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예술의 영역에서 인간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는 중요한 질문이 되고 있다. 인간이 예술 창작의 주체에서 점차 선택자의 역할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은 앞으로의 예술 세계가 어떻게 형성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예술은 모두 그 시대 사람들이 내린 선택들의 결과로 형성되어 왔다. 변기와 같은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로 승격된 것도, 추상적이거나 형태를 알 수 없는 작품이 예술로 인정받은 것도 인간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을 예술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도 인간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예술작품이 우리의 감정을 자극하고,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반영할 수 있는가? 만약 우리가 AI 작품을 예술로 선택한다면, 그것은 곧 예술의 정의와 가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인간 경험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고 표현하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 그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면, 인간은 그 결과물을 선택하고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의 역할과 AI의 활용
미래의 예술가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AI는 반복적이고 기술적인 작업을 자동화함으로써 예술가가 창의적 과정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또한 AI는 인간 예술가에게 새로운 영감과 표현의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예술가는 AI와 협력하여 예술적 표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작가들 중에도 인공지능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감성과 철학을 담고 있는 작품들이 많다. 어떤 작가의 작품은 동심과 희망, 위로를 통해 감상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은 자신만의 행성으로 감상자를 초대하여 현대인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잊게 만들기도 한다.
이들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적인 경험과 감정, 철학이 녹아있기에,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감상자에게 깊이 와닿을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예술가의 마음과 철학을 느낄 수 있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라도, 인간적인 경험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의 감성을 반영하고, 인간 경험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 예술가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은숙 작가(29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수상)는 AI를 예술가로 인정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 "이게 성립되려면 AI가 독립적 개체로 인정 되어야" 하며 "AI가 생산한 창작품 또한 담론을 스스로 쌓을 수 있는 인격체로 봐야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여러 정보의 입력과 통계로 만들어진 AI 예술품은 사실상 고도의 짜집기 카피 기술이고 AI도 생각해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정보의 종합 카피"라며 "언제나 새로운 도구가 나올 때마다 그 도구는 미술가에게 새로운 재료가 됐고, 그 재료는 새로운 형식을 낳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AI 또한 도구로서의 새로운 형식으로 자리 잡을 수는 있으나 AI 자체가 예술품이 될 수는 없다"고 피력했다.
건국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이영아 작가(4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수상)는 "AI가 만든 산물인 작품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힐링을 줄 수 있는 역사적인 근거가 되는 가치가 있는 예술작품인지를 두고 얘길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예술작품의 가치 판단의 기준은 보전성(최소 500년 이상 지속 가능)과 재료,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예술 트랜드가 함께 상존할 때 작품으로서 해당할 것 같다"고 나름의 규정을 제시했다.
이 작가는 이어 "AI가 작품을 창작했을 때 사람이 창작한 것 보다 더 좋다면 좋은 것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해당 예술작품이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의미를 전달할 수 있어야 예술작품으로서 힘이 있는 것"이기에 "AI가 창작한 작품에 대한 일반인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이 사람이 창작한 작품보다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해석에 여지를 뒀다.
미래 예술 세계의 모습
앞으로의 예술 세계는 인간과 인공지능의 상호작용에 의해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간의 경험과 어떻게 결합시킬지에 따라 예술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인간의 선택은 예술이 어디로 향할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예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발전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의 독창성과 감정이 담긴 예술작품이 가진 독특한 가치를 재확인하게 만든다. 인공지능은 예술의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예술작품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우리가 내리는 선택들이 모여, 미래의 예술 세계는 기술과 인간의 감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풍부한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과 예술의 관계는 단순히 기계와 인간의 대립을 넘어서, 서로 협력하고 공존하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적 표현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미래의 예술은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들에 따라 어떤 모습으로든 진화해 나갈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