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권의 필수의료 서비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이 최신 연구들로 다시 확인됐다. 

예방 가능한 외상 사망률은 전국 평균의 거의 두 배에 달했고, 목포권 임산부 사망률은 3배 이상 높아 전국 최악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심화 국면에서 산모 사망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는 이 모순된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병상 수의 문제가 아닌 시스템적 붕괴”라고 지적한다.

AI 응급의료 119 구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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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 21%…광주·전남·제주 최하위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정경원 교수팀이 대한의학회지(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광주·전라·제주권의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은 21.1%로, 전국 평균(13.9%)을 크게 웃돌았다. 

인천·경기(10.2%), 서울(12.4%), 부산·대구·울산·경상(13.6%), 대전·충청·강원(15.8%)보다 모두 높아 전국 5개 권역 중 최하위였다.

'예방 가능 외상 사망률'이란, 외상으로 사망한 환자 중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생존 가능했던 비율을 말한다. 

2015년 40.7%였던 이 비율은 한때 17.1%(2019년)까지 떨어졌으나, 2021년에는 다시 21%대로 오르는 '역주행'을 했다.

이는 곧 지역 외상센터의 역할 미흡과, 지리적·사회적 한계가 복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경원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도 있었지만, 구조적으로 권역외상센터의 이송·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목포권 임산부 사망률 '독보적'…병원까지 67km

산모와 신생아 의료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 '보건사회연구'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2018~2022년 5년 동안 목포권의 임산부 사망률은 출생아 10만 명당 34.08명으로, 전국 평균(10.33명)의 3배 이상이었다.

출생 전후기 사망률(태아 28주 이후~생후 7일 미만 신생아의 사망 비율)도 3.5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목포권 산부인과 붕괴”의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목포권에서 가장 가까운 모자 전문병원까지의 평균 거리도 67.46km로, 전국 평균(10.41km)의 6배 이상이었다. 

김윤하 전남대병원 교수는 "고위험 임신부가 빠르게 의료기관에 도착하지 못해 관리가 취약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저출산 시대에 산모 사망까지"…악순환 우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이같은 높은 임산부 사망률이 출산율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과 보건사회연구원 자료를 보면, 지역별로 출산율이 낮은 곳일수록 임산부 의료 접근성이 취약하고, 임산부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된다.

출산율이 낮아 분만 병원이 문을 닫고, 병원 수가 줄면서 산모가 더 멀리 가야 하고, 그 결과 고위험 임신·출산이 늘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악순환이다. 

실제로 목포권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0.7명대로 전국 평균(0.78명)보다 낮다.

김윤하 교수는 "출산율과 임산부 사망률은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분만 인프라를 지키고, 임신부가 안심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상과 산모·신생아 사망 모두 '병원 접근성'이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산모 이송체계 개선 ▲지역외상센터 기능 강화 ▲분만 취약지 지원 ▲지역 보건소와 연계한 1차 관리 등을 제안한다.

정경원 교수는 "외상 분야도, 모자 분야도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만으로는 부족하다. 지자체, 의료기관, 지역사회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은 단순히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필수의료 체계에 대한 경고등이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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