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 인류의 공동 과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실질적 해법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라남도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청정에너지 산업 육성을 통해 ‘에너지 선도 도시’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어, AI와의 접목을 통한 전략적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다.
지난 7월 1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 AI와 기후변화 컨퍼런스'에서는 정부·학계·산업계 관계자 450여 명이 모여 AI 기술의 기후위기 대응 가능성을 집중 논의했다.
행사는 외교부 주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주관으로 열렸으며, 파리협정 10주년을 맞아 AI 기술이 기후 대응의 실질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지 조명했다.
컨퍼런스에서는 기후 예측의 정밀도 향상, 에너지 효율화, 전력망 자동화, 재생에너지 변동성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의 실질적 기여 사례가 소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한국전력은 AI를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 기후 지능(climate intelligence), 극한 기후 상황에서도 안정적 전력 공급 가능성 등을 제시하며 기술의 현실적 가능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AI 기술의 대규모 전력 소비와 이로 인한 탄소배출 문제는 여전히 우려 대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감형 AI 모델"과 "친환경 데이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균형 잡힌 기술 활용을 강조했다.
전라남도는 전국 최대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태양광과 풍력, 수소에너지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다.
특히 서남권 해상풍력 프로젝트, 영광의 수소산업 클러스터, 고흥-해남의 태양광 산업벨트 등은 에너지 전환의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한전과의 연계를 통한 전력망 인프라 개선,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에너지 공공기관들의 집적 효과는 전남이 '에너지 선도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핵심 기반이다.
AI 접목 가능성과 도전 과제, 왜 전남에 AI가 필요한가?
전라남도는 이미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바탕으로 국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수준을 넘어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똑똑하게 소비하는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때 인공지능(AI)은 에너지 전환을 고도화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AI로 스마트 그리드를 운영하다 - AI를 활용하면 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이상 징후나 수급 불균형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특히, 전남처럼 해상풍력이나 태양광처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서는 AI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가 전력의 품질과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기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체계 필요 - 날씨, 바람, 태양광량 등 복잡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전량을 예측하고, 전력 사용 패턴을 분석해 정책이나 시스템을 조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기후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AI는 이러한 복잡한 연산을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는 도구다.
▲현실적인 한계: AI 자체의 에너지 소비 문제 - 한편으로는, 고성능 AI 모델이나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소비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목표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AI 기술 자체도 에너지 절감형 알고리즘 개발이나 친환경적인 데이터 인프라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을 넘어 '지능형 대응'으로
전남이 단순한 에너지 생산지가 아닌,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 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준비가 필요하다.
▲AI 기반 에너지 정책 수립 역량 강화 - 에너지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에너지정책 기획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남도 차원에서 '기후·에너지 데이터센터' 설립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 인재와 기술 기반 확대 - AI와 에너지 모두 고도의 기술 집약적 산업이다. 전남대, 순천대, 목포대 등 지역 대학과 연계해 AI-기후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AI 벤처나 스타트업이 유입될 수 있는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
▲친환경 디지털 인프라 구축 - AI 기술이 전력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만큼, 재생에너지로 운영되는 데이터센터, 마이크로그리드 방식의 전력 공급, 탄소중립형 클라우드 인프라 설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주민과 함께하는 에너지 전환 모델 -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에너지 소비 모니터링 시스템을 AI 기반으로 구현하면, 에너지 절감 효과는 물론 지역 주민의 수용성과 공감도 함께 높일 수 있다.
▲국제협력 무대에서의 역할 강화 - AI와 기후변화 대응을 연결한 국제 컨퍼런스를 전남에서 유치하거나, 해외 도시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전남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전남은 풍부한 자원과 제도적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앞으로는 '지능형 대응 전략'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AI 기술을 통해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이 그 중요한 전환점이다.
기술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아닌 '균형적 활용 전략'이 절실한 지금, 전남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넘어 '지능형 기후대응 도시'로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AI는 그 전환의 열쇠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준비는 지금이 가장 적기다. 전남이 국내를 넘어 국제 사회의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주역이 되기 위한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