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인공지능(AI) 모델 ‘램프(LLAMP)'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성균이 등장해도 빠르게 항생제 후보물질을 제안할 수 있는 AI 기반 신약개발 체계를 제안했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남호정 교수와 화학과 서지원 교수 공동연구팀은 다양한 박테리아의 유전자 정보와 항균 펩타이드 간의 활성 관계를 분석해, 균종 특이적인 펩타이드 기반 항생제 후보물질을 제안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 모델은 박테리아 종별 고유 유전자 정보와 다양한 항균 펩타이드 간의 상관관계 데이터를 학습하여 감염병을 유발한 세균에 최적화된 항균 펩타이드를 선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균종 특이적 정밀의료는 물론, 유전자 변이를 거쳐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병원균에도 정밀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맞춤형 치료제 후보 도출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AI 기반 항균 펩타이드 연구는 단순히 항균 활성 여부만을 예측하거나, 표적 박테리아 종을 고려하지 않아 실제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대용량 펩타이드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표적 박테리아 종의 게놈 정보를 활용하는 모델 램프를 개발했다.
램프는 특정 박테리아의 게놈 정보와 펩타이드 서열을 입력하면, 해당 박테리아 종에 대한 펩타이드의 활성지표로서 최소억제농도(MIC)를 예측한다.
기존 모델보다 항균성 예측 정확도가 최소 4%, 최대 9% 향상되고, 활성값 예측력은 최소 3%에서 최대 40%까지 개선되는 등 모든 성능 지표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특히 연구팀은 램프를 통해 어텐션 분석을 실시, 자연계에 있는 수백만 가지 펩타이드(작은 단백질 조각) 서열을 분석했다. 이 중 어떤 아미노산(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들이 항균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찾아냈다.
이를 바탕으로 펩타이드의 서열을 바꾸는(재설계) 작업을 진행, 항균 특성을 더 높였다고 전했다.
이 펩타이드들이 실제로 병원균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한 후, 사람의 적혈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지(용혈독성)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이미 임상 3상까지 진행된 '펙시가난'이라는 항생제와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세균을 잘 죽이고 우리 몸에 안전한 항균 펩타이드가 특정한 아미노산 배열과 '양친매성(물과 기름 모두에 친한 성질)' 덕분에 세균의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여 작동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에 대해 AI가 단순히 기존 약물을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병원균의 유전자 특성을 분석해 그에 최적화된 새로운 치료제를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데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항생제 내성의 진화를 실시간으로 추적·대응할 수 있는 신약개발 플랫폼을 제시한 성과로, 학술적·산업적 파급력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남호정 교수는 “새로운 내성균이 등장했을 때, 그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빠르게 항생제 후보물질을 제안할 수 있는 AI 기반 신약개발 체계를 구축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균종 특이적 펩타이드를 발굴해 내성균에 특화된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모델과 차별화된다”라고 말했다.
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남호정 교수와 화학과 서지원 교수가 지도하고 전기전자컴퓨터공학과 배대훈 석사, 화학과 김민상 박사과정생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역혁신 선도연구센터(RLRC),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프로그램과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MELLODDY)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브리핑스 인 바이오인포매틱스(Briefings in Bioinformatics)'에 7월1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