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제조업도 결국 전력이 무너지면 함께 무너진다." 전력경제 전문가 박종배 건국대 교수(차기 대한전기학회장)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같이 단언했다. 

생성형 AI, 고성능 데이터센터, 친환경 공정 등 첨단산업의 공통 기반은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다. 

AI는 대답을 도출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 이유는 AI 서버에 대용량 전력을 소비하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는 종종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린다. 이처럼 AI 모델 훈련과 컴퓨팅 리소스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사진=셔터스톡)
AI는 대답을 도출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한다. 그 이유는 AI 서버에 대용량 전력을 소비하는 고성능 프로세서가 탑재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AI는 종종 ‘전기 먹는 하마’라 불린다. 이처럼 AI 모델 훈련과 컴퓨팅 리소스 가동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사진=셔터스톡)

이재명 정부의 임기 5년은 전력산업 구조 전환과 산업 대전환이 병렬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지금 이 골든타임의 수혜에서 전남은 소외돼 있다. 한전 본사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남은 수도권 중심의 송전 인프라와 AI 산업 유치 경쟁에서 여전히 '후발주자'에 머무르고 있다.

■ 에너지 생산은 1등급, 소비와 활용은 3등급

전남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보유하고 있다. 신안·영광 일대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태양광 클러스터, 원자력 발전소 등 공급 잠재력은 막강하다.

그러나 문제는 송전 인프라다. 서울로 향하는 송전선은 포화 상태이고, 전남 내에서는 재생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소비되거나 지역 산업과 연결되지 못하는 '병목 구조'가 심각하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수도권은 전력 수요의 40%를 차지하지만, 송전망은 국도 수준에 불과하다"며 "전남 같은 전력 생산지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없이는 산업으로의 전환이 어렵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전남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높은 송전 손실과 비용을 감수하고 타 지역으로 이동된다. 이 과정에서 RE100 기업이 요구하는 '가까운 전력 조달' 조건도 충족되지 않는다.

■ 전남형 AI 클러스터, 전력 불균형이 발목

전남도는 고흥, 나주, 여수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 유치와 반도체 인프라 조성 전략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전력 수요 예측'과 '공급 보장' 측면에서 서울·경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AI산업은 24시간 안정적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전력망 확충이 뒤따르지 않으면 투자 유치도 쉽지 않다.

박 교수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려면 전기요금 차등화 같은 인센티브와 함께 송전망 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를 전남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기술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하나 짚어야 할 대목은 '정치의 개입'이다. 전기요금이 정치 논리에 따라 결정되면, 시장 원리에 의한 에너지 유연성 확보가 어렵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전남 역시 '에너지 저렴 지역'이라는 강점을 살리려면, 요금 체계를 지역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설계해야 한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을 단순한 물가 관리 수단이 아닌 산업 경쟁력 확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대형 기업군과 서민 계층을 이원화해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K-그리드' 기술은 국내 중전기·EPC 기업들의 협업으로 완성되고 있다. 

박 교수는 "삼성물산이 UAE에서 수주한 HVDC 프로젝트는 사실상 원전 1기 규모"라며, 이러한 경쟁력이 전남 해상풍력이나 전력망 현대화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남은 해상풍력의 메카다. 문제는 이 에너지가 전남 안에서 산업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RE100을 요구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전남의 풍력 에너지를 활용해 입주할 수 있도록, REC 가격 안정화와 송전 비용 할인 같은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

■ 전남이 전력 전환의 실험장이 되어야

전남은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박 교수의 조언대로 "전력망 병목 해소와 분산 수요 유도, 판매시장 유연화, 요금체계 현실화"를 포함한 종합 로드맵이 전남에서 먼저 실행된다면, 이는 곧 K-그리드의 전남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 에너지, 산업의 삼각 축이 전남에서 만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의 냉철한 정책 설계와 더불어, 전력 소비지와 생산지를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정치적 논쟁’에 발목 잡혀선 안 된다.

[참고] 본 기사는 서울경제가 2024년 7월 28일자 보도한 박종배 건국대 교수 인터뷰("전력이 흔들리면 AI·제조업 무너져")의 주요 발언과 분석 내용을 토대로, 전남 지역의 산업 및 전력 인프라 현실을 접목해 재구성한 것입니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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