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발표한 대규모 인공지능(AI) 칩 공급 건이 중국 유출 우려로 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게이트 UAE’로 불리는 이 협정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최첨단 AI 칩을 UAE에 공급하고 데이터센터를 공동 구축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가 UAE가 구매한 칩이 제3국을 통해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협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협정으로 아부다비 외곽 약 26제곱킬로미터(㎢) 부지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가 조성될 예정이며, UAE 국영 기업 G42가 자금을 지원한다.
G42는 1단계 개발을 위해 미국의 엔비디아, 오픈AI, 시스코, 오라클,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과 협력하고 있다. 오는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최종적으로 5기가와트(GW) 규모의 서버 용량을 갖출 계획이다. 초기에는 엔비디아의 최신 AI 서버인 ‘그레이스 블랙웰 GB300’ 시스템 등 10만개의 고성능 AI 칩이 투입된다.
논란은 G42가 전체 칩 물량의 약 20%를 직접 제공받기로 한 부분에서 발생했다. 미국의 일부 관리들은 G42가 과거 중국과 투자 관계로 엮여 있었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미국의 첨단 기술이 간접적으로 중국에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G42는 지난해 초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떨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현재 G42로의 직접 수출 승인을 보류하고 있으며, 추후 승인 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비쳤다.
이런 안보 논란은 미 행정부 내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고위 관계자들은 안보 위험이 과장됐다며 중동에 대한 기술 수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특히, 백악관의 AI 차르인 데이비드 색스는 “우리가 기술을 제공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그는 이번 협정의 기획자 중 한명으로, UAE 수출과 투자 유치를 통한 미국 기술 영향력 확대를 강조해 왔다.
UAE는 협정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유세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는 “이 협정은 양국 모두에 막대한 혜택을 안겨줄 것”이라고 밝혔다. 협정 이행 계획에 대해서도 미 상무부는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