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에너지 부자지만 주민은 가난하다

전남 신안 바닷가에선 요즘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공사가 한창이다. 바람이 많고 바다가 얕아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만들기에 딱 좋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곳에 세계 최대 규모인 8.2GW 해상풍력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차갑다.

전남해상풍력단지 (AI타임스DB)
전남해상풍력단지 (AI타임스DB)

한 어민은 "도대체 우리가 뭘 얻는 건지 모르겠어요. 바다에 발전기 세운다는데, 우리한테 설명도 없고, 이익도 없고, 그냥 '땅 좀 내놔라'는 말만 들렸던 적도 있다'고 푸념 했다.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설비를 가진 지역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핫스팟'으로 불릴 만큼 자원이 풍부하다.

하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건 '소음', '경관 훼손', '입지 갈등'이고, 발전에서 나오는 수익은 외지 대기업이나 자본에 집중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깨끗한 에너지'로 불리지만, 개발 과정에서 지역과 주민들이 소외되면 오히려 '불신'과 '저항'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갈등은 "발전소가 들어서지만 주민은 개발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과, "설명 부족, 정보 비대칭, 수익은 기업에 집중, 주민 몫은 거의 없다"는 지점이다. 

해답은? "주민도 함께 참여하는 발전소"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바로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이다. 즉, 주민들이 발전소에 직접 투자하거나, 지분을 갖고, 운영에 참여하면서 수익도 나누는 방식이다.

그래서 신안군은 2020년부터 이 방식에 나섰다. '신재생에너지 이익공유 조례'를 만들고, 발전소 운영법인에 주민 지분 참여를 허용했다. 그 결과, 마을 주민들은 수익을 배당받고 있다.

신안군 압해읍 마을 어르신은 "예전엔 그냥 발전소 세워놓고 아무것도 못 했는데, 이젠 마을 펀드에 들어간 수익으로 경로당도 새로 짓고, 아이들 장학금도 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남 전체가 이런 구조를 가진 건 아니다. 신안처럼 선도적인 모델은 일부이고, 대부분 지역에서는 여전히 소외된 채 개발만 당하는 구조가 많다.

조례가 없는 지자체가 다수이며, 주민참여율이 10% 미만에 머물러 있고, 대기업 위주 개발과 수익 집중 구조에 마을 단위 갈등도 여전하다. 

즉, '주민참여형 발전소'는 좋은 모델이긴 하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이고,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게 현실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전남도가 주민과 함께하는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 단위에서 '이익공유 조례'를 만들고, 지자체에 확대 적용할 것을 주문했다. 

또 공공 주도로 '공동 발전법인'을 설립하여 주민 지분을 보장하고, 발전소 수익 일부를 마을펀드, 교육, 복지로 환원하는 구조 마련과 갈등 조정을 위한 '에너지 협의체'를 제도화 할 것을 권유했다. 

한국에너지법학회는 이와 관련해 "지금처럼 기업이 주도하고 주민이 나중에 알게 되는 방식으론 안 되고, 이제는 지역 주민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에너지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조언 했다. 

태양과 바람은 전남의 보물이다. 하지만 그 보물이 누구의 것이냐를 묻는다면, 아직은 대답이 불편하다. 전남이 진정한 에너지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선, 그 에너지를 함께 만든 지역 주민이 ‘주인’이 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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