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은 앞으로 인공지능(AI)을 동반자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요시 진료 형태를 다소 바꿔서라도 AI와 공존해야 합니다."
최근 국내와 국외에서 의료 AI 도입이 가속화하고 있다. X-레이 기반 진단부터 뇌 영역 분할 및 분석, 환자 상태 악화 모니터링과 예측 등에서 AI 도입이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논문 발표 및 해외 특허 승인, 의료시설과의 공급 계약 등도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의사 부족에 시달리는 영상의학과가 가장 적극적으로 알려졌다.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중증 또는 필수 의료를 담당하는 만큼,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원기 화순전남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특히 우리와 같은 지방 대학 병원에는 영상의학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AI 도입을 실질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료 AI 기업 코어라인소프트의 의료영상 검출-진단보조 소프트웨어 '에이뷰 체스트'를 이용해 폐암 검진 및 외래 진단 활용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에이뷰 체스트는 CT 영상 분석을 자동화, 딥러닝 기반의 네트워크 구조를 촬영해 해부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병증의 분할과 측정 및 분석 등을 자동화해 준다.
폐 결절 및 종괴 등 이상 소견을 검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대동맥 자동 분할 기능도 포함돼 있다.
특히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과 사망률이 높다. 이 병원도 조기 진단에 AI 솔루션을 본격 도입했다.
정 교수는 "AI의 장점은 의사의 오진과 의료 사고 가능성을 낮춰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솔루션이 먼저 흉부 CT 영상에 대한 결과를 제시, 이후 의사들이 검토의 과정을 거치면 신뢰할 수 있는 진단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시간이 많이 걸리거나 수작업이 어려운 경우에도 AI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 AI는 현재의 진단에서 나아가, 미래를 위한 연구에도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AI 솔루션의 인터페이스(UI)를 활용하면 면밀한 연구와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실제 많은 의료진들이 CT 영상을 연구에 활용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개인적으로 '챗GPT'를 업무에 적극 활용해 왔던 만큼, AI를 낯설어하는 다른 의료진들이 AI에 익숙해질 수 있는 역할을 맡겠다고 밝혔다. 그는 "챗GPT가 업무 동반자로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등 인간과 시너지를 내는 것처럼, 의료 AI 솔루션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 영상 AI의 경우 의사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으므로, 화순전남대병원에서 근무하는 많은 교수님께 좀 더 가까운 곳에서 쉽게 AI를 접하실 수 있도록 원내 프로그램에 설정해 놓은 상태"라며 "현재는 AI 솔루션을 도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임상과 교수님들께 피드백을 받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도입은 인프라도 중요하다. 이번 AI 솔루션 도입도 공동체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화순전남대학교병원(병원장 민정준)은 신진 연구자들에게 연구 지원 시스템을 제공한다.
"원내 폐암 다학제 팀(부장 오인재)에서도 사업 전반에 걸쳐 큰 도움을 주셨으며, 주니어 연구자들의 연구 및 학회 활동을 적극 지원해 주시는 대한흉부영상의학회(회장 서준범) 교수님들의 적극적인 지원도 큰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AI 소프트웨어를 실제 진료 현장에 적용하는 데 있어서 부서 내 많은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했는데, 신상수, 허숙희 영상의학과 과장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셔서 원활하게 도입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AI에 대한 의견과 논란은 다양하지만, 가장 중요한 사실은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우수 사용 사례, 법적 장치 및 규제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기존 의료 시스템에 AI를 곧바로 도입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인 업무 패턴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는 의료 AI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의사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솔루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병원이나 기업, 정부, 지자체 등의 지원도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AI 도입 이후 가장 중요한 점으로는 AI 기업과의 소통 및 피드백 등을 들었다. 코어라인소프트 솔루션 사용에 대해 "국내 기업인 만큼 원활하고 빠른 소통이 장점이었다"라며 "기업도 연구 지원 부서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함께 발전해 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폐암 조기 진단 외에도 CT를 기반으로 하는 폐기종, 관상동맥석회화, 간질성 폐이상, 대동맥확장 및 대동맥류 진단 등으로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고령층에서 흔한 질환인 만큼, 다른 질환과도 연결되는 중요 인자라는 설명이다.
정원기 교수는 "현재 본원에 흉부 CT를 전문적으로 판독할 수 있는 전문의는 나 혼자뿐"이라며 "CT 촬영 건수만 따져도 전문의 7명이 필요한 상황이라, AI를 도입한다면 환자 관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는 의료진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의료는 사람을 대상으로 행해지기 때문에 인문학적 요소가 많이 작용한다"라며 "업무 부담으로 의료진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상황에서 AI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세민 기자 semim99@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