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닷컴 버블 2.0'이라는 말이 등장했습니다. 그동안 나스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주도했던 빅테크들이 일제히 주가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테슬라(-15.43%)를 비롯해 애플(-4.85%)과 엔비디아(-5.07%), 메타(-4.42%), 마이크로소프트(-3.34%), 알파벳(-4.49%)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가 포함됐습니다.
이에 따라 파이낸셜 타임스는 당시 25년 전의 닷컴 버블을 소환했습니다. 이는 인터넷 기업들이 수년간 이어진 미국 주식 상승세가 정점을 찍고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다 2년 뒤 주가의 77% 이상을 날린 일을 말합니다.
그러나 당시와는 달리, 현재 AI를 주도하는 빅테크들은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빅테크의 투자 전략이 한계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후 업계에서는 현재의 AI 붐이 닷컴 버블 붕괴 당시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조금씩 등장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14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와는 달리, 현재 AI 기업들은 돈을 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수익을 올리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그 예로 최근 떠오르는 인기 코딩 앱 '커서(Cursor)'의 제작사 애니스피어를 들었습니다. 이 회사는 최근 연간 반복 매출(ARR)이 1억달러(약 1449억원)에 달했습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인원 채용을 돕는 머코어(Mercor)는 설립된 지 2년도 되지 않아 ARR이 5000만달러(약 724억원)에 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CRM 기업 세일즈포스도 이 수치에 달하는 데 4년이 걸렸습니다.
자연어 프롬프트로 웹 사이트 구축을 돕는 스웨덴 회사 러버블(Loveable.dev)은 제품 출시 후 3개월 만에 ARR이 1700만달러(약 246억원)에 도달했으며, AI 보안 회사인 볼트(Bolt.new)도 2개월 만에 2000만달러(약 290억원)의 수익을 발표했습니다.
기술 플랫폼 사상 이처럼 빠르게 신생 기업이 매출을 확대한 적은 없었다는 평입니다. 즉, 1990년대에 시작된 SW 애플리케이션 및 플랫폼 사업은 시대를 거치며 구조적인 변화를 겪어 왔습니다. 처음에는 클라이언트-서버 구조로 오라클이나 SAP와 같은 전형적인 서비스 및 앱 회사를 키웠고,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세일즈포스와 같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붐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진화, AI 모델 기업과 AI 래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최근 자주 등장하는 AI 래퍼는 타사의 대형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도메인별 맞춤형 앱을 제공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이들의 성장세나 매출이 과거와는 비교가 할 수 없을 정도라는 말은 자주 나옵니다.
과거 닷컴 버블이 생겼던 핵심은 대부분 기업이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AI 래퍼들은 이와는 다를뿐더러,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차이점이라는 분석입니다.
물론 AI 기업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AI 래퍼는 다른 회사의 모델을 빌려 쓰는 형태이기 때문에 상당한 사용료를 지출합니다. 즉, 마진이 크지 않습니다.
또 이들은 LLM 기업이 직접 도메인별 서비스를 내놓거나, 기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이미 대부분 기업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던 기업이 AI 특화 기능을 도입하면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합니다.
여기에 클라우드 초기 벤처 기업들은 기존에 소프트웨어를 통째로 판매하던 대기업에 비해 접근성이나 비용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AI 래퍼들은 새로운 형태라기보다 클라우드를 확장한 것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이 때문에 파괴력은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빠르게 수익이 늘어난다는 것은 AI 비즈니스가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LLM 경쟁으로 인해 사용료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 AI나 에이전트는 사용 기업의 인건비를 줄이고 ROI(투자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등이 AI와 닷컴의 차이점으로 꼽힙니다.
물론, 어떤 분야이든 버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닷컴이 그랬듯, 이번에도 가장 큰 위험 요인은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입니다.
결국 지난해부터 꾸준히 나왔던 'AI 거품론'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플랫폼 사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거론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어 주말 주요 뉴스입니다.
■ 대세는 '바이브 코딩'..."1년 내 AI가 인간 대신 모든 코딩 맡을 것"
생성 AI를 활용한 코딩을 바이브 코딩이라고 부르며, 이를 통한 비용 절감으로 소수 인원으로 구성된 스타트업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앞으로 1년 내 모든 코딩을 AI가 담당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등장했습니다.
■ '구글 어시스턴트', 연내 '제미나이'로 완전 교체..."AI 음성 비서 시대 열 것"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기에 탑재한 어시스턴트를 연내 제미나이로 모두 교체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으로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는 AI 음성 비서가 탑재된다는 말입니다.
■ 중국, 딥시크 기술 '국가 기밀'로 구분...유출 우려로 출국 제한
중국 정부가 딥시크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일부 인원의 해외 출국을 금지했다고 합니다. 또 외부 영입 제안이나 투자 제안도 공산당이 통제한다고 합니다. '국보급 대우'라는 설명입니다.
AI타임스 news@aitimes.com
- [3월2주] 오픈AI 진짜 라이벌은 'AI 공장' 알리바바...4개월 만에 주요 모델 10개 출시
- [3월13일] 앤트로픽이 범용 챗봇 대신 코딩 전문에 집중하는 이유
- [3월12일] AI 열풍에도 새로운 전용 장치 개발이 드문 이유
- [3월18일] 데이터센터에서 AI '학습' 비중이 줄고 '추론'이 늘어난다는 의미
- [3월19일] 앤트로픽 인기 끌어올린 MCP란...AI 에이전트 시대 맞아 대세로
- [3월20일] AI 에이전트로 인해 인터넷 광고가 없어질까
- "클로드에 o1 결합했더니"..최강 성능 AI 코딩 어시스턴트 등장
- 아마존도 '바이브 코딩'...'커서'와 경쟁할 AI 코딩 서비스 개발 중
- 애니스피어, '바이브 코딩' 앱 커서로 넉달 만에 기업가치 3배 증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