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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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진보 성향의 인공지능(AI) 모델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진영이 줄곧 주장하던 것으로, 최근 주요 AI 업체가 정부와 계약을 맺으며 강제화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행정부가 ‘깨어있는(woke)’ AI 모델에 대응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명령은 연방 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는 AI 기업에 정치적 중립성과 편향 없는 모델 개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바이든 정부 당시 추진했던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 전반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격으로 평가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명령은 구글, 오픈AI,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이 연방 정부와의 계약을 노리는 상황에서 개발 방향과 훈련 데이터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백악관 AI 정책을 총괄하는 AI 차르 데이비드 색스와 AI 정책팀 리더 스리람 크리슈난이 이번 조치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초 구글 '제미나이'가 조지 워싱턴을 흑인으로, 나치 군인을 유색 인종으로 묘사한 이미지 생성 논란 등으로 보수 진영의 반발을 산 사례들을 계기로 추진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행정부 시절부터 보수 진영이 온라인에서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이번 2기 행정부에서는 DEI 폐지를 주요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AI 모델은 인터넷의 대규모 데이터를 훈련하며, 종종 예기치 못한 오류나 환각 현상을 겪는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치적 편향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AI 기업이 의도적으로 모델을 깨어나도록 훈련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보수에 대한 차별로 인식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행정 명령은 AI 기업 간 정치적 유불리를 발생시킬 수 있어 논란이 불가피하다”라고 분석했다.

깨어있는 AI와 폐쇄형 AI가 날뛰는 것을 '근본 있는 AI'로 몰아내겠다는 머스크 CEO의 트윗 (사진=X, Elon Musk)
깨어있는 AI와 폐쇄형 AI가 날뛰는 것을 '근본 있는 AI'로 몰아내겠다는 머스크 CEO의 트윗 (사진=X, Elon Musk)

실제로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 2023년 오픈AI의 '챗GPT'가 진보 성향이라고 비난하며, 그 반대의 의미인 '근본 있는(Based)' 챗봇을 만들겠다며 '그록'을 출시했다. 그러나 그록은 최근 히틀러를 찬양하는 반유대주의적 응답을 한 것으로 비판받았다. 이 또한 정치적 편향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또, 앤트로픽은 바이든 행정부 인사를 다수 영입한 바 있다. 또 반도체 수출 규제나 AI 통제 정책에 대해 트럼프 정부와 입장이 일부 엇갈린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앤트로픽은 “우리의 결정은 정치적 의도가 아닌, 기술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AI 편향 대응 행정명령은 다음 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할 AI 정책 구상 중 하나다. 

여기에는 중국과의 AI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비전을 담고 있다. 미국산 AI 모델과 반도체의 우방국 수출 촉진, 데이터센터 허가 간소화, 에너지 공급 확대 등도 포함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피츠버그에서 수십억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 계획도 공개한 바 있다.

박찬 기자 cpark@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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