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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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규제법 완화를 위해 미국의 빅테크들이 '최후의 노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법은 통과됐지만, 이를 구체화할 'AI 실무 규범(AI code of practice)'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2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의 기술 기업들이 향후 발생할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피하기 위해 AI 실무 규범 초안 작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수개월의 협상 끝에 지난 5월 AI 법을 통과시키고, 8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AI 법은 기본 사항만 명시했을 뿐, 이를 시행하기 위한 세부 규칙은 완전히 갖춰진 상태가 아니다. 예를 들어, AI 학습 데이터 공개의 범위와 벌금, 범용 인공지능(GPAI)의 구체적인 조항 등은 아직 논의 중이다. 이에 따라 EU는 기업과 학계 등에 초안 작성을 위한 도움을 요청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의견 모집에는 약 1000건의 신청서가 몰려들었다. 이는 이례적으로 많은 수치라는 설명이다.

AI 실무 규범은 법적 구속력이 없지만, AI 법 준수 여부를 가리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AI 기업들로서는 법적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을 대표하는 무역 조직 CCIA 유럽의 보니파스 드 샹프리스 수석 정책 관리자는 "실천 규범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우리가 그것을 올바르게 만들 수 있다면, 혁신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너무 구체적이거나 범위가 좁아지면,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데이터 공개 문제다. EU는 AI 법을 통해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사용한 데이터의 상세 요약을 제공하라고 규정했다.

여기에서 '상세 요약의 범위'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기업은 기업 비밀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내용만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로 저작권 소유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상세한 내용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모델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오픈AI도 데이터 문제의 실무 그룹에 가입하기 위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글과 아마존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비영리재단 모질라의 막시밀리언 간츠 AI 정책 책임자는 "기업들이 투명성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이는 미국의 빅테크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EU 내부에서는 신생 기업에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 등은최근  EU의 강도 높은 규제를 비난하고 투자가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티에리 브루통 EU 시장 담당자가 최근 EU 집행위원회 위원장과 충돌한 뒤 자리에서 물러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EU에서도 대표적인 규제 지지자다.

AI 실무 규범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상반기에 공개된다. AI 기업들은 이에 따라 2025년 8월부터 본격적인 AI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다만, 일부 고위험 및 최첨단 모델에 대해서는 최대 3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다.

만약 법을 어길 시에는 최대 3500만유로(약 527억원) 또는 전 세계 매출의 7%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임대준 기자 ydj@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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