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녹색, 전남이 대한민국을 바꾼다
에너지와 AI를 품은 전남, 이제는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우리는 늘 주변이었다.' 전남은 늘 중심에서 한 걸음 비켜 있었다. 수도권 중심의 정책,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 그리고 인재와 자본이 서울로만 향하는 흐름 속에서 전남은 '풍요로운 자연'과 '자원의 땅'으로 불리면서도 정작 그 풍요를 지역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

솔라시도
솔라시도

하지만 지금, 상황은 바뀌고 있다. 바로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AI), 이 두 가지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전남이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태양과 바람, 전남의 손 안에 있는 에너지. 전남은 전국 재생에너지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광활한 평야, 끝없이 펼쳐진 바다, 빛이 풍부한 지형. 이 모든 것이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의 최적지가 된다.

정부가 말하는 '탄소중립 사회',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 유치', 이 모든 전략의 출발선이 바로 전남이다.

하지만 전남은 이제 더 이상 "땅만 내주는 지역", "전력만 생산하는 공간"으로 남아선 안 된다. 이제는 전남도 전력 산업의 주체, 이익의 당사자, 정책을 설계하고 끌고 가는 플레이어로 올라서야 한다.

AI, 기술은 수도권에 있지만, 현장은 전남에 있다

앞선 기사에서 살펴본 것처럼, 전남의 땅과 바다에서는 이미 AI가 일하고 있다. 농업에서는 스마트팜, 바다에서는 지능형 양식장, 여행지에서는 AI 교통 예측과 관광 분석이 도입되고 있다.

전남은 AI 스타트업 본사는 없지만, AI가 쓸모 있는 현장은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이재명 정부는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고, 국민이 자신의 데이터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또한, "AI 생태계의 포용적 성장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도약하는 균형 잡힌 AI 산업 구조를 만들어가겠다"는 기조인데, 이는 비수도권 지역의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이 두 흐름이 만나는 곳, '에너지 + AI'. 여기서 전남이 가진 궁극의 잠재력이 드러난다. 전남은 전력과 AI를 동시에 품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AI가 더 많은 연산을 하기 위해서는 전력 소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고, 전남은 친환경 전력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최적지다. 태양광 발전량 예측, 송배전 최적화 등도 AI로 고도화가 가능하다.

AI 농업
AI 농업

다시 말해, 전남은 대한민국형 '에너지-디지털 융합 산업'의 실험실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전남은 더 이상 농어업의 지역이 아니며, 디지털 시대에는 그 농어업이 가장 먼저 진화할 수 있는 산업이 되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전남이 중심이 되기 위한 열쇠로 "'에너지 주권'을 가진 지역으로 전환하기"와 "발전소만 짓는 곳이 아니라, 주민이 참여하고 수익을 나누는 주체적인 에너지 자립 모델 확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AI를 적용할 수 있는 산업 현장'에 집중하기"와 "전남이 잘하는 것에 AI를 입혀야 진짜 전환이 시작된다"면서, 앞서 언급한 4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광주와의 연결'로 디지털 클러스터 완성하기

특히 무엇보다 "전남 혼자 하기보다, AI 중심지인 광주와 손잡고 인재와 기술을 유입해야 한다"면서, 그걸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경제 모델'을 만든 다음 수익이 남는 구조를 넘어서, 그 수익이 지역의 일자리와 복지로 이어지게 만드는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나아가 "지금은 선택의 시간으로 기술이 지방을 지우는 시대가 아니라, 기술 덕분에 지방이 다시 중심으로 떠오르는 시대다"며 "중요한 건, 그 중심에 설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다"고 역설했다.

AI와 재생에너지는 전남에게 과제가 아니라 기회다. 이 두 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곳, 그 교차점에 '전남의 미래'가 놓여 있다. 이제 전남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이 판에서 주인이 될 것인가, 다시 그림자가 될 것인가?

[기획을 마치며] 변방에서 중심으로, 전남의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이번 기획 시리즈는, 단순히 기술이나 정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 대한민국이 변하고 있는 이 순간에, 전남은 어떤 길목에 서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전남은 이제 태양광 발전 단지를 내주는 땅이 아니라, AI를 실험할 수 있는 가장 풍요로운 현장이고, 사람과 기술, 자연과 데이터가 공존하는 미래의 교차로다. 그 가능성을 실제로 펼쳐낼 수 있다면, 전남은 다시 '변방'이 아닌, 대한민국 혁신의 한복판에 서게 될 것이다.

*취재 지원 | 전라남도청, 에너지경제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산업통상자원부 등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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