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데이터로 작동하지만, 데이터는 전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생성형 AI의 연산을 실현하는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전력을 소모한다.
이제 AI 패권은 단순한 알고리즘 경쟁이 아니라, '전기를 누가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를 둘러싼 인프라 전쟁이다.
이런 흐름에서 전남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한전 본사가 자리한 '에너지 생산 기지', 풍력·태양광 중심의 RE100 산업단지 구축 가능성.
또한 저렴한 부지, 낮은 지진 위험도, 분산형 전력계획에 적합한 여건 등, 수도권에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장점을 고루 갖춘 지역이기 때문이다.
코로케이션, 현실적인 전남형 AI 거점 모델
'AI 데이터센터 주권'에 대해 박종배 교수(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는 "전력망 병목 해소와 지역별 수요 분산 없이 AI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수도권 과밀로 인해 고가의 LNG 전력이 공급되는 반면, 전남은 값싼 재생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다.
이 간극을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코로케이션(Colocation)' 방식의 데이터센터 분산 구축이다.
이는 대기업, 클라우드 사업자, AI 스타트업이 전력과 땅이 풍부한 지방에 공동 거점을 조성하고,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전남은 이 모델의 핵심 조건인 "재생에너지, 저가 전력, 부지, 냉각 환경, 그리고 지역 수용성"을 충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후보지 중 하나다.
전력 불균형 해소 없이는 AI 전환 없다
데이터 분석상 수도권이 40% 전력 소비 비중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겨우 10%에 불과한 반면, 전남은 전력 소비 6%의 비중에 재생에너지 발전은 25%에 이른다.
이 수치는 '전력 생산-소비'의 미스매치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처럼 송전 인프라가 수도권 중심으로 작동한다면, 전남의 전력은 계속 타 지역으로 수출되는 '에너지 원조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남에 데이터센터와 AI 클러스터가 구축된다면, 이 에너지는 지역 산업으로 전환되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
전남형 RE100 산업단지, AI 산업의 출발점
전남 신안, 영광, 해남, 고흥 등은 이미 해상풍력·태양광 중심의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공식화했다. 이는 AI 기업들이 요구하는 '탄소중립 연산 인프라'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본지 기사 "AI 시대, 전남의 RE100 산업단지 환영…정치적 발언 넘어 실질적 비전으로"에서도 강조했듯, RE100은 이제 해외 진출 기업의 라이선스 요건이다.
전남의 RE100은 단순한 친환경 정책이 아니라, 글로벌 AI 밸류체인에 진입하기 위한 전략적 키워드다.
[참고]
박종배 교수 서울경제 인터뷰 "전력이 흔들리면 AI·제조업 무너져"
한국에너지공단, 전력 소비·생산 통계(2023)
전남도 2024년 RE100 및 데이터센터 전략 보고서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