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는 “전자상거래를 외면한 기업이 폐업한 것처럼, 인공지능(AI) 무시하는 기업들은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역시 “AI 성숙도가 높은 기업은 향후 3배 높은 수익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제 AI 전환(AX)은 기업 경쟁력의 새로운 척도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중소기업에 AI 도입은 먼 이야기다. ‘국내기업 AI 기술 활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78.4%가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실제 활용 중인 기업은 30.6%에 불과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AI를 도입한 비율이 5.3%에 그친다. ‘도입 의지’와 ‘실행’ 사이 간극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 막연한 환상이 부른 실패
100건 이상의 AI 도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만난 많은 중소기업들은 AI가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해했다. 심지어 AI를 도입한 기업조차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기업은 AI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었다. 추상적인 AI 솔루션을 먼저 상상한 뒤, 이를 개발할 업체를 찾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올바른 접근법은 정반대다. AI가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이를 비즈니스에 적용할 구체적 문제를 먼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AI 도입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도입 의지’와 ‘실행’ 사이 간극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AI에 대한 기본 지식과 활용 사례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AI를 낯설어하고 이를 활용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A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단순히 활용 기회를 놓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AI가 우리 조직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저항감으로 이어진다.
“어차피 우리와는 상관없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AI 도입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또 저항감이 커지면, 경영진 입장에서 AI의 비즈니스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비즈니스 문제를 발굴하는 데 실패하고, 도입 효과를 증명하기도 어려워진다. 투자수익률(ROI)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 AI 프로젝트는 더더욱 실행되지 못하고,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 성공의 열쇠는 AI 활용 역량과 단계적 접근
AI 프로젝트의 실패는 기술 부족이 아닌 활용 부족에서 비롯된다. 구성원들이 AI를 업무에 활용할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결국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개념증명(PoC) 단계에서는 관심을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 업무 프로세스에 녹아들지 못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그러나 희망적인 사실은, 거의 모든 기업에는 AI로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와 개선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성공의 핵심은 구성원들이 직접 AI를 경험하고 활용하면서 이러한 기회를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AI 도입을 위한 첫번째 단계는 조직의 AI 활용 역량을 점검, 기본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AI가 기업에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려면 구성원들이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업무 도구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적으로는 AI를 도입할 준비가 돼 있는지 진단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은 내부 역량을 점검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AI 지식과 활용 경험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준비가 부족하면 AI 도입은 단순한 시도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단계는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 AI 도입으로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문제를 찾는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 문제가 AI로 해결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AI를 적용했을 때, 비용 대비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문제를 선별하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은 유사한 산업 내 사례를 참조하거나, 경영진의 전략 방향과 초기 기획을 기반으로 AI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 도입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현업 전문가와 AI 전문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효과적인 AI 도입을 위해서는 현업 전문가가 업무 프로세스와 주요 문제점을 정의하고, AI 전문가는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AI를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이 실제 업무 환경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융화될 수 있는지'다.
만약 현업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AI를 도입한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 따라서 AI가 적용될 수 있는 최적의 영역을 찾는 과정에서, 업무 프로세스 전반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현업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세번째 단계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작은 성공을 경험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처음부터 전사적으로 AI를 도입하려고 하지만, 이는 리스크가 크다. 초기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AI의 성능을 검증, 실질적인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내부 신뢰를 쌓은 후 점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파일럿 프로젝트는 기능 검증-성능 검증-기능 확장의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 세단계를 한번에 진행하려다 보니, PoC 단계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초기 파일럿 프로젝트는 ‘기능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최소한의 범위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I 도입 초기에 너무 넓은 범위를 설정하면,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먼저 AI가 특정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를 확인, 이후 단계적으로 성능을 검증하고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렇게 하면 조직 내부에서 AI의 가치를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으며, 점진적 확장을 통해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는 AI 도입을 전사적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특정 부서에서 성공한 AI 프로젝트를 다른 부서로 확대하거나, 기존 AI 적용 영역을 더 넓혀 나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AI 적용 범위를 넓히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내부에서 AI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표준화된 프로세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AI 도입 경험을 보유한 내부 인력들이 새로운 AI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 경험을 가진 인력이 직접 AI 도입 프로세스를 전파하고, 다른 부서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다면 기업 전체적으로 AI 활용이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성공 사례를 문서화, 내부 교육과 워크숍을 통해 AI 도입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AI 도입은 한번의 프로젝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학습과 확산 과정이 필요하다. 개별적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기업 전체가 AI를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조직 문화로 변화할 수 있다.
■ 희망은 있다
AI 도입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작은 업무 하나의 자동화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성공 전략이다. 실제로 AI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사용자가 AI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젝트일수록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특히 AI 프로젝트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현장 중심 접근이 필수적이다. AI를 직접 사용할 사람들이 문제를 정의, 솔루션 개발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만 AI가 업무 프로세스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으며,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해진다.
중소기업의 AI 도입은 더 이상 고민만 할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다. AI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핵심은 작은 성공을 쌓아 나가며 점진적으로 활용해 나가는 것이다. 그것이 렛서가 발견한 가장 현실적인 성공 방정식이다.
심규현 렛서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