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기존 분광기의 한계를 극복한 고정밀·저전력·소형화 계산분광기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실시간 혈당 측정·식품 안전 검사·위조 문서 판별 등에 해당 기술이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흥노 교수 연구팀이 다층 박막 필터 기반 초소형 센서에 인공지능(AI) 복원 알고리즘을 결합해, 단 한 번의 이미지 촬영만으로 정밀한 스펙트럼 정보를 재구성할 수 있는 신개념 계산 분광기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분광기(Spectrometer)는 물질이 빛과 상호작용할 때 나타나는 고유한 파장 특성을 분석해 성분·구조·상태 등을 비침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핵심 분석 장비다. 의료 진단, 식품 품질 검사, 환경 오염 감시, 예술품 감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을 위한 필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의 고해상도 분광기는 정밀한 파장 분석을 위해 크고 무거운 기계적 장치를 필요로 하고, 복잡한 구조와 긴 측정 시간 때문에 실시간 현장 적용에 제약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기존 분광기처럼 파장을 기계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필터로 압축 측정된 데이터를 AI 계산 알고리즘을 활용해 전체 스펙트럼으로 복원하는 방식의 디지털 분광기를 계산 분광기라고 한다.
연구팀은 2022년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화하는 반도체 기반 센서(CMOS)와 다층 박막 필터 구조를 결합한 ‘단일 촬영 계산 분광기(single-shot spectrometer)’의 하드웨어 구현 가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AI 복원 알고리즘을 정밀 설계하고 시스템 전체를 최적화함으로써 측정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대폭 향상했다고 밝혔다.
이미지 분할에 특화된 인공지능 딥러닝 모델인 '유넷(U-Net)'을 기반으로 측정된 이미지 신호를 전체 스펙트럼으로 복원한다.
총 3223개의 실측 스펙트럼 데이터를 학습한 이 모델은 기존의 최적화 기반 방식보다 빠르고 정밀한 복원이 가능하며, 파장 범위 500~850nm에서 평균제곱근오차(RMSE)* 0.0288 이라는 높은 정확도를 달성했다.
특히 광학 신호를 필터 단위로 압축 측정한 뒤, AI를 통해 전체 스펙트럼을 복원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융합 구조를 실제로 구현함으로써, 기계적 스캔 없이도 고정밀 파장 분석이 가능한 초분광 융합 기술을 완성했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기존 분광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정밀·저전력·소형화를 동시에 실현했으며, 모바일 기기나 현장 진단 센서 등 차세대 광학 센서 플랫폼으로서의 활용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주사전자현미경(SEM)을 이용해 다층 박막 필터의 구조적 균일성과 높은 제조 수율도 확인했다. 센서의 전체 크기를 4.5×4.5mm² 으로 줄여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 현장 진단 플랫폼 등 다양한 응용 환경에 직접 탑재할 수 있는 수준의 초소형화를 실현했다.
이흥노 교수는 “이번 연구는 초소형 하드웨어와 AI 알고리즘을 통합해 계산 분광기의 정밀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사례”라며 “향후 대형언어모델(LLM)과 결합하면 사용자가 스마트폰 내부에 장착한 초분광 카메라로 건강 상태나 식품 품질을 스캔하고, 그 결과를 자연어로 실시간 안내받는 사용자 경험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이흥노 교수가 지도하고 데이비드 사뮤엘 바티 박사후연구원, 최영인 박사과정생, 그리고 반도체공학과 윤훈한 교수가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2025년 7월 1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