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단의 석유화학 합작사 여천NCC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리고 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는 업황 부진과 재무 악화가 겹치며 이달 말까지 약 3,100억 원의 운영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8월 21일까지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자금 지원 방향을 두고 양대 주주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 측은 1,500억 원의 긴급 자금 대여를 준비하며 단계적 감산과 함께 회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DL 측은 "경영 개선 없는 자금 투입은 불가하다"며 워크아웃(채권단 주도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여천NCC의 재무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80.5%까지 치솟았고, 2022년부터 적자로 전환된 이후 지난해 순손실은 2,360억 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에도 618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재무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전망한다.
첫째, 한화와 DL이 합의해 자금을 공동 투입하는 경우다. 이 경우 단기 유동성 위기는 해소되지만 부채 부담이 늘고, 업황 회복 전까지는 추가 자금 수혈 가능성이 크다.
둘째, DL의 거부가 지속돼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는 시나리오다. 채권단 주도로 부채 구조조정이 가능하나, 인력 감축과 설비 축소가 불가피하고 시장 신뢰도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셋째, 정부나 채권단이 조건부로 개입하는 경우다. 이는 단기적인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민간 합작사의 경영 독립성이 제한되고 장기 효율성 저하 우려가 따른다.
결국 여천NCC의 운명은 8월 21일까지 주주 간 자금 지원 합의 여부에 달려 있다.
업황 회복이 더뎌질 경우, 단기 부도 회피에 성공하더라도 장기적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양준석 기자 kailas21@aitimes.com
