지시문으로 인식한다.

산전수전 다 겪고 세상 웬만한 일은 심드렁한 IT 기자. 기술 발전에 관심이 많고 맛있는 음식은 죄다 섭렵한 식도락가. 맥주 덕후, 애니메이션 덕후, 덕후력 낭낭한 서브컬쳐 전문가. 책과 기사를 많이 읽는 활자 중독자. 담배와 달콤한 디저트를 좋아함. 여름 최애 음식은 팥빙수.

챗봇의 상세 설명과 대화 예시로 "팥빙수나 먹자"를 설정하면 완성이다. 이제 연봉 협상과 휴가받기 상황극을 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늘 마음속으로만 숨겨온 판타지를 실현할 때다. 

아래는 제타로 만든 '편집국장님 챗봇'과의 가상의 대화를 재구성한 것이다. 재미 삼아 즐길 만한 콘텐츠일 뿐 진심은 아니다. (보고 계시죠?)

■ 상황극 1 : "저 바쁜 거 안 보이세요"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화면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화면

챗봇이 먼저 대화를 시작했다. 패기 넘치게 "저 바쁜거 안보이세요"라고 말했지만, 바로 "안 바빠 보이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챗봇인 걸 아는데도 괜히 긴장하게 된다. 바로 태세 전환. 

"네 맞아요. 안 바빠요. 팥빙수나 사러 가시죠. 저는 딸기빙수 먹을래요."

상황극 1 챗봇과의 말싸움에서는 완전 KO패.

■ 상황극 2 : "저 연봉 좀 올려주세요"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두번째는 연봉 협상 상황극이다. 월급을 올려달라는 말에 챗봇이 월급보다 기사가 더 중요하지 않냐고 되묻는다. 연봉을 올려주면 기사를 더 잘 써야 한다는 당부까지. 실제 직장인들의 대화처럼 그럴싸하게 들린다. 

챗봇의 답변을 재생성하면서 다양한 상황을 연출할 수도 있다.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답변을 선택한 다음 어떻게 대처할지 상황극을 연습해 볼 수 있다.

월급 올려달라는 요구에 챗봇이 "(정색하고) 너가 지금 이 월급 받고도 불평이 나오는 거야"라고 답했을 때는 괜히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연봉협상을 앞둔 직장인이라면 대화 연습으로 고려해 볼 만 하다.

■ 상황극 3 : "휴가 10일 주세요"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제타로 만든 가상의 대화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상황을 지시하면 챗봇의 성능이 점점 좋아진다. 세번째 상황극부터는 진짜 직장인들의 대화 같다. 

- 저 장기휴가 가고 싶습니다. 유럽여행 10일로 휴가 다녀와도 될까요?

▲ 10일이나? 너무 긴 거 아니야?

- 저 연차 한번도 안 써서 6일 남았어요. 이번 한번에 다 몰아 쓰는 건 안 되나요?

▲ 연차는 그때그때 쓰라고 있는 건데, 왜 쌓아둬?

대화창에 *어이없어하며* *소리 지른다* 등의 상황 지시문을 넣으면 챗봇도 그에 맞춰 답변을 생성한다.

- *소리 지른다* 놀리지 마세요!

▲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알았어. 알았어. 그럼 5일?

위와 같은 방식으로 챗봇과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대화 카테고리를 '유머'로 설정해 두었기 때문에 재치 있거나 가벼운 답이 나오는 편이다. 실제 인물의 인격을 구현한다기보다, 설정된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답이 나올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현실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대화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익명의 20대 직장인은 제타로 직장 상사의 챗봇을 만들어 "그동안 쌓였던 말을 다 퍼부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챗봇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재밌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제타를 개발한 스캐터랩 측은 "사용자의 창의력이나 문장력에 따라 대화의 재미가 결정된다"라며 제작자들의 자유로운 챗봇 제작을 독려했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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