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줄어드는 시대, 지방도시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아이는 점점 줄고, 고령 인구만 늘어나는 현실 속에서 여수시가 내놓은 해법은 조금 색다릅니다. 바로 '생활인구'를 중심에 둔 전략이다.
생활인구는 단순히 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사는 사람만이 아니다. 통근, 통학, 관광, 출장 등으로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해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들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즉, '여수에 자주 오고 오래 머무는 사람들'을 뜻한다. 여수시는 원래 관광도시다. 바다와 섬, 풍부한 관광자원 덕분에 연중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여수의 생활인구는 실제 주민 수의 8~14배에 이다. 전남의 다른 인구감소 지역 평균이 4.9배인 걸 보면, 여수는 이 점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여수시는 이 숫자에 주목했다. "주소를 여수에 두지는 않아도, 자주 오고 머무는 사람들을 붙잡아보자"는 방향, 이게 바로 여수시가 이번에 꺼내든 새로운 전략이다.
여수시는 20일 '인구감소 대응 TF 보고회'를 열고 총 19개 사업을 발표했다. 적은 예산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새롭게 추진하는 대표 사업들은 첫째, '여수형 청년마을 체험 프로그램'이다. 외지 청년들이 여수에서 일정 기간 살아보며 지역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둘째, '일레븐 브릿지 마라톤 대회' 개최다. 여수의 명물인 11개의 다리를 코스로 활용한 대회로 외부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셋째, '2025 여수 KOVO컵 프로배구 대회' 개최로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체류 인구 확보방안과, 넷째, '섬섬여수 자율주행버스 운영'으로 섬 지역 접근성 강화를 통해 체류형 관광을 유도한다.
또한, 어업권을 지자체가 취득해 귀어인에게 월 1만 원에 재임대하는 '공공형 임대 어업권'도 추진 중이다. 외지에서 귀어(귀촌+귀어)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다.
여수시가 이처럼 생활인구를 잡으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정주 인구(주소를 둔 사람)만 보며 정책을 펴다가는 지역의 생기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생활인구는 비록 '사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소비하고, 머물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다.
여수는 특히 '방문객이 많은 관광도시라는 특성', '순천, 광양 등 인접 도시와 생활권을 공유할 수 있는 입지', '해양관광, 섬 체험 등 다양한 체류형 콘텐츠 개발 가능성' 등에서 유리하다.
물론 '생활인구' 전략에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일시적 체류만으로는 지역에 뿌리내리기 어렵기에, 방문을 '반복'하게 하고, 나아가 장기 체류로 유도해야 한다.
교육·주거·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면 정착은 어렵다. 결국은 ‘사는 곳으로 선택할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정확한 생활인구 파악이 어려운 부분은 빅데이터, 이동 통신기록 등을 활용한 분석 체계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시가 내놓은 생활인구 기반 전략은,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이다. 하지만 이 변화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꼭 필요한 선택이기도 하다.
정주 인구만 바라보다가는 놓칠 수 있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지역에 숨을 불어넣는 생활인구다. 여수시의 이 도전이 성공하려면, 생활인구를 일시적 방문자가 아닌 지역의 잠재 주민으로 보고 그들의 방문을 체류로, 체류를 정착으로 이끄는 단계별 설계가 필요하다.
이 전략이 잘 실행된다면, 여수는 '사람이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돌아오고 다시 찾는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