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AI 심사역 ‘비키1.0‘을 소개했다.
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가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AI 심사역 ‘비키1.0‘을 소개했다.

“투자 심사역의 업무 방식과 데이터를 학습한 AI 심사역 도입으로, 더벤처스의 월간 배치 프로그램을 2주 단위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이 노하우를 바탕으로 투자사를 지원하는 업무에 AI 도입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더는 인공지능(AI) 심사역 ‘비키 1.0(Vicky 1.0)’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타트업 창업가들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핀테크 전문 뱅크샐러드의 공동 창립자이자 최고 기술책임자(CTO)로, 서비스 초기부터 시스템 아키텍처 설계와 데이터 인프라 구축, 개발 문화 정립 등을 주도해 왔다.

스타트업 창업 경험을 가지고 지난 4월 더벤처스에 합류했다. 더벤처스는 ‘창업가를 위한 창업가들’이라는 슬로건으로, 창업 경험을 갖춘 파트너들이 시드 단계부터 밀착 지원하는 초기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다.

그는 “더벤처스에 합류했을 때 AI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표만 있었고 구체적인 기획은 없었기 때문에 심사역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어느 업무에 AI를 도입해 자동화할 수 있을지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했다”라며, 투자 철학이나 스타트업을 고르는 기준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후 2022년부터 시작된 배치 프로그램에서 쌓인 데이터를 정제하고 대형언어모델(LLM)에 심사역 기준을 학습했다. 범용 LLM은 상식적인 판단과 분석을 내놓는 편이라, 벤처 투자자의 시각과는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오픈AI의 '챗GPT', 구글의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여러 모델을 멀티 에이전트로 구성했다. “사업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로 다른 프롬프트와 모델이 만장일치를 할 수도 있고, 에이전트끼리 서로의 판단을 평가하게 할 수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기존에는 심사역이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후 창업자를 실제로 만날지를 선택하는 이분법적 결정이었으나, AI 심사역 도입을 위해 5단계 평가지표로 개선했다. 5단계 지표를 제시하면, 투자 결정 후 AI의 피드백 학습이 쉽고 정교하게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는 말이다.

배치는 더벤처스가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투자 심사 프로그램이다. 이때 심사역들은 수백건에 달하는 사업계획서를 받고 투자하기 적합한 스타트업을 선별하는데, 이 과정을 AI 심사역으로 빠르게 검토하는 것이다. 프로토타입을 도입했을 때 심사역 1인이 투자 검토에 할애하는 시간에 약 20% 정도를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3개월간 프로토타입 검증을 거쳐 AI 심사역을 본격 도입한 후 평균 검토 시간은 44% 단축됐으며, AI 평가와 실제 투자 판단 간 일치율은 약 78%로 나타났다.

황 리드는 “더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시드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품 시장성보다 창업자와 팀원을 평가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펀드의 성격에 따라 가점 요인이 달라지기도 한다”라며 “이에 멀티 에이전트를 만들어 배치 때마다 에이전트 구성을 변경, 사업계획서를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다른 역할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들이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심사역이 기업의 장단점을 정리해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더불어 인사이트 보고서를 생성하지 않고, 챗봇 형식으로 제공한다. 배치 투자 시 여러 사업계획서에서 필요한 내용만 물어볼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업무 방식을 효율화한다는 의도다.

황 리드는 “보고서를 생성할 수 있지만, 심사역들이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라며 "많은 자료 중에서 필요한 내용만 확인할 수 있게 챗봇으로 제공했을 때 만족도가 더 높았다”라고 설명했다. 더벤처스의 심사역들도 비키 1.0을 이용해 기존 업무 방식을 크게 개선했다고 전했다.

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
황성현 더벤처스 테크리드

앞으로 더벤처스는 ‘AI 주도 벤처캐피탈(AI Driven VC)’로 전환, AI 심사역뿐만 아니라 업무 전반에서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생성 AI로 최종 투자 심사 보고서를 생성하는 프로젝트와 투자사를 지원할 수 있는 AI 알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

“창업 경험이 있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이해한다”라며, 매주 창업가들이 진행 상황을 보고하면 AI가 중요하거나 긴급한 요청을 선별해 투자사에 요청하는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AI 심사역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를 기다리기보다 가능성 있는 기업을 먼저 찾아낼 수 있게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비키 1.0이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축적할수록 정확도가 높아져, 남들이 보지 못하는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찾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수빈 기자 sbin08@a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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