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전라남도의 국립의과대학 설립 문제는 일년 내내 혼란의 연속이었다. 김영록 전남지사의 입장 변화는 정책 일관성의 부족을 드러내며 도민과 대학들 사이에 불신을 초래했다. 

더불어, 전남 동부(순천)와 서부(목포) 간의 지역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되었고, 정부의 명확한 입장 부재도 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 채 사태는 더욱 복잡해졌다.

지난 7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도청에서 국립의과대학 문제 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지난 7일 김영록 전남지사가 도청에서 국립의과대학 문제 등에 대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전남도)

갈지자 행보, '공동의대'에서 '통합의대', 다시 '단독의대' 공모에서 또 '통합의대'

전남도는 1월 15일, 김영록 지사가 순천대와 목포대 관계자를 캐나다로 데리고 가 ‘공동의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며 출발했다. 이는 캐나다 의대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두 대학의 협력을 통해 국립의대를 유치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불과 두 달 후인 3월, 전남도는 정부에 '통합 의대' 설립안을 제출했다. 이는 두 대학을 통합해 단일 의과대학을 신설하고 각각의 지역에 대학병원을 세우는 방안이었다. 

김 지사는 통합 의대를 통해 국립의대 신설을 추진하려 했으나, 그마저도 4월에 들어서는 단독 의과대학 공모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김 지사는 통합 의대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단일의대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9월에 발표된 공모용역 결과는 다시 한 번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1순위는 단일 의과대학과 두 개의 병원 설립이었으나, 동시에 공동의대 설립 가능성도 검토될 수 있다는 입장이 나왔다. 

결국, 10월 들어 김영록 지사는 다시 '통합 의대' 추진으로 회귀하며, 두 대학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순천대와 목포대 간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크다. 순천대는 대학 통합을 반대하며 ‘연합대학’을 제안하고, 목포대는 통합 의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영록 지사의 정책 변화는 갈등을 더욱 부추겼다. 특히, 대학 통합을 전제로 의대 설립을 추진하려는 김 지사의 제안은 양 대학 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다.

대학 통합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통합을 위해서는 대학 총장뿐만 아니라 교수회와 학생들의 동의가 필요하며, 교육부의 승인까지 받아야 한다. 

그러나 김 지사는 불과 1개월여 정도의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을 알면서도 ‘통합’을 전제로 하는 '통합 의대'를 요구하는, 시기적으로 비현실적인 제안을 내놓고 있다. 

대학 통합이라는 전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김 지사가 제시한 통합 의대 추진이 과연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배정 전까지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학 측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통합 의대'가 안 되면 '공모'에 의한 '단독의대'를 추천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통합 의대 안 받으면 단독의대 추천 할테니 알아서 하라는 식의 협박에 가까운 강압성 요구 발언 아니냐"는 비판과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 일관성의 부재와 도민의 불신

김영록 지사의 정책 변화는 단순한 변동을 넘어 정책의 일관성 부족을 드러냈다. 공동의대에서 통합 의대, 다시 단독 의과대학 공모로 입장이 번복되는 과정에서 도민과 대학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 

정책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전남 도민과 대학 측에 혼란을 주었으며, 지역 간 갈등만을 심화시켰다.

더욱이 김 지사의 발언에서 드러난 "통합 의대가 불발하면 단독의대를 공모로 추천하겠다"는 입장은 '단독의대'를 추천하기 위한 일종의 명분 쌓기처럼 보인다. 

이는 "결국 목포대에 유리하게 돌아갈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으며, 순천대 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현 시점에서 "김영록 지사가 해결책으로 제시한 '통합 의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두 대학이 불과 몇 주 안에 합의하고, 교수와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 이 계획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판단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남도는 정책의 일관성을 확립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도민과 대학,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며, 특히 양 대학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공모방식을 통한 단독의대 설립이든, 통합 의대 설립이든, 정책 결정의 명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남도의 국립의대 설립 문제는 김영록 지사의 입장 변화와 정책의 혼란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의 의대 설립 문제는 "보다 일관된 정책과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며, 도민과 대학 모두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지적을 간과 해서는 안 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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